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목회자로서 나는 말씀을 전하러 강단에 올라갈 때마다 3가지 간절한 바람이 있다. 머리가 흔들리지 않고 똑바로 고정됐으면, 몸이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꼿꼿한 자세가 되었으면, 말을 더듬지 않고 유창하게 나왔으면 하는 바람 말이다.
다른 목사님들은 말씀을 전할 때 설교 내용을 신경 쓰고 염려하지만, 나는 설교 자체보다는 '머리가 많이 흔들리지 않을까', '말을 너무 더듬으면 안 되는데...' 하는, 내 몸 상태에 대한 걱정을 안고 단상에 오른다. 지난 12년의 목회 동안 수많은 곳에서 수없이 말씀을 전해왔지만 늘 이렇게 긴장되면서도 간절한 마음뿐이다.
하지만 하나님은 나의 이 간곡한 소원을 들어주시지 않는다. 대신 "내가 너의 등 뒤에서 너를 항상 붙잡아주고 도와줄 테니 아무 염려 말고 네 있는 모습 그대로 담대하게 나의 뜻을 전해라."고 말씀하신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오늘도 머리가 심하게 흔들리는 채로, 한쪽으로 기우뚱한 몸을 갖고, 또 더듬거리고 어눌한 발음으로 성도들을 향해 그분의 말씀을 힘차게 외치고 있다. 비록 몸은 흔들리고 기울었지만 마음과 정신만은 똑바르고 꼿꼿하리라 다짐하면서...
흔히 교회에서 집회를 인도할 때 내가 설교를 마치고 나면 담임목사님이 "이준수 목사님이 온몸으로 말씀을 전하셨다"고 하시곤 하는데, 그 말이 맞다. 나는 정말 온몸을 다 사용해 말씀을 선포하는 것이다. 나는 설교할 때 몸이 흔들려 원고를 보지 못하기 때문에 머리로는 며칠 동안 외운 전체 설교 문장을 끊임없이 기억해 내야하고, 손으로는 연상 흔들리는 고개를 잡아야 하며, 몸이 너무 기울지 않게 계속 의식적으로 균형을 잡아주어야 한다.
설교하는 30~40분 동안 온 근육과 신경이 잔뜩 긴장되고 힘이 들어가 몹시 지치고 땀이 비 오듯 쏟아져 겉옷까지 다 젖어버린다. 그래서 주일에 설교를 2번 해야 할 땐 양복도 두 벌 갖고 가 1부 예배 끝나고 갈아입곤 한다. 나에게는 설교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온몸 운동이고 유산소 운동이다.^^
나는 복음을 전하는 목회자들은 마치 '마이크'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님이 하시는 말씀을 성도들에게 전달해주는 마이크 말이다. 마이크 자체는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한다. 소리는 마이크를 갖고 사용하는 '주인'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마이크가 없으면 주인의 음성을 널리 전할 수 없으니 주인은 자신의 뜻을 백성들에게 전하기 위해 꼭 마이크를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그 마이크가 성능이 별로 좋지 않아 나오는 소리가 좀 뒤틀리고 발음이 명확하지 않더라도 원래 말씀을 선포하시는 분이 완전하고 전능하신 한, 그 '둔하고 뻣뻣한' 소리가 성도들의 귀에 정확히 전달되어 커다란 감화감동의 역사를 일으킨다는 것을 굳게 믿는다. 그리고 그 마이크의 배터리가 거의 소모되어 빨간 불이 켜지면 어디선가 다가오는 성령의 뜨거운 온기가 마이크를 다시 새롭게 충전시켜 마지막 순간까지 결코 꺼지지 않고 충실하게 말씀을 전달하리란 것도 깊이 확신한다.
비록 마이크는 너무나도 약하고 고장난 데가 많아 내일이라도 당장 고물상에 넘겨야 할 존재지만, 그 마이크를 사용해 말씀을 선포하시는 분은 지극히 선하신 분이셔서 가장 연약한 그곳에서 당신의 완전하신 섭리를 나타내리라 믿고 마지막 순간까지 주어진 사명에 충실하리라 다시 한 번 다짐해본다.
글 | 이준수 목사 (남가주밀알선교단 영성문화사역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