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사마리아 수가성에서 여인을 만나셨습니다. 이것은 당시의 기준으로 보면 획기적인 사건입니다. 예수님께서 사마리아를 지나가신 것도, 수가성 우물가를 찾으신 것도, 사마리아 여인과 대화를 나누신 것도 모두 획기적 사건입니다. 예수님께서 사마리아의 여인을 만나 대화하신 것에는 몇 개의 장애물들이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과 그 여인 사이에 놓였던 몇 개의 다리를 건너는 모험(?)을 감행하셨습니다.
첫째, 예수님께서는 인종의 다리를 건너셨습니다. 유대인과 사마리아인은 다른 민족이라고 여겼습니다. 심지어 양 민족에는 묘한 적대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유대인이신 예수님께서 사마리아 여인을 만나신 것입니다. 둘째로 예수님께서는 종교의 다리를 건너셨습니다. 비록 여호와 하나님을 섬기는 신앙이었지만 예루살렘 성전을 중심으로 모이는 유대인들의 신앙과 그리심산 성전을 중심으로 모이는 사마리아인의 신앙은 많이 달랐습니다. 같은 종교가 아니었습니다. 셋째로 남녀의 성별이 달랐습니다. 당시 남녀의 개인적인 만남은 용인될 수 없는 사회였습니다. 넷째로 예수님은 윤리적 편견을 뛰어 넘었습니다. 이 여인이 가진 윤리적 흠결은 예수님께서 무시하실 수 없는 장애물이었지만 예수님께서는 쉽게 뛰어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여러 장애들을 뛰어넘고 이 여인을 만나 주셨습니다.
수가성은 그리심(Gerizim) 산과 에발(Ebal) 산 사이에 있는 협곡의 입구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합니다. 수가성은 도로변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남북으로는 예루살렘과 갈릴 리가 연결된 도로가 발달해 있었습니다. 그리고 동서로는 사마리아와 지중해가 연결된 도로가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수가의 야곱 우물은 교통의 요지에 위치했고 여행 중이던 예수님께서 자연스럽게 발길을 멈추실 수 있었던 장소입니다.
이 위대한 만남의 장소가 수가성 입구에 있는 야곱의 우물이었습니다. 야곱의 우물의 위치와 기원에 관해서 통일된 견해는 없습니다. 혹자는 야곱이 라헬을 만났던 우물(창 29:1~9)을 야곱의 우물이라고 말합니다. 혹자는 수가성이 세겜 근처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야곱이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에 샀던 세겜 땅(창33:18~20)에 야곱이 팠던 우물일 것이라고 말합니다.
우물은 고대 근동 사회에서 다양한 역할을 했습니다. 먼저 우물은 삶을 위한 젖줄이었습니다. 우물이 있는 곳에 마을이 발달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우물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식수가 되었고, 우물의 물로 농지가 개발되었습니다. 고대 근동에서 우물은 생명을 가능케 하는 젖줄이었습니다. 대단히 중요한 존재였습니다.
둘째로 우물은 영적인 계시의 장소였습니다. 창16장에 하갈이 광야에서 방황할 때에 천사가 나타나 하나님의 뜻을 전합니다. 그 천사가 나타난 곳이 우물이었습니다. 창22장에 이삭은 우물을 빼앗깁니다. 그런데 파는 곳마다 물이 나와 우물이 됩니다. 우물을 빼앗긴 이삭에게 주변 부족국가가 화친을 청합니다. 우물을 파는 것이 하나님의 동행하심의 증거가 되었습니다.
셋째로 우물은 만남의 장소였습니다. 구약에서 우물은 중요한 만남이 이뤄지는 장소였습니다. 특히 배우자를 만나는 장소가 우물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의 종이 이삭의 배우자를 찾아서 여행할 때 리브가를 만난 곳이 우물(창24:)이었습니다. 야곱이 하란 땅으로 도망을 나와 자신의 미래 아내 라헬을 만난 곳도 우물(창29)이었습니다. 모세가 미디안의 제사장 이드로의 일곱 딸을 만난 장소도 우물이었습니다. 이 우물에서 모세는 아내 십보라를 만납니다(출2:16~22).
넷째로 우물은 은신의 장소로 활용되었습니다. 압살롬이 아버지 다윗왕을 반역하여 쿠데타를 꾀할 때였습니다. 그 계략을 미리 알아차린 요나단과 아히마아스가 다윗에게 그 소식을 전하려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행적이 압살롬에게 발각되자 그 두 사람은 바후림 어떤 사람의 집에 있는 우물 속으로 내려갔습니다. 이에 그 집 주인이 우물 뚜껑을 닫고 우물 뚜껑 위에 곡식을 두어 두 사람을 숨겨 줍니다(삼하17:15~20).
다섯째 우물은 은유적 표현의 도구로 사용됩니다. 이는 시가서에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잠언서 5장에서 우물은 아내(잠5:15. 잠23:27)로 은유하고 있습니다. 시편 69:16은 우물이 위험한 재앙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시55:23은 우물을 하나님께서 사용하시는 심판의 도구로 언급합니다.
성서 지리학자들은 야곱의 우물 위치를 그리심산의 입구라고 주장합니다. 이런 주장은 그리스정교회의 전통과 무슬림의 전설과도 일치합니다. 둘 다 공히 야곱의 우물을 소중한 신앙적 자산으로 여기고 같은 장소를 지목합니다. 지금 야곱의 우물이라고 주장하는 곳에 그리스 정교회가 교회당을 건축 중에 있습니다. 구약은 야곱의 우물에 관해서 침묵합니다. 성서 지리학자들은 이 지역은 야곱의 무덤이 있고, 요셉의 후손들이 할당 받은 땅인 세겜 지역이라고 봅니다.
반면에 수가성은 조금 더 복잡합니다. 성서 지리학자들은 야곱의 우물 주변에 수가성 옛 터를 특정합니다. 반면에 세겜(Sychem)의 변형된 이름이 수가(Sychar)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수가성의 위치는 현재 특정하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장소에 대한 확증은 어렵지만 예수님께서 수가성에서 남긴 다문화적 사역의 모범은 찬란히 빛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