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봉주 목사(감사한인교회)
구봉주 목사(감사한인교회)

젊은 목회자여서 그런지, 주위에 연세 있으신 장로님, 집사님, 권사님들로부터 "목사님, 아직 한창이십니다"라는 말씀을 자주 듣습니다. 맞습니다. 저는 아직 한창입니다. 그러나, 저는 종종 연세 있으신 성도님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삶과 죽음 건강에 대한 주제가 나오면, 주저 없이 "저는 오래 전부터 죽음을 위해 기도해오고 있습니다. 중병이 들면, 오래 버티지 않고, 천국가게 해주시라고, 가능하면, 자다가 심장마비로 자연스레 천국가게 해주시라고, 아내와 비슷한 시기에 천국가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라고 말씀드립니다. 그렇게 말씀드리면, 들으신 분들마다 하나같이 "목사님 그런 기도하기에는 아직 너무 젊으십니다 이르십니다"라고 이구동성으로 말씀하십니다.

사실, 제가 그런 기도를 젊은 나이 때부터 하게 된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주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20대부터, 아주 오랫동안 "주님 일하다가 가장 열심히 일할 때, 천국 가게 해주십시오"라는 기도를 오랫동안 했었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주님을 만났을 때, 저는 정말 천국에 다녀온 듯 한 은혜를 경험했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제게 든 생각은 "이게 바로 천국이구나 이게 바로 심령천국이구나 지금 죽어도 아무런 여한이 없어"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도할 때마다 "주님 사랑해요 주님 빨리 천국가고 싶어요"라고 늘 고백 했었습니다. 물론, 제가 이렇게 기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내에게는 알리지 않았습니다. 걱정할 것이 뻔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어느 날, 저도 모르게 그만 제가 그런 기도제목 으로 기도한다는 사실을 아내에게 말하고 말았습니다. 아연실색한 아내는 "그렇게 기도 하지 마세요 여보 그럼 나와 아이들은 어떻게 해요?"라고 저를 다그쳤고, 그 일이 있은 후부터, 저는 빨리 천국가게 해주세요"라는 기도는 그만두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아내는 지금까지 "87세까지 남편과 함께 건강 하고 행복하게 살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해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저는 "하나님, 저의 죽음이 이러이러했으면 좋겠 습니다"라고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제 아내는 한 술 더 떠서, 자신의 장례 때 부를 찬송가까지 정해 두었더군요.

사실, 크리스천들에게 가장 익숙해야 하고, 고대해야 할 것이 죽음입니다. 왜냐하면, 죽음은 끝이 아니라, 부활과 천국과 영생의 연장선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성경적이고, 신학적인 관점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죽음에 대한 건전하고도 긍정적인 개념을 갖고 계셔야 할 크리스천들이 죽음을 터부시하거나 두려워하고 있는 듯 한 느낌을 받습니다. 아직도 어떤 분들은 화장하기를 꺼려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흙으로 사람을 창조하신 하나님께서 화장하여, 먼지가 된 시신을 부활시키지 못하실 일이 없는데 말입니다. 제게는 최근에 죽음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있게 고민하고 묵상하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최근, 어떤 비영리단체로부터 대표기도를 부탁받았습니다. 단체의 이름은 소망 소사이어티였습니다. 저는 사실, 기관의 이름은 많이 들었어도, 정확하게 어떤 일을 하는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사무실을 들어서자마자 당장 눈에 들어오는 문구가 well-dying, 잘 죽음이었습니다. 실제로 소망 소사이어티는 은퇴하신 분들이 모여서, 노년을 하나님 보시기에 영광스럽게, 보람 있고 활동적으로 살기 위한 모임입니다.

다시 말해, 잘 살다가 잘 죽는 것을 모토로 하는 모임입니다. 때마침, 초대받은 그 날은 아프리카 차드에 우물을 파고, 학교를 세우기 위해, 5명의 단기 선교팀을 파송하는 파송 감사예배를 드리는 날이었습니다. 저는 한 분 한 분, 물이 없어, 세균이 가득한 물을 마시다가 죽거나 병이 드는 나라에 우물을 몇 개씩 파도록 헌신을 하셨다는 여러분의 간증을 듣고, 큰 도전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계신 70대 80대 선배님들의 눈이 여전히 반짝이고 있는 모습을 보고, 큰 교훈과 배움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또 최근에 저는 어떤 신학교 교수님을 뵈면서, 죽음과 노년에 관한 깊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교수님을 통하여, 여러가지 인사이트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죽음과 노년에 관한 세미나도 부탁드렸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교수님 께서도 well-dying이라는 표현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교수님께서는 특히 한국인 크리스천들에게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많다는 사실과 죽음에 대한 계몽이 필요 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지난 달 저희 감사한인교회에서는 70세 이상 한 달에 한 번 모이는 소망회 모임을 New Hope Ministry 새소망 사역으로 개명하였습니다. 그렇게 바꾼 이유는 연세 드신 분들이 새소망을 품고, 보다 활동적인 수업을 듣고, 생산적인 일을 하시도록 격려하는 구체적인 사역으로 탈바꿈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첫 모임 때에 제가 선포한 설교 말씀의 주제가 "일해야 한다"였습니다. "천국 갈 날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자꾸 움직이고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합니다. 죽기 전까지 계속 일하는 것이 우리를 창조하신 하나님의 우리를 향하신 계획과 목적입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앞의 소망 소사이어티, 교수님의 말씀을 빌자면, well-dying 잘 살다 잘 죽자는 메시지였습니다.

게다가 얼마 전, 저는 well-dying을 실천하고 계신 분들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어떤 권사님께서 남편의 장례를 위해 모아둔 돈을 재정이 어려운 교회를 돕는데, 다 드렸다는 간증이었습니다. 크리스천의 가슴을 뛰게 하는 참으로 감동적이고 도전적인 간증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이제는 죽음에 대한 세상적인 관념을 깨트려야 합니다. 지극히 성경적이고 영적이며 철학적이기도 한, well-dying을 생각해야 합니다. 크리스천에게 죽음은 두려워할 주제가 아니라, 긍정적이며, 미래지향적이며, 소망이 되어지는 주제입니다. "어떻게 잘 죽을까? 어떻게 죽음을 잘 준비할까? 죽기 직전까지 어떻게 잘 살까?"를 고민해 보게 되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