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의 기적이냐, 아마겟돈의 서곡이냐. 우리의 대처에 달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점점 격화되고 있다. 국제정치 전문가인 전 우크라이나 대사 이양구 집사(사랑의교회)는 "푸틴에게서, 거듭된 재앙에도 이스라엘 민족의 출애굽을 허락하지 않았던 바로의 모습을 보았다"고 했다.
그는 "지금쯤 양보와 타협을 해야 하는데, 과거의 푸틴이 아닌 것 같다"며 '보이지 않는 손'인 '하나님의 주권'을 강조했다. 푸틴의 점점 강경해지는 모습에 '폭력', '선동', '공포' 등 성경적 가치와 반대된 전체주의·사회주의의 단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푸틴의 완악함, 국제사회의 반전여론, 우크라이나의 결사항전, 러시아 내 반전시위 등, 이스라엘 백성들과 함께하셨던 하나님의 10가지 기적이 이번 전쟁에서도 발견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의 희생을 통해 주신 대각성의 메시지를 전 세계가 어떻게 성찰하느냐에 따라, 이는 홍해의 기적이 될 수도, 아마겟돈의 서곡이 될 수도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가까이에서 지켜 본 푸틴은 의외로 동성애를 반대하는 등 보수적인 가치를 중요시한다고 했다. 하지만 동로마의 후계자라는 자신들만의 정통성에 붙잡혀 이 같은 사태를 일으키고 있다고. 반면 대통령 당선 때부터 지켜 본 젤렌스키는 일개 코미디언을 넘어 연예사업 분야 CEO로서 커뮤니케이션에 상당한 자질을 갖춘 인물이었으며, 전면전 사태를 차단하지 못한 아쉬움도 있지만 목숨을 건 항전으로 국민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 주고 있다고 했다.
이 집사는 치킨게임처럼 흐르는 사태에서 푸틴이 더 이상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도록, 러시아의 요구사항을 진지하게 들여다 보고 창의적 해결책을 빨리 제시하는 데 출구가 있다고 했다. 앞선 인터뷰에서 거론했듯, 향후 건강해진 러시아가 '중국 견제' 등 국제사회에서 감당할 역할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교회를 향해선 "말씀이 아닌 의식에 치우쳐 성찰의 기능을 잃어버린 러시아·우크라이나 정교회의 문제점을 보며 통렬한 자기 반성을 해야 한다"고, 대한민국을 향해선 "자유민주주의 위에 서 있는지 어둠의 세력 위에 서 있는지 정체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이 집사는 2016년부터 2019년도까지 우크라이나 대사를 역임했다. 그 전에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대한민국총영사, 외교통상부 조정기획관, 카자흐스탄 총영사, 러시아 CIS 과장, 미국 LA 총영사 등을 역임했고, 현재는 동북아공동체문화재단 상임대표로 있다. 본지 크리스천투데이와의의 인터뷰는 3월 8일 진행했다. 다음은 이 집사와의 일문일답.
출애굽 10개 기적 중 이미 8, 9가지 나타난 듯
우리가 해야 했던 희생, 우크라이나가 대신...
-크리스천은 이번 전쟁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해야 하나요.
"외교관으로서, 또한 국부로서 존경하는 이승만 대통령은 모든 사안을 성경적인 관점에서 보려 했습니다. 저도 국제정치적인 관점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들, 풀 수 없는 문제를 많이 봤습니다. 이 사건 안에 분명 역사의 주관자 되신 하나님의 큰 그림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첫째는 모세와 바로, 홍해의 사건이 떠올랐습니다. 바로가 많은 기적을 보고 피해를 당하면서도 이스라엘 백성을 해방시키지 않는데, 지금 푸틴은 과거의 그의 모습이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쯤이면 양보와 타협을 해야 하는데, 계속 강하게 가는 것이 바로의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아마 하나님께서 푸틴뿐만 아니라, 독재자·권위주의자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 주시는 게 아닌가. 그런데 이는 하나님에 대한 도전, 대적이잖아요. 이런 것에 대해선 하나님께서 확실하게 페널티를 주시는 것 같고. 두 번째는 권위주위·전체주의·사회주의 국가에 대한 경고라고 보거든요. 자유민주주의는 결국 성경적 가치를 존중하고, 사회주의·전체주의는 폭력·선동·공포 등 반성경적 가치잖아요. 성경에서 하지 말라는 것들을 가져와 겁을 주고 기만하고 가르는 것들....... 그래서 저는 이번 일에 분명 하나님의 개입이 있다고 봅니다.
