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2015년 리비아 해변에서 이슬람국가(IS) 테러리스트에 의해 순교한 21명의 콥트 기독교인을 로마가톨릭 교회의 달력에 추가하고 성인으로 선포했다.
교황은 최근 로마에서 열린 알렉산드리아 타와드로스 2세 콥트 총대주교와 회담에서 이러한 결정을 발표했으며, 영국 텔레그래프는 "1천 년이 넘도록 서로를 근본적으로 이단으로 여겨온 로마가톨릭과 콥트교회 사이의 교리 분쟁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진전을 이룬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는 "교황 바오로 6세와 알렉산드리아의 셰누다 3세 총대주교와의 회동 50주년을 기념한 이번 만남은, 5세기에 드러난 뿌리 깊은 신학적 차이를 극복하겠다는 약속을 의미했다"며 "이는 AD 45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적인 균열에 다리를 놓는 비상한 움직임"이라고 했다.
AD 451년의 분열은 그리스도의 본성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에 기반을 두고 있었으며, 그 결과 가톨릭교회와 콥트정교회는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됐다. 콥트교회는 예수의 신성만을 인정하는 단성론을 주장한다.
콥트정교회는 이들 21명을 이미 순교자들로 발표했는데, 이 중 20명은 이집트 노동자였고, 한 명은 가나인이었다. IS가 당시 공개한 영상에 의하면, 이들은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고 모래밭에 무릎을 꿇린 채 참수당했다. 사형 집행자들은 검은색 옷을 입고 바다를 배경으로 영상을 촬영했다.
IS는 살해된 이들을 '십자가의 백성들'이라고 부르며 "알라를 숭배하는 자들이 아니라 우상 숭배하는 자들"이라고 주장했다. 가나인인 아야리가는 마지막 순교의 순간 "나도 그들과 같은 기독교인"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살이 일어나고 1주일 후, 콥트교회 타와드로스 2세 총대주교는 21명의 순교자를 모두 성인으로 선포했다.
2018년 이집트에서 희생자 20명이 묻힌 매장지가 발견돼 이들의 시신이 리비아로 돌아왔고, 2020년에는 아야리가도 시신도 함께 돌아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 가톨릭 주교회의에서 "이 순교자들은 물과 성령으로 세례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들을 위한 일치의 씨앗인 피의 세례를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주 만남에서 타와드로스 2세 총대주교는 감사의 표시로 순교자들의 유물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선물했고, 이는 뜨거운 환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에도 교황은 "ISIS가 그들을 죽이기 전에 그들에게 성공회인지, 루터교인지, 가톨릭인지, 정교회인지 묻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CP는 "일치와 상호 인정을 향한 이러한 움직임은 전 세계적으로 종교적 박해가 심화됨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프란치스코는 '지난 세기에 신앙 때문에 순교한 기독교인이 초대교회 시절보다 더 많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