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 목사(월드쉐어 USA)
(Photo : 기독일보) 강태광 목사(월드쉐어 USA)

토마스 모어를 빼고서는 영국의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을 생각할 수 없습니다. 토마스 모어는 천주교 편에 섰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작품으로 종교개혁이 토양이 마련되었습니다. 토마스 모어는 에라스무스와 더불어 북유럽의 르네상스를 주도했습니다. 토마스 모어는 당대 최고의 인문 학자였습니다. 토마스 모어는 소설과 같은 삶을 살았습니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고 성장했던 토마스 모어는 변호사로 사회생활을 출발했다가 수도사가 되었고, 당시 왕 헨리8세의 도움으로 하원의원이 되고 대법원장을 지냈습니다.

그러나 헨리 8세의 재혼을 반대함으로 위기를 만납니다. 갑작스런 형의 죽음으로 형수 캐서린과 결혼했던 헨리8세는 궁녀 앤불린을 사랑하게 되자 캐서린과 이혼하고 앤불린과 결혼하려는데 토마스 모어가 반대했습니다. 격노한 헨리8세는 토마스 모어를 런던탑에 유폐시켰다가 결국 사형시킵니다.

그의 인격과 여유는 사형장에서 빛납니다, 토마스 모어의 명성과 인격을 아는 형리들이 긴장해서 사형집행을 못하자 그들을 하나씩 포옹해주며 용기 내어 맡은 일에 충실하라고 격려했습니다. 그리고 "수염은 반란에 가담하지 않았으니 수염을 자르지 마시오!"했답니다. 그의 품격이 돋보입니다. 

<유토피아>는 토머스 모어와 리파엘 히슬로다에우스의 대화입니다. 토마스 모어는 친구 피터 자일스(Peter Giles)의 소개로 경험 많고 현명한, 철학자요 탐험가인 라파엘 히쓸로다에우스를 만납니다. 라파엘은 아메리고 베스푸치(Amerigo Vespucci) 탐험 팀의 일원으로 세상을 구경했었습니다.

포르투갈 출신인 라파엘은 라틴어에 능통하며 그리스어에 조예가 깊고 철학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는 아메리고 베스푸치(1451~1512)의 항해 팀에 인원으로 세계 여러 곳을 구경했습니다. 베스푸치는 신대륙 초기 탐험가로서 그의 이름에서 '아메리카'라는 지명이 생겼습니다.

라파엘은 베스푸치의 제4차 여행 때(1504년)에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는데, 유토피아라는 섬을 발견했답니다. 그 유토피아 섬은 영국과 조건이 비슷한 섬이었었습니다. 그는 그 섬에서 5년 이상 머물었습니다. 라파엘은 그곳에서 보고 들은 유토피아인의 삶과 제도들을 토마스 모어에게 들려줍니다.

<유토피아>는 2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권을 먼저 쓰고 1권을 나중에 쓴 것 같습니다. 제1권은 당시 영국을 포함한 유럽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고, 제2권은 유토피아 공화국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제1권은 영국 농부들 대부분이 비참하게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도시로 가야하고, 특히 방랑, 구걸 또는 절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개탄합니다.

당시 영국은 양모의 생산을 늘리기 위해 경작용 농지를 목장으로 만들고, 가옥을 헐었습니다. 남겨 진 교회는 양 우리 용 이었습니다. 결국 농민들은 땅과 집이 없어 걸인이 되고 도적이 되었습니다. 작가의 표현을 빌리면 '양이 사람을 먹어 치우는' 상황이었습니다. 사태를 악화시킨 것은 모든 사회계층에 만연한 사치 풍조와 사행성 오락이었습니다.

모어는 사회가 도둑을 양산하는 상황에서 가벼운 절도죄도 교수형에 처하는 엄벌주의의 부당성을 비판합니다. 모세 율법에서 절도는 벌금형임을 상기시키면서, 절도범을 살인범처럼 극형으로 처벌함에 불합리성을 주장합니다. 대안으로 절도범을 공공사업장에 중노동형에 처할 것을 권합니다.

<유토피아>의 제2권은 라파엘의 유토피아 견문록입니다. 유토피아의 지형, 도시, 경제, 결혼제도, 전쟁, 종교, 가치관 등이 상세하게 소개됩니다. 유토피아는 섬인데 54개 도시가 있고, 수도 아마우로툼도 런던과 흡사해서 영국과 유사한 조건입니다. 농지는 재산이 아닌 경작지입니다.

도시 주민은 교대로 시골에 나와 거주합니다. 집은 제비뽑기에 의해 할당되며 10년 마다 이사합니다. 시민들은 공동생활을 합니다. 식사는 집이 아닌 회관에 모여 함께 식사합니다. 회관 허드렛일은 모두 노예들이 합니다. 

유토피아 사람들은 하루에 여섯 시간 즉, 오전에 세 시간, 점심 먹고 두 시간 쉰 다음에 다시 세 시간 일하고 저녁을 먹습니다. 저녁 8시경 잠자리에 들어 여덟 시간 동안 잡니다. 일하고, 밥 먹고, 잠자는 시간 이외의 낮 시간에는 기호에 따라 자유롭게 보내는데, 주로 지적 활동을 합니다.

유토피아 공화국에서는 돈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물론 돈은 있지만 돈을 만드는 데 쓰이는 금과 은을 그 금속 자체가 지니고 있는 실용가치 이상으로는 평가하지 않는 방식으로 유통됩니다. 또한 금을 하찮게 취급합니다. 가령 요강, 변기, 노예를 묶는 사슬과 족쇄 따위를 순금으로 만듭니다.

유토피아에서는 여자는 18세, 남자는 22세에 결혼할 수 있습니다. 혼전성교가 발각된 엄중한 처벌을 받고, 특별사면이 없으면 평생 결혼할 수 없습니다. 결혼 전 남녀 모두 보호자 입회하에 상대방에게 알몸으로 선보입니다. 결혼 후에 중대한 신체적 결함으로 야기되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일부일처제를 엄수하며 부부는 죽음에 의해서만 헤어집니다. 간통한 자들에게는 가혹한 노예형이 선고되고, 두 번째이면 사형으로 처벌합니다.

유토피아인의 여행은 시장이 발행한 여행증 소지자의 단체여행이 가능합니다. 여행증 없이 본거지를 떠났다가 붙잡히면 탈주자로 엄벌을 받고, 한 번 더 그런 짓을 하면 노예가 됩니다. 여행중에도 농촌에 가서 오전이나 오후 한나절 일을 하지 않으며 먹을 것을 얻을 수 없습니다.

<유토피아>가 그리는 사회 중 상당부분은 당시 영국과 유럽 사회에 대한 풍자와 비판이 깔려있습니다. 그런데 유토피아가 풍자하는 사회의 부조리는 당시 영국과 유럽의 문제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 현실과도 흡사합니다. 그래서 토마스 모어는 금과 은을 천박하게 여기는 유토피아를 보여주면서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습니다. 

토마스 모어가 그렸던 유토피아는 이상적인 국가입니다. 토마스 모어의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그려진 가상사회 유토피아는 참 행복이 무엇인가를 그리고 있습니다. 유토피아는 구성원 모두의 행복을 추구하는 사회입니다. 이 책 한권으로 영국 사회는 물론 온 유럽이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되었고 종교개혁의 기운이 온 사회에 만연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