▲이 전 대사는 "지금 우리는 홍해의 기적, 혹은 아마겟돈의 서곡의 기로에 서 있다. 우크라이나의 희생을 통해 전 세계에 대각성을 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
홍해의 기적 앞에는 10가지 기적이 있는데, 이미 그 중 8, 9가지는 나타난 것 같아요. 푸틴답지 않은 완악함도 기적이고, 우크라이나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전면전을 감행한 것도, 국제사회에 빠른 반전여론과 우크라이나를 도와야 한다는 운동이 확산된 것도, 러시아 내 50개 도시에서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반전시위가 일어난 것도요. 물론 기획은 푸틴이 했지만, 이를 끌고 가는 것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는 것 같아요. 자유민주주의가 금세 풍비박산이 날 것이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더 강하게 단결하는 모습을 보며, 사람의 판단을 뛰어넘는 영역이 있다고 봅니다.
결론이 어떻게 날 것인가. 우리가 잘하면 홍해의 기적이 되고 잘못하면 아마겟돈의 서곡이 될 수 있는, 양날의 두 가지 면을 다 봐야 합니다. 하나님이 우크라이나의 희생을 통해 전 세계에 대각성을 주시는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의 모범적인 기독교 국가지만 정말 러시아·우크라이나 정교회보다 나은 게 뭐가 있는지, 우리가 맞았을 수 있었던 뺨을 우크라이나가 대신 맞고 있는데 우리가 해야 했던 역할을 하지 못한 점은 없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의 피로 우리를 구원하신 것처럼, 우크라이나는 어떻게 보면 속죄양과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믿는 자들이 정신을 차리라는 경고도 있다고 봅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메시지를 잘 알고 대각성을 할 때 홍해의 기적이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고 남의 문제로만 보고 크리스천답지 못하게 숨는다면 또 다른 시나리오로 갈 수 있습니다. 푸틴이 지금 전혀 양보할 기색이 없습니다. 조심해야 할 때입니다."
푸틴, 의외로 매우 보수적·성경적 가치 중시
'동로마 후계자' 자부심과 메시야적 사상도
젤렌스키, 상당한 커뮤니케이션 능력 갖춰
-가까이에서 지켜봤던 푸틴은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잘못된 이미지가 있지만, 굉장히 독실한 러시아정교회 신자고, 동성애를 반대하고, 보수적인 성경적 가치를 강조합니다. 유럽과 미국 등에 세속화된 것들이 많은데, 푸틴은 성경의 순수성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있고 이런 점은 새롭게 봐야 할 부분입니다. 약간 메시야적인 사상도 있습니다. 남들은 인정하지 않지만, 러시아가 동로마의 후계자라는 정통성에 대한 자부심이 있고, 오소독스(정통)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동로마의 정통성과 사명을 이어받아, 하나님을 위해 이렇게 한다는 세계관을 푸틴 스스로는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젤렌스키는 어땠습니까.
"젤렌스키가 2019년 4월 대통령에 당선될 당시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처음에는 비정치인이 정치에 들어오는 것도 의외였고, 우크라이나와 같이 상당히 문제가 많고 리스크가 큰 나라에 저런 분이 대통령을 해도 될까 하는 우려가 솔직히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분이 코미디언일 뿐만 아니라 배우이면서 SM의 이수만 씨와 같은 엔터테인먼트 CEO예요. 자질이 상당히 있는 분이라 보이고, 실제 선거 캠페인 과정을 보니 커뮤니케이션의 달인입니다. 10만 명 들어오는 대형 스타디움에서 포로셴코 현직 대통령에게 공개 토론 도전장을 던지더라구요. 누가 주도권을 갖는가가 중요한데 말이죠. 그런 장면을 몇 번 봤습니다. 누가 현직 대통령으로서 프리미엄이 있는지 모를 정도로요.
