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와 관련해 지구촌이 몸살을 앓고 있다. 차별금지법 문제부터 동성결혼과 성전환 허용 등 다양한 문제들를 양산할 뿐 아니라, 사회제도까지 뒤집으려 하거나 이미 뒤집고 있다.
①핀란드: '성전환 간소화'법 통과
의학적·정신과 소견서 의무 삭제
의회에서 찬성 113표로 가결
스페인도 12월 비슷한 법 통과
스코틀랜드, 성폭행 남성 성전환 주장
◈'성전환 선언'만으로 성별 변경
북유럽 핀란드에서는 트랜스젠더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선언'만 하면 이를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하는 법안이 지난 1일(현지시간) 의회를 통과했다.
핀란드 의회는 표결에서 찬성 113 대 반대 69로 법안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18세 이상 핀란드인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히는 것만으로 자신의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과거에는 성전환자로 인정받기 위해 의학적·정신과적 의사 소견서를 제출해야 했으나, 개정 '트랜스젠더법'에 따르면 이러한 절차를 없앴다.
이번 개정법안은 산나 마린 총리가 '처리 1순위'로 지목했던 법안으로 알려졌다. 1985년생인 마린 총리가 구성한 연립정부의 5개 당 대표는 모두 여성이다.
마린 총리는 "성전환자 권리를 대폭 강화한 이번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남은 임기 2개월 중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의회는 트랜스젠더들의 성 정체성 인정 전 임신 상태가 아님을 증명하는 진단서를 제출하도록 한 조항도 삭제했다. 이 조항은 "성전환자들이 아이를 갖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현지 보수 진영과 기독교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야당 핀스당 의원들은 "범죄자들이 이 법을 이용해 신분을 속일 수 있다"고 주장했고, 다른 의원들은 "남자들이 군 복무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이 법을 악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남성이 탈의실에서 여성을 괴롭힐 수 있는 문을 열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유럽 지역에서는 성전환자 권리에 대한 법안 개정을 놓고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스코틀랜드 의회가 이번 핀란드처럼 성전환 인정을 간소화하는 법을 통과시켰으나, 영국 정부가 1999년 스코틀랜드 의회 출범 이후 처음으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와 관련, 스코틀랜드에서는 여성 두 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던 남성이 여성으로 성전환을 시도한 뒤 여성 전용 교도소에 머무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스페인에서도 16세 이상 누구나 의료진 감독 없이 법적 성별을 바꿀 수 있게 하는 성전환자 권리 법안을 지난해 12월 통과시켰다.
▲데이비드 프레스먼 대사(왼쪽에서 두 번째)가 자신의 파트너(맨 왼쪽)와 헝가리 카탈린 노박(Katalin Novák·왼쪽에서 세 번째) 대통령 부부와 신년 인사회에서 함께한 모습. |
②헝가리: 美 동성결혼 대사 비판
동성 커플과 부임에 '외교적 도발'
친정부 매체 힐난 "마담 앰배서더"
◈동성 남편 동행해 대통령 찾아
중동부 유럽에 위치한 헝가리가 자국 주재 미국 대사로 동성결혼을 한 인물이 부임한 것을 계속 문제삼으면서, 양국 간 외교 갈등이 커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헝가리 빅토르 오르반(Viktor Orban) 총리는 과거 동성애에 단호하게 반대하는 발언을 계속해 왔으나, 미국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9월 동성결혼까지 한 인권 변호사 출신 데이비드 프레스먼(David Pressman·45)을 대사로 임명했다.
헝가리 친정부 뉴스포털 '페스티스라콕'은 동성 배우자와 두 자녀를 동반해 부임한 프레스먼에 대해 "LGBT 권리 향상 전문가"라며 "미국이 외교적으로 헝가리를 도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친정부 방송 한 패널은 프레스먼 대사에 대해 동성 남편이 있다며 "마담 앰배서더"라고 칭하기도 했다.
대사 부임 전 미국 대사관 인근 다뉴브 강에는 '죽음의 문화로 헝가리에 테러하지 마라'는 문구와 해골 그림이 새겨진 고무보트가 띄워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프레스먼 대사는 "양국 관계에 지장을 주기 위해 헝가리에 부임한 것이 아니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왔다"고 말하고 있다.
헝가리는 유럽연합(EU)과 나토(NATO) 회원국이지만, 러시아 제재와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고 있다.
미국은 헝가리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도 대사로 동성애자로 '커밍아웃'한 필립 골드버그(Philip Goldberg)를 임명했으며, 그는 부임하자마자 지난해 서울광장에서 열린 퀴어축제에 참여해 지지 발언을 했다.
▲일본 기시다 총리가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유튜브 |
③일본: 동성혼 요구에 총리 답변
"허용 시 가족관·가치관 변해
"매우 신중한 검토 필요하다"
◈"LGBT 차별해소법 제정하라"
일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동성결혼의 법제화 주장에 대해 선을 그었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지난 1일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동성결혼 법제화 요구 질의에 "매우 신중하게 검토해야 하는 과제"라고 답했다.
입헌민주당 오오츠키 쿠레하(大築紅葉) 의원은 "(여당인) 자민당은 왜 LGBT 차별해소법, 동성결혼, 부부별 성씨 선택제 등을 인정하지 않는가"라며 "G7 국가들 중 일본이 다양성 존중에 있어 가장 늦다"고 비판했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동성결혼 제도 도입은 우리나라(일본) 가족 본연의 근간에 관계되는 문제이며, 매우 신중한 검토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로는 "가족관과 가치관, 사회가 변해 버린다"고 말했다.
보통 결혼 후 여성이 남성의 성으로 바꾸는 일본에서 '선택적 부부별 성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국민들 사이에 여러 의견이 있다"고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기시다 총리는 끝으로 "다양성이 존중돼 모든 사람들이 인권과 존엄을 소중히 하는 사회의 실현을 향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은 법적으로 동성결혼이 허용되지 않는 국가이다. 일본 도쿄지방법원은 지난해 11월 30일 동성결혼 금지를 합헌으로 판결했다.
일본 동성 커플 8인이 "민법에서 동성 간 결혼이 허용되지 않는 것은 혼인의 자유 등을 규정한 헌법에 위반된다"며 손해배상금 1백만 엔씩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이번 일본 야당 의원의 '변화 요구' 질의에 대해서는 "아직도 동전 지갑을 갖고 다녀야 하는 나라 아닌가", "팩스부터 없애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