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 목사(월드쉐어 USA)
(Photo : 기독일보) 강태광 목사(월드쉐어 USA)

이야기의 배경은 신화와 역사의 경계선에 있는 트로이 전쟁입니다. 힛타이트 문명을 누린 부강한 나라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스파르타에 잠시 방문하였습니다. 트로이의 왕자를 환대하던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파리스가 메넬라오스 왕의 왕비 헬레네를 빼앗아 갔습니다. 헬레네는 이 당시 세계 최고의 미녀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파렴치한 파리스의 행동을 트로이 사람들은 대부분 지지했습니다. 오직 파리스의 여동생이자 트로이의 공주 카산드라 만 이 사건이 나라를 망하게 할 것이라고 예언했습니다. 이미 강대국 트로이의 인접국으로 여러 갈등을 겪었던 스파르타는 부글부글 끓었습니다. 트로이에 대한 불편함은 모든 그리스 도시 국가들의 문제였습니다. 

한편 아내를 빼앗긴 메넬라오스는 형인 뮤케나이의 왕 아가멤논에게 그 사건을 말했습니다. 또한, 오디세우스와 함께 트로이로 가서 헬레네를 돌려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트로이는 이를 단호히 거부했기에, 아가멤논, 메넬라오스, 오디세우스가 중심이 되어 연합군을 구성하고 트로이 징벌을 위한 전쟁을 일으켰습니다. 이렇게 '트로이 전쟁'이 시작했습니다. 

그리스 연합군과 트로이가 벌였던 트로이 전쟁은 칠년 동안 이어졌고 트로이를 멸망에 이르게 한 전쟁이 되었습니다. 이 트로이 전쟁에 얽힌 이야기는 서양 문학의 중요한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시인 호머(Homer)와 로마의 시인 버질(Virgil)이, 영국에서는 초서(Chaucer)와 셰익스피어(Shakespeare)가 트로이 전쟁을 배경으로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물론 작가의 관점에 따라 이야기의 구성과 강조점이 달랐습니다. 호머의 <일리아드>가 아킬레스와 헥토르를 주인공으로 하는 장대한 영웅의 서사시입니다. 반면에, 초서의 <트로일러스와 크레시다>는 가슴 아픈 사랑의 서사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트로일러스와 크레시다>는 반영웅주의를 그리고 있습니다. 

셰익스피어 작품은 그리스 연합군이 트로이 성벽 앞에 진을 친 채 전투가 소강상태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시작됩니다. 파리스의 동생 트로일러스는 그리스도 망명한 신관의 딸 크레시다를 소개받습니다. 소개를 받고 나서 트로일러스는 크레시다의 삼촌인 판다로스에게 아름다운 크레시다가 자신의 사람이 되게 도와 달라고 강력히 부탁하고 전쟁터에 나갔습니다. 크레시다는 트로일러스와 그의 형인 헥토르(Hector)를 두고 저울질하다가 결국 트로일러스에게 마음이 기울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사랑에 위기가 찾아옵니다. 그리스로 망명한 크레시다의 아버지 캘커스(Calchas)는 딸을 그리스로 데려오기 위해 딸과 트로이 포로와 교환해 줄 것을 그리스 장군에게 제안하였습니다. 이에 지휘관이 동의하고 다음 날 그리스의 귀족 디모데스가 크레시다를 데리러 트로이에 왔습니다. 트로일로스와 크레시다는 크게 당황하였지만 두 사람은 사랑을 지키기로 약속하였고, 트로일로스는 자신의 옷소매 조각을 크레시다에게 주고, 크레시다는 그에게 자신의 장갑을 각각 징표로 주었습니다. 

당시 아가멤논의 지휘를 받던 연합군은 내부의 분란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리스의 장군 아킬레스가 전투에 나서기를 거부하고 그의 동성 애인 파트로클루스와 군막에만 머무르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스 군의 책사였던 율리시즈는 아킬레스와 라이벌 관계에 있던 아작스를 이용해 그를 다시 전투에 임하게 하려고 계획했습니다. 그리고 아작스로 하여금 트로이의 헥토르 왕자를 상대하게 하였습니다. 

한편 트로이에서는 헬레네를 지키기 위해 계속 전쟁을 할지 아니면 그녀를 그리스로 돌려보낼 것인가로 의견이 나뉘어 있었습니다. 헥토르는 헬레네를 위해 많은 병사의 목숨을 거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이었습니다. 반면 그의 동생 트로일러스 왕자는 트로이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헬렌을 돌려보낼 수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헥토르는 트로일러스 왕자의 의견에 동의하고 전쟁은 계속되었습니다. 

한편 크레시다를 그리워하던 트로일로스는 그리스 진영에 잠입하여 칼카스의 군막을 찾았습니다. 마침 지나가던 율리시스 장군이 트로이 군인인 줄 알아보고 크레시다의 애인이 트로이에 있는지 물었습니다. 트로일로스는 자신이 그녀의 애인이라고 밝히자 율리시스가 칼카스의 군막을 알려줍니다. 그런데 그 군막에서는 크레시다가 그리스의 귀족 디모데스의 연인이 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두 사람 사이의 밀회 장면을 엿본 트로일러스는 절망과 분노에 사로잡혀 복수를 다짐하며 트로이로 돌아갔습니다. 

트로이의 왕자요 트로일로스의 형안 헥토르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비탄에 빠진 동생의 원수를 갚기 위해 그리스 진영으로 들어갔습니다. 동성 애인을 잃은 아킬레우스 장군은 사납게 헥토르에게 덤벼들었습니다. 아킬레우스는 혼자 감당할 수 없음을 알고 그리스 군병을 동원해서 헥토르를 상대하였습니다. 결국, 헥토르는 그리스 병사들에 의해 죽게 되었고, 그의 시신은 그리스 군병이 트로이 성벽을 끌고 다녔습니다. 명장인 헥토르를 잃은 트로이 시민은 전쟁의 동력을 잃었고 트로일로스는 형과 애인 크레시다를 잃은 슬픔 속에서 복수를 다짐하였습니다. 

거칠게 간추린 셰익스피어 <트로일로스와 크레시다>의 줄거리입니다. 그의 <트로일로스와 크레시다>는 <법에는 법으로>, <끝이 좋으면 다 좋아>와 더불어 셰익스피어의 '문제극'이라고 불립니다. 셰익스피어 작품 가운데 '비극'이나 '희극' 혹은 '사극'으로 분류가 어려운 작품이 '문제극'입니다. <트로일로스와 크레시다>는 장르구분과 이해가 어려워 난해한 작품입니다. 

<트로일로스와 크레시다>는 셰익스피어 시대에는 무대에 올리기 어려웠습니다. 퇴색한 사랑 그리고 영웅들의 정치적 모략이나 책략 등, 당시 관객의 기대에 부응할 수 없는 요소들이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작품을 '풍자극'으로 분류합니다. 풍자는 모든 종류의 그릇된 행위를 폭로, 비난하고 조롱하기 위해 냉소, 아이러니, 해학 등 말하거나 쓰는 것'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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