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디옥 교회 담임 목회자 이그나티우스(Ignatius)감독은 그리스도를 선전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었다. 죄명은 로마의 황제 숭배를 거역한 불경죄였다. 통상 이런 죄를 범하면 로마의 원형극장에서 야수의 밥이 되는 사형을 당했다. 이그나티우스는 안디옥에서 체포되어 사형수의 신분으로 사형 집행을 위해 로마로 가는 중에 7개의 편지를 보냈다.
이그나티우스 감독은 서머나에서 보내는 마지막 편지를 로마 교회에 보냈다. 이 서신에는 다른 교회에서 강조했던 이단 교회 문제나 연합과 일치 등에 관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 않다. 오히려 이 서신은 성도들의 신앙을 칭찬하고 자신도 온전한 그리스도인이 되고 싶다는 갈망을 표현한다.
본 서신에서 이그나티우스는 자신의 순교에 집중한다. 순교에 집중하는 마음을 표현한다. 먼저 그는 순교를 아름답게 묘사한다. 이그나티우스는 순교를 그리스도를 위한 순전한 빵 덩어리가 되는 것(4장 1절)이고 하나님의 산 제물(2장 2절, 4장 2절), 하나님께로 가는 길(2장 2절) 이라고 표현한다. 자신이 순교하는 것이 자신의 행운이라고 표현(1장 2절)한다.
둘째로 그는 자신의 순교가 이미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자신이 열 마리의 표범들(호송하는 로마 군인들을 의미)에 사슬로 매여서 이동한다면서 자신의 현실이 이미 순교자의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순교를 야수의 밥이 되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므로 순교가 그에게 쉽거나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는 순교가 자신의 목표(8장 3절)라고 언급하며 이 목표가 방해받지 않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한다.
아울러 이그나티우스는 자신의 준비된 순교가 잘 이행되기를 도와 달라고 부탁한다. 먼저 로마 교회 성도들에게 자기 순교를 방해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다. 다른 교회에도 이런 내용을 보냈지만, 로마 교회로 보내는 편지에서 훨씬 구체적으로 자신의 순교에 대한 열망을 꺽지 말라고 부탁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다가오는 혹독한 시련에 자신의 결심이 흔들리지 않고 분발하도록 자신의 마음을 다잡을 수 있도록 기도를 부탁한다. 그도 죽음과 고통을 두려워했다. 두려워 흔들리지 않도록 기도를 요청한 것이다.
이그나티우스는 순교의 과정이 어떠하건 꺼리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자신을 괴롭힐 육체적 고통을 환영하는 선언을 한다. “불이여, 십자가여, 야수와 싸우는 것이여, 뼈들을 비트는 것이여, 사지를 토막 내는 것이여, 내 몸 전체를 분쇄하는 것이여, 악마의 잔인한 고문들이여, 오라! 나로 하여금 예수 그리스도에게로 가게만 하라!”고 부르짖는다(5장 3절).
총 10장 28절로 구성된 이 짧은 서신은 순교의 영광을 설명하고 그 영광을 누리고 싶은 이그나티우스의 열망이 가득 담겨 있다. 내용을 간추리면 서론, 순교를 열망하는 마음(1장~8장), 기도의 부탁(9장), 그리고 작별 인사(10장)로 이루어졌다. 비교적 단순한 구성이다.
이그나티우스 감독이 로마교회에 보낸 본 서신을 읽어보면 순교를 사모하는 이그나티우스의 마음이 절절하게 표현되어 있다. 아마도 로마 교회에서는 이그나티우스 감독을 존경하고 사랑한 나머지 이그나티우스의 처형을 막는 운동을 벌였던 것 같다. 이런 로마 교회에게 제발 자신의 순교를 막지 말아 달라고 간절하게 호소한다.
순교를 갈망한다는 점에서는 이그나티우스가 바울을 능가한다. 바울은 순교도 좋고, 살아서 성도를 섬겨도 좋다(빌1:19)고 말한다. 반면 이그나티우스는 분명하게 순교의 길을 갈망한다. 순교자로 걷는 고난의 과정이 그리스도를 만나는 길(5:3)이요 하나님을 만나는 길(8:3)이라고 설명한다.
이그나티우스는 고난의 유익을 강조한다. 그는 고난으로 가득한 순교의 여정으로 예수님의 참 제자로의 성숙을 고백한다. 로마 군병의 학대를 받으면서 ‘점점 더 제자가 되어 가고(5:1)’, 순교를 각오하면서 ‘제자가 되기 시작’(5:3)했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이그나티우스 감독의 고난을 덜어주려고 애쓰는 로마 교회의 노력을 중지해 달라고 부탁한다.
이그나티우스는 세상을 이기는 믿음을 말했다. 먼저 하나님 편에 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마음을 세상에 두지 말라고 부탁한다(1절). 나아가 이그나티우스는 성도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마음으로만 고백하지 말고, 또한 세상의 것들을 마음에 두지 말라고 권하며(7:1), 시기하는 마음을 버리라고 권한다. 썩어질 세상의 양식과 쾌락을 추구하지 말라고 거듭거듭 강조했다. 순교자의 유언적 메시지다.
이그나티우스는 교회를 사랑했다. 이그나티우스는 시리아에 있는 안디옥 교회를 위한 기도를 부탁했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환대해 주었던 교회들에 대한 감사와 사랑을 고백한다. 이 편지는 서머나교회에서 에베소 교회 성도들의 도움으로 쓰고 있다고 알린다. 아울러 에베소 교회 성도인 크로코스(엡2:1)가 자신과 함께 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그나티우스는 서머나에서 네 개의 편지를 쓴다. 그가 사랑했던 교회들(에베소교회, 막네시아교회, 트랄레스교회 그리고 로마교회)에 편지를 보냈다. 그런데 로마교회에 보내는 편지는 에베소교회, 막네시아교회, 그리고 트랄레스 교회들에게 보내는 편지들과는 논지가 다르다. 로마 교회에 보내는 편지는 순교를 향한 자신의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그나티우스는 순교를 향하여 나아가면서 겸손을 잃지 않는다. 시리아 안디옥 교회를 위한 기도를 부탁하면서 안디옥 교회 성도들이 칭찬한다. 심지어 자신이 안디옥 교회 일원으로 가장 보잘것없는 자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는 진심으로 성도들에게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이그나티우스는 에베소 교회 성도들의 도움을 받아 로마 교회 성도들에게 문안하고 있다는 것을 언급한다. 고난이 주님과 동행하고, 고난이 참 성도의 길가 되게 하고, 고난이 참 제자가 되게 하며 고난으로 하나님을 만나게 된다고 말하며 고난의 유익을 강조한다. 그리고 성도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인내로 고난을 이기라고 부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