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잃고 다니던 신학과 수업에서 다시 회심 경험
하나님 잃고 방황과 회의감, 하나님 다시 찾고 회복
예전의 자신처럼 의심하고 질문하는 이들에게 사역
"사실 역사 속에서 하나님을 전하기 좋지 않은 시대는 없었다. 그럼에도 오늘날 사람들이 더 이상 교회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 이유는 교회의 부정적 모습 때문이기도 하지만, 교회가 어떻게 현 시대에 복음을 전해야 하는지를 놓치고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복음이 정말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라면, 복음은 어떤 시대에도 가장 매력적인 메시지다. 단 시대와 문화의 변화에 맞춰 복음을 전하는 방식은 변화될 필요성이 있다." (프롤로그)
기독교와 하나님을 향한 물음에 답하는 인스타그램 페이지 '물음에 답하다'. 4만 6천여 명이 '구독'하고 있는 페이지를 운영하는 조재욱 목사가 지난해 <보통의 질문들>에 이어, '흔들리는 청년들의 7가지 질문'이라는 부제를 담은 책 <물음에 답하다>를 펴냈다.
세상의 물음에 이 시대의 언어로 답하며 복음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조 목사는 이 책에서 믿거나 믿지 않는 청년들로부터 수없이 받은 질문들을 크게 7가지 주제로 정리하고, 성경과 복음이 뭐라고 답하는지 소개하고 있다. 본지는 서울 구로 지역에서 작은 공동체를 이끌고 있는 조재욱 목사와의 인터뷰를 두 차례로 나눠 게재한다.
물음에 답하다
조재욱 | 두란노 | 236쪽 | 13,000원
-<보통의 질문들> 이후 1년 만에 인스타그램명과 같은 <물음에 답하다>를 출간하셨습니다. 두 책의 반응이 어떻게 달랐나요.
"이번 책은 목사님들이 좋게 평가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청년들과 소통할 때 용이하고, 청년들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좋다고 해주셨습니다.
첫 책인 <보통의 질문들>은 신앙이 옅은 분들의 반응이 좋았습니다. 간결하면서도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을 담아서, 학생들에게도 반응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목회자가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교회 목사님께서 신학을 권유하셨습니다. 저는 별 생각이 없었고, 집과 총신대가 가까워서 처음엔 다른 학교에 편입하기 위해 총신대 신학과에 들어갔습니다. 총신대 신학과가 서울에 있다는 걸 처음 알았을 정도였습니다(웃음).
생각 없이 신학과에 가니, 재미가 없었습니다. 학교 생활도 거의 하지 않다가 군대에 갔는데, 심리적·정서적·신체적으로 적응이 힘들었습니다.
군 생활 2년간 신앙을 버렸습니다. 기도했는데 어떤 응답도 없이 더 힘들어지다 보니 원망이 생겼고, 신이 없는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열심히 기도했는데 이런 기도도 들어주시지 않는 신이 존재할까 의심이 생겼던 것입니다. 아예 기독교를 떠났고, 전역 후에도 편입만 생각했습니다.
편입을 위해 학점을 메꾸려다 보니 신학과 수업을 들어야 했는데, 그러면서 하나님을 다시 믿게 됐습니다. 하나님을 오해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시험에 들기도 하고 원망하기도 하고 하나님을 떠났던 이유는 하나님이 계시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을 잘못 믿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내가 믿던 하나님은 성경의 하나님이 아니었다는, 굉장한 충격을 받고 다시 회심하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하나님을 믿는다는 게 굉장히 멋있다고 느꼈습니다.
하나님을 잠시 떠났을 때, 두 가지 감정을 느꼈습니다. 먼저 이제까지 왜 이렇게 살았을까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쾌락과 즐거움을 추구하고, 놀 만큼 놀았어야 했다는 것이지요.
둘째로는 내 인생을 책임질 사람이 없는, 적자생존의 삶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내 힘으로 살아남는 것이 인생이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했습니다. 굉장히 날카로워지고 공격적으로 변했습니다.
그러다 하나님을 다시 알아가면서, 다시 길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은 이렇게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고, 하나님 안에 있는 평안이 무엇인지 느꼈고, 이런 하나님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일이 굉장히 매력적임을 깨닫게 됐습니다.
이후 하나님 밖에서 예전의 저처럼 방황하고 의심하고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생겼습니다. 꼭 신앙적 질문이 아니라도, 인생에 대한 질문이 생긴 사람들 말입니다."
목사보다 인간 조재욱의 부르심과 목적 찾기 시작
팀 켈러 통해 현대인들에 복음 전하는 방법 배워
세상 논리 한계와 모순점 드러내고 진짜 길 제시
-인스타그램 페이지 '물음에 답하다'의 시작인가요.
