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적법성에 대해 수년간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해 온 대주교가 '분파 범죄' 혐의로 재판에 소환됐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카를로 마리아 비가노(Carlo Maria Viganò·83) 대주교는 2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X(구 트위터)에 성명을 내고 "교황청 신앙교리성에서 재판 출석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주미 바티칸 대사를 지낸 비가노 대주교는 성명에서 "이번 판결은 초법적 절차이기 때문에 이미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한다"며 바티칸 신앙교리성으로부터 받은 두 쪽 분량의 교령을 게시했다.
그는 "난 혐의의 표현 자체가 내가 여러 연설에서 반복적으로 옹호했던 주장을 확증한다고 믿는다"며 자신에 대한 교황청의 조치를 '명예'라고 언급했다.
바티칸뉴스에 따르면, 신앙교리성은 비가노에 대한 소송 절차에 대해 아직 공개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다.
비가노 대주교는 최근 몇 년 동안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임을 요구하며 반복적으로 헤드라인을 장식한 바 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언급하며 프란치스코의 본명인 호르헤 마이로 베르골리오(Jorge Mario Bergoglio)를 사용했다.
2020년에는 "가톨릭교회 내 지도자 집단이 교회 내에서 '이단, 남색, 부패'가 만연하도록 허용했다"고 비판했다.
미국계 가톨릭 언론인 내셔널가톨릭레지스터(National Catholic Register)에 따르면, 비가노 대주교는 2018년에 수십 명의 전현직 가톨릭 고위 관리들이 시어도어 에드거 매캐릭(Theodore Edgar McCarrick·91) 전 추기경의 성적 학대 혐의를 은폐했다고 비판하는 11쪽 분량의 서한을 남겼다.
그는 서한에서 교황이 매캐릭에 대한 전임자의 제재를 무시했다고 비판하고, 교황의 사임을 촉구했다. 교황청은 2020년 11월 비가노의 비판에 반박하는 보고서를 냈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워싱턴 대교구장을 지내며 미국 가톨릭계에서 신망이 두텁던 매캐릭 전 추기경은, 미국교회의 자체 조사 결과 과거에 10대 소년을 성적으로 학대한 혐의가 인정돼 작년 7월 추기경단에서 배제됐다. 그는 미성년자들뿐 아니라 성인 신학생들을 성적으로 학대한 의혹도 받고 있다.
바티칸이 지난해 12월 동성커플에게 '자발적인 축복'을 허용하는 '간구하는 믿음'이라는 선언문을 발표한 이후, 프란치스코 교황은 비가노 대주교를 비롯한 전 세계 보수 고위 성직자들의 거센 비판을 받아 왔다.
비가노는 라이프사이트뉴스(LifeSiteNews)에 기고한 논평에서 "이 선언문에 따라 프란치스코 교황과 그의 동료들은 사탄을 섬기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최근 몇 주 동안 프란치스코 교황은 천주교 내 동성애를 비난하기 위해 저속한 이탈리아어 단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거듭 비판을 받았다. 그는 6월 초 로마에 있는 교황청이 설립한 살레시안대학교에서 약 160명의 신부들에게 연설하던 도중 "동성애 성향이 있는 남성의 신학교 출석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발언은 지난 5월 그가 동일한 주장을 하던 중 동성애자를 비하하는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 바티칸이 사과한 지 몇 주 후에 나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