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일교회 박영호 목사(한일장신대 전 교수)가 5일 '사도바울과 오징어 게임'이란 제목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이 글에서 박 목사는 로마 개선식과 오징어게임을 비교해 눈길을 끌었다.

박 목사는 먼저 사도 바울이 로마의 개선식을 염두해 두고 남긴 다음과 같은 성경 귀절을 공유했다. "멸망을 당하는 사람들에게는 죽음에 이르게 하는 죽음의 냄새가 되고, 구원을 얻는 사람들에게는 생명에 이르게 하는 생명의 향기가 됩니다. 이런 일을 누가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고후 1:16)

박 목사는 "로마가 제국을 정복했던 독특한 힘의 배경에는 사회 안에 잠재해 있는 역량을 최고로 발휘하게 하는 경쟁시스템에 있었다"며 "로마는 하위 관직부터 원로원, 집정관에 이르는 명예의 시스템을 명확하게 구축했었고, 모든 (귀족)남자들에게 그 영광을 향해 일생을 바치도록 하는 강력한 동기를 제공했다. 그 정점에 개선식이 있었다. 전쟁에 나가 승리하여 개선장군이 되어 나라의 영웅으로 추대되는 것은 역사에 길이 남을 영광이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이 개선식에는 패전한 나라의 전쟁포로들이 함께 끌려 나와서 로마인들의 구경거리가 되었다는데 개선식의 하이라이트는 그들을 처형하는 것이었다. 이 처형 때 로마인들의 살기와 광기, 국가와 그 영웅에 대한 자부심이 함께 뿜어져 나와 대단한 열기를 발산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는 게 박 목사의 설명이다.

박 목사는 "그 개선 행진에 향을 피웠고, 그 냄새는 패자에게는 사망을 알리는 냄새요, 승자에게는 최고의 순간을 장식하는 냄새였다. 사도바울이 고린도후서 2장에서 죽음의 냄새, 생명의 향기를 말한 것은 이런 배경을 상기시켰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별 차이 없이, 이름도 없이 출발해서 간발의 차이로 삶과 죽음이 결정되는 게임이 세계인을 열광시키고 있다"며 "우리의 현실과 닮아서라는 설명들이 뒤따른다. 로마의 개선식은 영광과 죽음이 정해진 상태에서 거행되지만, 개선식을 정점으로 하는 명예 게임은 '길이 남을 영광'이라는 막대한 보상을 손에 쥐기 위해 자발적으로 뛰어드는, 그러나 사회적으로 강요된 게임이라는 점에서 오징어게임과 많이 닮아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간발의 차이로 삶과 죽음이 갈리는 것이 전장 아니던가? 카르타고의 평원에서 죽어간 로마 젊은이는 마지막 순간에 자신이 주인공인 개선식 장면을 그리며 눈을 감았을지 모르겠다"며 "오징어 게임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의 동공에 456억 상금이 담긴 구슬이 비쳤던 것처럼"이라고 했다.

피가 튀는 아수라장 속에서도 그야말로 게임을 즐길 줄 아는 참가자 1번 캐릭터에 대한 비평도 있었다. 그는 "이 드라마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는 1번 할아버지였다"며 "격렬한 경쟁이 예상되는 이 게임에서 바람만 세게 불어도 쓰러질 것 같은 저분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염려와는 다르게 할아버지는 해맑은 표정으로 첫 게임을 가뿐하게 통과한다. 긴장도와 기량을 종합적으로 산출한다면 1차전 1등 통과가 분명하다"라고 했다.

이어 "전체 게임에서도 이분은 1등이다. 마지막 우승자에게 사실상 이기고도 속아주고, 양보했으니까! 그 치열한 시간을 보내고도 "덕분에 잘 지내다 가네" 하면서 웃는 여유, 게임을 전쟁으로 바꾸어 놓는 세상에서, 그 전쟁을 다시 게임으로 바꾸어 즐길 줄 아는 유일한 사람! 어차피 시한부였으니 손해 볼 것도 없다"라고 덧붙였다.

박 목사는 그러면서 "사실 대단히 비현실적인 케릭터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주인공들이 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들을 위해서 돈이 필요했다. 이 할아버지라고 도와주고 싶은 자녀들이 없었을까, 시한부 인생이라고 생의 의지가 가벼울까?"라며 "마지막에 주인공을 구원하는 손길은 "아저씨 그런 사람 아니잖아요?"라는 한 마디에서 온다. 인간쓰레기 취급을 받던 사람을 인정해 주는, 세상이 다 악의 길로 가도 당신은 그렇지 않을 거라는 신뢰의 한 마디. 결국 잘 사는 것은 자신을 배신하지 않는 것인가?"라고 덧붙였다.

오징어게임에 반기독교 코드가 심겨졌다며 논란이 일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기독교에 대한 과도한 비난이 담겨 있는게 불편하다는 분들이 많다. 서글프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기독교 비판은 이미 클리세이가 된 듯, 진부하기 이를 데 없다. 특별히 통렬하거나, 아프지 않다. 그래서 더 서글프다"라고 짧게 답했다.

이어 "바울은 "생명"과 "사망"을 앞에 두고, 자신이 가는 길이야 말로 모든 것을 걸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했다. 로마제국에서는 "생명" 대신에 "명예"가 있었다.
오징어게임에는 "생명"의 자리에 "돈"이 들어가 있다. 돈이 목적이라면 설사 그 무시무시한 게임에서 승리를 거머쥔다 해도, 그 결과는 허무할 수밖에 없다는 말로 받아들인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는 확신으로 살아갔던 바울은 행복한 사람이었을 것이다"라며 글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