또한 국민과 SNS 등을 통해 소통하고, 국민들의 의견을 경청해 정치에 반영하는 것을 보면 상당히 정치적인 감이 있습니다. '국민의종'이라는 정치 드라마를 5년간 했는데, 그 자체도 상당히 수업이 많이 됐다는 생각도 들고, 뒤에서 백업하는 브레인들도 아주 뛰어나고 그 중 유대인이 많습니다.
물론 아쉬움도 있습니다. 2019년부터 3년간, 러시아가 언제든 도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좀 더 신중하게 국력을 키워나가며 사태를 막았으면 좋았을 텐데, 어쨌든 우크라이나의 가장 큰 위기에서 끝까지 목숨 걸고 항전하겠다는 위기관리 리더십을 잘 보여 주고, 국민을 통합하게 만든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할 부분인 것 같아요."
러시아 너무 코너로 몰면 모두에게 큰 부담
향후 건강해진 러시아, 국제사회 역할 필요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정체성 명확히 해야
▲그는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모호해진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며 "푸틴과 시진핑이 아닌 하나님의 눈치를 보고 정체성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번 사태의 출구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치킨게임처럼 흐르고 있습니다. 서방이 실탄이 더 많으니 버티고 있지만 괴로운 건 마찬가지고, 러시아를 너무 코너로 몰면 중국과 북한 등 사회주의·공산주의 국가들이 더 가까워지고 우리에게도 큰 부담입니다. 러시아의 요구도 어느 정도는 들어 주는 게 맞다고 봅니다. 러시아에 가했던 경제 제재도 완화하고, 서방의 자본과 기술로 러시아를 현대화하고 경제 발전을 이뤄 정치 발전으로 이어지게 하고, 최종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 러시아'를 만들어야 합니다. 러시아에게 '중국을 견제하는' 건설적인 역할도 기대할 수 있구요. 러시아가 느끼는 위협을 이해한다면 출구전략은 반드시 있는데, 서로 간에 감정이 너무 많이 섞였습니다. 중재자가 필요하고, 이 사태가 오래 가면 모두가 불행하기에, 3월 하순이 분기점이라 봅니다. 그때가 되면 눈도 녹고 땅이 질어져서 러시아의 전차부대도 가동할 수 없어요. 푸틴이 지금도 정상적이지 않은 면을 많이 보이는데, 그가 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러시아가 받아들일 수 있는 창의적인 해결책을 빨리 제의해야 합니다."
-이번 사태로 대한민국의 교회와 사회가 깨달아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요.
"이는 어떻게 보면 계시록 한 부분의 시작일 수도 있습니다. 하나님의 마음을 움직인다면 홍해의 기적이 나타날 수도, 그렇지 않다면 아마겟돈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크리스천들에게 던져지는 화두가 분명 있습니다. 정교회의 부족함을 이야기 했지만, 한국교회도 스스로 반성할 점이 없는지 통렬하게 봐야 합니다. '내 양을 치라'는 말씀처럼, 모든 믿는 사람이 '내 양을 치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국가적 차원에서는 자유민주주의에 서 있는가 어둠의 세력 위에 서 있는가, 정체성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사회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이념 갈등이 많은데, 생명을 중시하고 인류 보편적 가치를 중시하는 것이 경제적 이익보다 훨씬 앞서야지, '중국과의 관계가 나빠지면 기업이 어렵게 된다'는 이야기를 우선해선 안 됩니다. 우리가 지금 푸틴의 눈치를 볼 것인가, 시진핑의 눈치를 볼 것인가. 우리는 하나님의 눈치를 봐야 합니다. 우리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소명과 사명을 명확히 하는 것, 이번 사태를 통해 성경에서 주는 메시지가 아닌가 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