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한 달간 유예하기로 결정하면서 두 나라가 당장의 '관세 폭탄'을 피하게 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무기화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글로벌 무역전쟁의 불확실성은 지속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관세 부과 하루 전,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과 각각 통화한 뒤, 관세 부과를 30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두 정상으로부터 불법 이민자 단속과 마약 유입 문제 해결을 위한 강력한 조치를 약속받았다고 밝혔다.
캐나다는 마약 문제 해결을 위해 '펜타닐 차르'를 임명하고, 국경 지역에 마약 차단 인력 1만 명을 배치하겠다고 했다. 또한 13억 달러(약 1조9000억 원)를 투입해 국경을 강화하고, 마약 카르텔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할 계획을 발표했다. 멕시코 역시 국가 경비대 1만 명을 투입해 국경 보안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조치가 시행되는 동안 미국 측 경제 사령탑과 협상을 통해 무역 협정 체결 가능성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한 달간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협상을 주도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본질적으로 무역 협상 카드로 활용하며, 미국의 경제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의 발언도 이를 뒷받침한다. 백악관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단순한 보호주의 정책이 아니라 외교적 강압 수단으로 활용할 것임을 공언했다. 이에 따라 미국발 무역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에너지경제 전문가 필립 벌리거의 분석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는 단순한 협력이 아니라 지배"라며 "그는 타국의 경제력을 약화시켜 미국을 우위에 두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정책은 글로벌 시장의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응해 보복 관세를 준비 중이며, 트뤼도 총리는 이미 자국민에게 "미국산 대신 캐나다산을 구매해 달라"고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강압적 무역 정책이 미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마이클 프로맨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은 "강압적 관세 정책은 다른 국가들이 미국과 거리를 두게 만들고, 이는 오히려 각국의 민족주의를 자극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미국이 수십 년 동안 구축해 온 국제적 신뢰와 예측 가능성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에서 경제적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CFR 선임연구원 에드워드 앨든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미국이 쌓아온 국제 규칙과 예측 가능성이 붕괴되고 있으며, 이는 북미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 전반에 심각한 불확실성을 초래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는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두 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027년까지 각각 1%포인트 감소하고, 미국 경제 성장률도 같은 기간 0.3%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에밀리 블랜처드 다트머스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은 미국 경제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기업과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에 대비해 미국 시장 의존도를 줄이려 할 것이며, 무역 정책이 계속 변동될수록 미국의 경제적 영향력도 약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점을 인식하면서도 단기적으로는 자국민이 피해를 볼 수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며, 그 과정에서 치러야 할 대가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