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에 대한 넷플릭스 철학, 진보주의 표방
다원주의 아닌 서구 중심·자문화 중심적 지배욕
넷플릭스, 진정 다원주의 가치관 추구 원한다면
기독교뿐 아니라, 모든 종교 평등하게 평가해야

박욱주 박사님의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에서는 최근 '마약왕 목사'를 등장시켜 논란이 되고 있는 넷플릭스 6부작 시리즈(드라마) <수리남>을 분석합니다. <공작>, <군도>, <범죄와의 전쟁>, <비스티 보이즈>, 용서받지 못한 자> 등의 영화를 만든 윤종빈 감독의 이 시리즈에는 하정우(강인구), 전요환(황정민), 최창호(박해수), 변기태(조우진), 데이빗 박(유연석), 장첸(첸진), 김민귀(이상준), 추자연(박혜진), 현봉식(박응수), 이봉련(정 권사) 등의 배우가 출연했습니다. -편집자 주

◈드라마 속 기독교 코드: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에 주력하는 <수리남>

<수리남(영어명 Narcos-saints)>은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까지 실제 남미 수리남에서 마약왕으로 군림했던 범죄자 조봉행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드라마이다.

<나르코스>나 <나르코스: 멕시코>처럼 시청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남미 마약 카르텔을 소재로 삼았고, 화려한 캐스팅(하정우, 황정민, 박해수, 조우진 등)과 상대적으로 치밀한 느와르 각본에 힘입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드라마에는 두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우선 수리남에서 기독교 계열 사이비 집단을 지도하며 마약왕으로 군림하는 전요환(조봉행의 작중 가명, 황정민 분), 그리고 선량한 가장으로서 수리남에서 사업을 하다 조봉행에 속아 큰 피해를 본 강인구(실제 조봉행을 검거하는 데 도움을 준 인물의 작중 가명, 하정우 분), 두 캐릭터가 전체 서사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이 드라마는 서사 곳곳에 기독교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주인공 전요환이 기독교 계열 사이비 교주이고, 강인구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박혜진(추자현 분)을 아내로 맞이한 덕에 <수리남>의 서사 전반에 기독교적 요소들이 드러난다.

기독교 신앙에 대한 드라마의 표현 태도는 일단 양면적이다. 박혜진은 함께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강인구와 결혼했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강인구와의 결혼 생활을 헌신적인 태도로 꿋꿋하게 이어간다. 즉 박혜진의 기독교 신앙은 강인구가 성실하고 선량하게 가정을 꾸려나가는 계기이자 근간이 되는 것으로 그려진다.

반면 기독교 신앙이 대단히 부정적으로 소개되는 장면도 계속 등장한다. 우선 박혜진이 수리남에 있는 남편 강인구에게 주일예배 인증을 요구해, 강인구는 전요환의 사이비 한인교회 예배에 참석하게 된다. 이로써 아내의 신앙이 남편을 악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하나의 요인으로 그려지고 있다.

또 마약 카르텔 두목으로서 천박하고 잔혹한 일들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전요환이 말끝마다 "할렐루야"나 "하나님 은혜"를 운운하는 것, 그리고 자신의 신도들을 마약에 중독시켜 노예처럼 부려먹는 장면들에서 드라마 <수리남>은 기독교 신앙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수리남 마약왕 사이비 목사
▲작중 전요환의 마수에 빠져 사이비 종교에 소속되어 노예처럼 살아가는 이들.

<수리남>에서 기독교 신앙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과 부정적인 반응 중 어느 편이 더 크게 드러나는지 묻는다면, 시청자들 모두가 후자라고 답변할 것이다. 박혜진의 신앙은 짧고 잔잔하게 묘사되는 반면, 전요환의 사이비 목사 노릇과 그에 결부된 악질적인 행위들은 서사가 이어지는 내내 강렬하게 표현되기 때문이다. 

사실 작중 전요환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수리남 마약왕 조봉행은 실제 현실에서 결코 사이비 목사나 교주 노릇을 한 적이 없다. 게다가 현실에서의 조봉행은 대단히 치밀하고 신중한 성격이어서, 자신이 마약으로 돈을 벌어들인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않기 위해 크게 사치를 부리지 않고 그렇게 크지 않은 집에서 눈에 띄지 않게 생활했다.

반면 작중 전요환은 뜬금없이 사이비 목사이자 교주 노릇을 하는 데다 대저택에 사병을 거느리고 수시로 향락을 즐긴다.

즉 전요환에 대한 캐릭터 묘사는 현실과 전혀 다른 설정들로 점철되어 있다. 그에 비해 강인구에 대한 묘사는 실제 현실에서 전요환 검거에 도움을 준 인물의 활약과 별반 차이가 없는 편이다.

