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하고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즉시 개시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번 협상이 사실상 러시아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 주목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3년이 다 되어가는 상황에서 종전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개전 초기 협상안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외신 및 양국 정부 발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약 1시간 30분간 통화를 진행했으며, 푸틴 대통령은 "함께 일할 때가 왔다"며 협력 제안을 환영했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모스크바로 초청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간 상호 방문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우선 전화 협의를 거친 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첫 대면 회담을 추진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 회담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참석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은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기조가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독일 람슈타인 공군기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UDCG)' 회의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 가입이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또한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를 비롯해 2022년 점령한 루한스크, 도네츠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의 영토 회복 가능성도 낮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최근 러시아의 쿠르스크 지역을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와 맞교환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러시아는 이를 "편집증적 망상"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아울러 헤그세스 장관은 종전 후 우크라이나 주둔 평화유지군에 미군이 파견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재확인했다. 이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주장한 '미국이 포함된 안보 보장' 구상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의 안보는 유럽이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이에 따라 향후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 지원이 축소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조 바이든 전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무기 및 지원 자금에 대한 '청구서'를 제시할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 후 젤렌스키 대통령과도 1시간가량 통화를 진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긴 대화를 나눴으며, 평화 달성 가능성과 협력 의지에 대해 논의했다"면서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략을 막고 신뢰할 수 있는 영구적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미국과 공동 조치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 방식이 미국과 러시아의 외교 관계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키이우인디펜던트는 "미·러 회담 시기나 의제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으며, 우크라이나가 협상에 얼마나 개입할 수 있을지도 불분명하다"며 "우크라이나가 협상 과정에서 배제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은 14일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 JD 밴스 미 부통령 및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회동할 예정이다. 또한, 20일경에는 키스 켈로그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가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추가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