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3월 28일 발표한 '2022/23 국제앰네스티 연례인권보고서: 세계 인권 현황'에 따르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하 북한)에서 여전히 언어 폭력, 구타, 고문, 처형 등 인권 침해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역 정책 빌미로 이동의 자유와 정보 접근 봉쇄
40% 이상이 영양 결핍... 백신 접종 증거도 없어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정부는 코로나19를 이유로 3년간 국경을 폐쇄한 채 여러 지역에서 일시적 격리와 이동 통제를 이어갔다. 방역 정책으로 인해 지역 간 인력과 물자 이동이 계속 제한됐다. 연말까지 최소 67명(여성 32명, 남 성 35명)의 북한 주민이 한국으로 탈출했는데, 이는 공식 기록이 처음 공개된 2003년 이래 두 번째로 적은 숫자였다. 이들 중 대부분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있기 전 중국 등 다른 나라로 넘어갔다가 이후 한국으로 입국한 이들이었다. 표현의 자유와 시민 공간에 대한 제약을 포함해 이와 같은 영향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비정부기구나 독립 언론은 국경 통제로 인해 내부로 진입할 수 없었다. 정부에 대한 모든 비판은 여전히 금지됐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취해진 국경 폐쇄로 인해 사람들의 외부 정보 접근은 더욱 제한됐다. 국경 지역 주둔 군대의 증강 및 CCTV 카메라와 동작 감지기의 설치로 인해 외부 정보의 북한 내 유입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보고가 있었다. 2020년 12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 채택된 이후 해외 정보 접근에 대한 강력한 단 속과 법 위반자에 대한 처벌이 계속됐다. 수 명의 10대 청소년이 한국 TV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이를 공유한 죄로 처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상 속 휴대전화 사용이 보편화되고 휴대전화 가입자 수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 휴대전화 서비스로의 접근과 사용은 국가 전역에서 엄격하게 제한됐다. 일반인의 해외 통화는 사실상 완전히 차단됐으며 해외 업무 관계자를 포함한 소수 엘리트 계층에 한해 인터넷 사용이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건강권과 관련해 코로나19 백신이 대중을 대상으로 접종됐다는 증거는 없었다. 코백스(COVAX) 등 국제사회가 백신 지원을 거듭 제안했음에도, 당국은 어떠한 도움의 손길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북한은 가장 취약한 보건 시스템을 가진 나라 중 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백신 접근이 불가능했기에, 2,500만 명에 달하는 인구가 코로나19로 인한 심각한 위험에 마주했다. 5월 12일 북한 당국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을 공식 발표했다. 8월 10일 당국은 코로나19 국내 완전 종식을 주장하며 '승리'를 선언했다. 그러나 코로나19 감염 의심 사례는 계속해서 나타났다. 9월 정부는 백신 접종이 시작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인구의 40% 이상이 영양 결핍 상태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만성 영양실조로 고통받았다. 유엔식량 농업기구(FAO)는 북한을 외부 식량 지원이 필요한 국가로 재차 지정했다. 북중 국경을 넘나드는 화물 열차는 간헐적으로 운행했지만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그 횟수가 적었다. 수입과 국제사회의 원조를 통한 해외로부터의 식량 유입량은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여전히 낮았다. 북한 당국이 인도와 베트남 등지에 식량 지원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봄철 가뭄과 여름철 태풍 등 자연재해가 계속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낮았던 농업 부문 의 생산성이 더 악화된 것으로 보고됐다. 방역 정책의 일환으로 북중 국경 지역에 서의 밀수가 강력히 금지됐다. 드물긴 하나 개인 밀수가 계속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비공식 국가 밀수도 비밀리에 행해진 것으로 보고됐다. 장애인, 아동, 노인, 도시 이외의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을 포함한 소외 계층이 직면한 식량 부족은 특히 심각한 수준이었다. 상수 시설과 하수 처리 시스템은 많은 지역에서 열악했다.
구금 수 증가... 정치·종교 등 이유
여전히 폭력·구타·고문·처형 발생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중등 교육을 이수한 후 국 가에 의해 직장에 배치됐다. 군 또는 법기관과 같이 국가적으로 우선되는 부문에 종사하지 않는 대다수 노동자들은 적정 생활수준을 누리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낮은 임금을 받았다. 생존을 위해 밀수, 절도, 마약 생산·판매 등 불법 행위를 저지른 이들에 대한 보고가 다수 있었다. 많은 아동들이 위험한 작업 환경 아래 탄광과 농장에서 일하도록 국가에 의해 강제됐다. 학생들은 학교 수업 외에도 국가가 부과한 환경 정비, 농사, 그리고 건설 작업과 같은 노동을 수행해야 했다.
당국이나 지도부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은 허용되지 않았다. 정치적 이유로 구금되어 반당, 반국가 범죄로 기소될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하기에 사람들 사이에서는 극도의 불안 과 공포가 만연했다. 최소 4개의 정치범수용소(관리소)가 운영 중에 있으나 당국은 이를 부인했다. 최대 120,000명에 달하는 수감자들이 강제노동, 고문 및 기타 부당한 대우에 처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 또는 구금된 사람의 수도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밀수, 격리 중 무단이탈, 월경 시도와 같은 방역 수칙 위반 및 마약 사용, 종교 활동(국가에 의해 신앙생활이 금지됨), 해외 정보 접근 등을 이유로 많은 이들이 체포됐다.
지난 몇 년간 피구금자 처우가 부분적으로 개선됐다는 보고에도 불구하고, 국가보위성과 사회 안전성 등 법기관이 운영하는 구금시설 내에서 여전히 언어 폭력, 구타, 고문, 처형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구금시설 근무자들은 피구금자로부터 자백을 받아내거나 이들을 통제하기 위해 구타와 고문, 식사 제한 등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은선 사무처장 대행은 "강력한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작년에도 계속 이어지면서 특히 이동의 자유, 정보에 대한 권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한국 등 외부 문물을 접하거나 유포한 사람들에 대한 처벌 수위가 한층 높아지는 등 외부 정보로의 접근이 크게 악화되면서 주민들이 체감하는 외부와의 단절은 한층 더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수입과 밀수가 큰 폭으로 줄어들며 국내로의 식량 유입량이 감소한 상황에서 연이어 발생한 자연 재해로 인해 식량 불안정은 더욱 심화됐다. 이로 인해 노인, 아동, 장애인 등 취약계층과 농촌 지역 거주자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굶주림에 고통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당국은 주민들의 삶을 옥죄는 경제적·사회적 통제를 완화하는 등 인권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녜스 칼라마르(Agnès Callamard)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세계인권선언은 75년 전, 제2차 세계대전의 잿더미 속에서 처음 탄생했다. 모든 사람은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를 가진다는 보편적 인식이 그 핵심이었다. 세계적인 역학 관계가 혼란에 빠진 상황이지만, 그 과정에서 인권이 희생돼서는 안 된다. 세계가 더욱 불안정하고 위험한 환경 속에서 헤맬 때, 인권이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며 "러시아의 침략전쟁이 미래에 대해 보여준 것이 있다면, '효과적이고 일관적인 규칙 기반의 국제 질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모든 국가는 모든 지역에서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새로운 규칙 기반 질서를 마련하기 위해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