즉 전요환이 목사 노릇을 하면서 저열하고 악독한 범죄를 저지르는 자극적 설정은 순전히 기독교 신앙에 대한 반감을 표하기 위해 가미된 각색에 불과한 것이다.

◈드라마 속 반기독교 메시지: 모더니즘에 입각한 진보 이념이 지탄하는 기독교 신앙

이처럼 <수리남>은 원래 현실과는 전혀 다르게 기독교 코드를 집어넣어 기독교 신앙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부정적인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는 <수리남>의 제작사가 넷플릭스라는 점에서 크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 넷플릭스에서 투자하고 제작한 드라마 가운데 기독교 신앙에 대해 긍정적으로 표현한 작품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나마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인 <두 교황>이 가톨릭의 개방적이고 진보적인 태도를 멋지게 그려내고 있지만, 이 영화도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톨릭 교회의 신앙 전통에 우호적인 것이 아니라 다원주의와 정치적 올바름 사상을 수용하려는 자세를 긍정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가톨릭 전통 신앙은 오히려 인권신장과 평등추구, 그리고 혐오방지에 방해되는 요소, 반드시 혁파되어야 할 요소로 소개되고 있다. 

두 교황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두 교황>.

넷플릭스가 이처럼 전통적인 기독교 신앙에 부정적이고 반감 어린 태도를 보이는 가장 주된 이유는, 해당 매체가 모더니즘에 입각한 진보 이념을 콘텐츠 발굴 및 투자 철학과 기준으로 삼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대중문화계 인사들 대다수는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대부분 진보좌파 이념을 추종하는 경우가 많다.

문화예술은 표현의 자유와 창의성을 양분 삼아 개화한다. 반면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이념이나 사상, 특히 종교적 믿음은 문화예술의 표현 범위를 일정한 틀 안에 가두려 한다.

이에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때로는 거의 맹목적이라고 할만큼 진보 이념에 천착한다.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가치관이나 신앙이 자신들의 창의성과 예술적 표현의 열망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더니즘은 대중문화계 인사들의 이런 진보주의적 성향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사상적 지지대가 되어준다. 서구에서 모더니즘을 발아시킨 이들, 즉 근대 계몽주의자들은 세계를 인식하고 삶을 꾸려나가는 방식에 있어 하나님 말씀인 성경에 주로 기대었던 선조들을 마땅치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근대 모더니즘의 창시자들은 하나님께 주도권이 주어져 있던 학문과 예술의 영역을 인간의 이성과 합리, 그리고 감정으로 지배하기 원했고, 따라서 기독교 신앙을 비난하거나 배척하거나 변개하는 데 열심을 냈다. 이들은 학문과 예술을 지배하는 권력을 원했고, 실제로 그것을 쟁취하기에 이르렀다.

문화예술에 대한, 대중문화 콘텐츠에 대한 넷플릭스의 철학은 이 모더니즘에 바탕을 둔 진보주의 이념을 표방한다. 이 이념이 정치적 올바름(PC)이라는 탈을 쓰고 있기에 마치 포스트모더니즘과 다원주의의 한 지류인 것처럼 비치지만, 실상 넷플릭스를 비롯한 최근 뉴미디어 업체들 대부분은 진정한 다원주의 단계에 이르지 못한, 여전히 서구중심적이고 자문화중심적 지배욕을 담은 모더니즘 성향을 보이고 있다. 

수리남 마약왕 사이비 목사
▲<수리남> 속 반기독교적 메시지는 넷플릭스의 근대적 진보이념에 입각한 문화권력 쟁취 욕망을 보여준다.

이는 그들이 기독교 신앙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확연하게 알 수 있다. 서구 계몽주의와 모더니즘이 궁극적으로 반기독교 성향으로 흘러가는 반면, 포스트모더니즘과 다원주의는 아예 무종교 및 종교 부정의 세태를 수긍하고 권고한다. 

반종교와 무종교는 그 성격이 엄연히 구별된다. 만일 넷플릭스가 진정 다원주의적 가치관을 추구한다면 유독 기독교에만 가혹한 편파적인 자세를 보일 것이 아니라, 모든 종교에 대해 현실적 삶을 기반으로 평등하게 평가하는 태도를 보였을 것이다.

다시 말해 <오징어 게임>이나 <지옥>과 마찬가지로 <수리남>에서도 재차 확인되는 반기독교적 태도는 아직 넷플릭스와 그들과 함께 일하는 감독들이 현대 다원주의 사고에조차 온전히 이르지 못한, 시대에 뒤떨어진 근대적 사고방식으로 기독교 신앙을 바라보고 있다는 증거나 다름 없다. <계속> 

박욱주

박욱주 박사(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