"네. 인스타그램(인스타)은 3-4년 전부터고요. 목회자의 길을 가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어떤 사역을 할지는 다른 문제였습니다. 하나님은 단순히 제가 목사가 되겠다는 것보다, 인간 조재욱으로 이 세상에서 하나님께서 원하는 목적과 뜻을 따라 살 수 있도록 주신 나의 삶은 무엇일까가 궁금했습니다. 목사직은 제 삶의 한 부분에 불과하니까요.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하는지 알 때, 목사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 것 같았습니다. 단순히 부목사로 이력을 쌓아 담임목사가 되는 것은 제 길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저를 담임목사로 부르신 것이 아니라, 하나님 자녀로 부르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고민하다 스스로 돌아보고 탐구하고 공부하면서 발견한 것이, 예전 하나님을 떠났던 경험이었습니다. 그 경험 때문에 하나님을 떠나 있거나 하나님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졌고, 그들과 어떻게 대화할지 고민했습니다.
그들과의 대화는 쉽지 않았습니다. 사영리만으로 하나님께로 돌아오지는 않았습니다. 논쟁과 다툼, 마음 상함으로 끝날 수도 있고, 제가 오히려 그들의 말에 작아지면서 뭐라고 답할지 모르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들 인생의 문제에 기독교는 의미있는 답을 주지 못하는 것일까? 복음이 그렇게 초라한 것일까?' 고민하던 차에, 팀 켈러를 만났습니다. 그의 책을 읽고, 현대인에게 이런 식으로 하나님을 전할 수 있겠구나 싶어 따라해 봤지만, 우리 상황에 딱 맞지는 않았습니다.
팀 켈러의 방향성은 뉴욕 맨해튼 지식인들을 위한 것이기에, 오늘날 한국 청년층에게는 그들의 이야기로 들리지 않고 와닿지 않았던 것입니다.
팀 켈러를 통해, 복음을 인간의 실제적 삶과 인생 이야기로 어떻게 전할 수 있는지를 배웠습니다. 이후에는 한국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계속됐습니다. 비기독교인들의 여러 질문을 검토해 보니, 다양한 내용이지만 주제가 몇몇 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걸 발견했습니다.
이 주제에 대해 성경과 복음이 어떤 길을 제시하는지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어. 너는 대답만 하면 돼)'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언어와 그들에게 익숙한 세상 매체를 활용해서 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더 많은 비기독교인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대화하고 싶습니다. 문제는 대화하고 싶다 해서, 그들이 듣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인스타를 보니 일반 계정에는 카드뉴스 형식의 글이 많았는데, 기독교에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이야기를 건네면 좋겠다 싶어 인스타 페이지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반응이 별로 없었지만, 4개월쯤 지나면서 팔로어가 늘면서 2만 명이 됐습니다."
▲'물음에 답하다' 인스타 페이지. |
-여러 질문에 답하고 계신데, 원칙이나 기준이 있으신지요.
"사용하는 틀이 있습니다. 먼저 사람들은 고민이 있을 때, 각자 그 답을 나름대로 어딘가에서 듣고 있습니다. 보통은 성경 바깥, 세상의 문화나 여러 매체들을 통해서입니다.
그래서 저는 성경 바깥의 해결책이나 이야기들에서 생기는 한계점을 드러냅니다. 우리는 '세상은 이런데 기독교는 왜 그래요?'라는 말을 듣습니다. 저는 '세상의 말이 그럴듯하지만, 과연 그럴까요?'라고 되묻습니다. 그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이야기부터 따져 봅니다.
그 이야기 속의 한계와 모순점을 드러내고, 기독교가 그걸 어떻게 바로잡아 주면서 세상보다 설득력 있는 진짜 길을 제시하는지 보여줍니다. 이것이 팀 켈러의 방식인데, 한국 사람들에게 맞는 방식으로 적용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답정너' 식이 아니라고 하셨는데, 접근과 소통법이 다를 뿐, 우리가 줄 수 있는 '답'은 정해져 있는 것 아닌가요.
"네, 하지만 '답정너'를 '답정너'처럼 들리지 않게 하는 것이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아주 중요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성경 이야기도 그들에게 익숙한 매체와 언어에서 나오는 비슷한 이야기들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죽음에 관해 이야기한다면,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중 아들이 아빠에게 질문했던 내용을 따오는 것입니다. 불교 집안에서 한 연예인 아버지가 아들에게 '우리는 영원히 살 수 없지만, 그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야. 지금 함께 목욕하면서 행복하게 살면 돼'라고 답했지만, 그 장면에서 아들은 눈물을 흘립니다.
그 말은 죽음이 자연스럽다는 것을 알지만, 감정적으로는 슬픈 일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음을 뜻합니다. 그래서 자연스럽지만, 우는 것입니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냈을 때는 더더욱 그렇겠지요.
성경에서는 예수님께서는 나사로의 죽음을 접한 뒤 우셨지만,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그를 살리십니다. 예수님을 통해 우리가 죽음을 이길 수 있다는 메시지입니다. 그렇게 접근한다면,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그들이 이 이야기만으로 바로 하나님을 믿지는 않을 것입니다. 죽음에 대한 사람들의 평소 생각과 다른 길과 방향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기독교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우리가 세상에서 죽음을 생각할 때 경험할 수밖에 없는 한계와 슬픔, 아픔이 기독교에는 없을 수 있겠구나 생각하면서 발을 들일 수 있는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그렇게 그들의 마음을 연 다음, 복음을 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귀를 열고 들으려 할 때 복음을 전하면, 95% 이상 회심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