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령 선포로 촉발된 현직 대통령의 탄핵소추가 국회에서 가결됐다. 최종 법적 판단은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몫이 됐지만,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사회적 혼란과 국론 분열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번 국회의 탄핵소추는 윤석열 대통령의 잘못된 선택이 빚은 국가 불행의 서막이라 할 수 있다. 야당의 계속된 국정 발목잡기와 폭주가 그 원인이지만 그걸 바로잡기 위해 민주주의의 퇴행적 수단을 동원한 대통령의 책임이 면피 될 순 없을 것이다. 

야당이 주도한 국회에서의 탄핵소추는 단 2회 만에 결판이 났다. 여당은 대통령의 탄핵소추에 반대하기로 당론을 정하고 첫 탄핵소추 때는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는 방법으로 겨우 막아냈지만 이후 탄핵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밤낮없는 겁박과 한동훈 당 대표의 대통령에 대한 절제되지 않은 언사가 뒤섞이며 지리멸렬한 태도로 탄핵소추에 필요한 수를 보태주고 말았다. 

여당인 국민의 힘이 현직 대통령의 탄핵에 동의했다는 건 스스로를 부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실 대통령이 계엄령 발표라는 극단적인 결정을 하기까지 여당의 책임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통령 등 뒤에 비수를 꽂는 방법으로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것이야말로 비루한 짓이다. 

거대 야당은 윤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단 한 번도 국정 운영에 협조하거나 대국적인 협치를 한 일이 없다. 행안부 장관을 필두로 방통위원장,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등 18차례의 탄핵 시도는 거대 야당의 비상식적인 행태가 이미 도를 넘었음을 말해준다. 

윤 대통령이 계엄령 선포라는 매우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된 요인 중 하나가 야당의 내년도 예산 삭감과 간첩법 개정 보류다. 정부와 대통령을 아무 일도 못하는 식물로 만들어 놓고 자기들이 받을 세비는 올리는 이런 파렴치한 입법 폭주가 도화선이 된 것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 우리 사회는 또다시 분열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윤 대통령은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들고 싶어서 결단을 내렸다고 항변하고 있으나 결과적으로 비정상이 득세하고 온갖 폭주를 정당화해주는 악수(惡手)로 돌아오고 만 것이다. 

윤 대통령이 뒤엎어버린 대한민국의 정치판은 여당을 식물 여당으로 전락시키고 야당이 스스로 여당 행세를 하는 전대미문의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2년 징역형을 받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벌써 자신이 대통령이 된 듯한 언행을 일삼는 것도 비정상에 날개를 달아준 윤 대통령의 공이 없지 않다. 

이제 정치권과 온 국민의 시선이 헌재로 쏠리고 있다. 국회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헌재가 만약 탄핵소추를 기각하면 윤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회복하고 즉시 복귀할 길이 열린다. 하지만 야당이 통과시킨 내란죄 특검 등 줄줄이 이어질 법의 심판과 야당의 정치적 공세가 더욱 격화될 것이 뻔해 남은 임기동안 정상적인 국정 운영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반대로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면 대통령은 파면되고, 2개월 안에 대선이 치러지게 된다. 그 시기가 언제냐에 따라 온갖 사법 리스크가 걸려 있는 거대 야당 대표에게 면죄부를 주는 동시에 거대 야당이 거대 여당으로 탈바꿈해 입법과 행정까지 한 손에 쥐는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전제적 권력자가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엄중한 시기에 한국교회는 무엇을 할 것인가. 대통령의 계엄령과 해제, 그리고 두 차례의 걸친 국회에서의 탄핵소추가 끝나고 헌재에 법적 그 판단이 위임된 상황에서 잠잠히 그 결과를 기다릴 것인지 아니면 거리에 나가 탄핵 찬성 또는 반대를 외칠 것인지 각자가 선택해야 할 시간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전국 교회에 시무하는 담임목사 1209명을 대상으로 긴급 조사한 결과를 지난 12일 발표했는데 목회자 3명 중 2명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목회자들은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바람직한 조치로 '국회에서 탄핵'(38.1%)을 가장 많이 꼽았고 '대통령의 직접 하야'(29.2%)가 뒤를 이었다. 

한국교회가 취해야 할 태도에 대해 응답자의 58.7%가 '한국교회의 입장을 성명서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표명하는 게 좋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정치적인 행동은 자제하는 게 좋다'(36.2%)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런 조사 결과는 계엄령으로 시작된 대통령의 탄핵 사태가 한국교회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줬음을 말해준다. 하지만 이런 사태가 빚어진 것에 대해 분노하거나 좌절하는 건 감정 사치가 될 수 있다. 돌아가는 상황이 너무나 긴박하고 그 결과가 한국교회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기총은 최근 현 시국 상황에 대해 한국교회와 성도들께 요청하는 글을 발표했다. "우리는 비난의 돌을 들기 전에 먼저 우리의 무관심을 돌아봐야 한다. 서로가 화해하지 못하고, 양보하지 못하며 싸움을 일삼고 대립하는 것에 대해 회개하자"라고 했다. 그러면서 "누구의 탓을 하기 전에 국가와 지도자를 위한 우리의 기도가 부족했음을 시인하고 기도하자"라고 호소했다. 샬롬을 꿈꾸는 나비행동도 최근 논평에서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한국교회가 나라의 미래를 위해 기도할 것을 주문했다. 

지금 위정자와 정치권의 잘잘못을 탓하고 따질 시간은 이미 지났다. 누굴 비난하고 돌을 던지는 것으로 정의가 세워지고 바른 정치가 구현된다면 우리 사회는 편 가르기와 분열의 악습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거리에 나가 탄핵 찬성 반대를 외치는 것도 민주 시민으로서 표현의 자유에 속한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법의 시간인 동시에 한국교회엔 기도의 시간이다.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기도에 전념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