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 드 산티스 미국 플로리다 주지사가 지난달 28일 공립학교와 제3자가 유치원부터 3학년 사이의 학생들과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금지하는 하원 법안(HB 1557)에 서명했다.

이 법안은 교육구가 자녀의 정신적, 신체적, 정서적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변화에 대해 부모에게 알려야 하며, 부모에게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 행위는 금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에 대한 학교 교직원이나 제3자의 교실 수업은 유치원생에서 3학년까지 주정부 기준에 따른 연령이나 발달에 있어 부적합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고 규정한다.

HB 1557 법안은 미국의 일부 교육구가 어린아이들이 자신을 다른 성별이나 새로운 이름으로 인식해도 학부모에게 알리지 않고 있다는 우려 속에서 발의됐다.

론 드 산티스 주지사는 성명에서 “부모의 권리를 위한 승리라고 생각한다”면서 “학부모의 권리가 전국적으로 점점 더 공격받고 있지만 플로리다는 부모의 권리와 자녀 교육에서 부모의 기본적인 역할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 “부모는 학교에서 자녀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에 대해 충분히 알 권리가 있으며, 5세 미만의 어린 자녀들에 성적 특징을 부여하기 위해 교실 수업을 사용하는 학교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고 했다.

학교가 특정 상황에서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 문제를 논의할 수 없다는 조항은 동성애 지지자들의 즉각적인 반발을 샀다. 그들은 이 법안을 ‘게이라고 말하지 마세요(Don’t Say Gay)’라고 명명하며, 주지사의 결정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플로리다 가족정책위원회(FFPC)는 동성애 지지자들이 “입법 내용에 대해 고의적인 허위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존 스탬버 FFPC 위원장은 성명에서 “학교들이 교육보다 세뇌에 더 관심을 갖게 되어 이 법이 필요하다”면서 “이는 ‘게이라고 말하지 마세요’ 법안이 아니다. 그것은 ‘내 아들을 딸로 만들지 말라’는 법안”이라고 했다.

또 “어린 초등학생들은 트랜스젠더주의나 부모가 해롭다고 생각하며 자녀에게 최선의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인간의 성에 대한 급진적인 관점을 접할 필요가 없다”가 강조했다.

마미애미 리온 카운티의 학부모인 제뉴얼리 리틀존은 성명에서 “자녀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결정에서 부모를 배제하는 것은, 부모의 의견과 권위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시민자유연합(ACLU)은 이 법안이 동성 커플에 의해 양육된 자녀들이 가정의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는 등의 해악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애이미 터커 ACLU 임시 전무이사는 성명에서 이 법이 “교사와 학생의 LGBT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논의를 침묵시킨다는 점에 있어 위헌”이라며 “부모에 대한 토론 금지는 합법적인 교육 목적에 도움이 안 되며, 실제로 학생들에게 해롭다. 모든 청소년은 검열이나 차별 없는, 포괄적이고 정확한 교육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플로리다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인 에반 젠 의원은 새 법안이 “고위 공직에 출마하는 과정에서 한 사람의 인지도를 높이려는 정치적 방해에 불과하다”면서 “법안 후원자들과 주지사는 성소수자(LGBTQ) 공동체를 좋아하지 않으며, 의제를 발전시키고자 성소수자의 안전을 희생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