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10장에 수전절에 예수님께서 성전에 계시는 장면이 있습니다. 구약성경에 볼 수 없었던 수전절 기간에 예수님께서 성전에서 보내십니다. 예수님께서 수전절을 지키신 것으로 보입니다. 유대인들은 수전절을 하누카라고 부르고 NIV 성경은 the festival of Dedication라고 표현합니다. 더럽혀졌던 성전을 청결케 하여 하나님께 봉헌한 날을 기념하는 절기입니다. 수전절의 이해를 위해 간단한 역사를 정리합니다.
다윗의 아들 솔로몬이 건축한 '솔로몬 성전'이 약 400년간 예루살렘을 지켰습니다. 기원전 586년 바벨론 느부갓네살왕이 예루살렘을 침략하여 정복하면서 솔로몬 성전을 철저히 파괴해 버립니다. 그로부터 70년 후 페르시아 고레스왕이 바벨론을 정복했습니다. 고레스는 유대인의 신앙과 문화를 존중하며 유대인들의 귀환과 성전재건을 허락하였습니다. 이 성전 건축을 주도한 사람이 스룹바벨이라 이 성전을 '스룹바벨 성전'이라 칭합니다.
그 후 고레스의 페르시아는 헬라제국에 의해 망합니다. 헬라의 알렉산더 대왕이 후계자 없이 급사하자 그의 부하 장군들이 제국을 넷으로 나눕니다. 카산드로스는 마케도니아지역을 차지했고, 리시마쿠스는 소아시아와 트라키아 지역을 차지했습니다. 셀레우코스는 시리아와 동쪽을 차지했고 프톨로메오는 팔레스타인과 이집트를 차지했습니다.
유대인들은 처음에 프톨레미 왕조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이 시기는 종교적으로는 거의 독립적인 위치를 지킬 수 있었고, 대제사장은 유대인들의 실제적인 최고지도자였습니다. 그러나 그 후 셀레우코스 왕국이 프톨레미 왕국을 정복하자 유대는 셀레우코스 제국의 지배를 받습니다.
셀레우코스 제국은 강력한 헬라화 정책을 펼치며 유대교를 핍박했고, 이 핍박은 안티오코스 4세 시대에 극에 달합니다. 기원전 175년부터 164년까지 셀레우코스 제국의 황제였던 안티오코스 4세 에피파네스의 핍박은 잔인했습니다. 그의 이름에 스스로 붙인 에피파네스 의미는 '신의 현현'입니다. 그는 스스로를 신격화 했고, 하나님과 성전을 무도하게 모욕했었습니다.
안티오코스 4세의 악행은 잔악했습니다. 그는 성전에서 매일 드리는 제사를 금지했고, 성전 제단에 제우스 신상을 세우고 숭배하게 했습니다. 또한 그는 할례 예식과 안식일 규례를 금하는 칙령을 공포하였습니다. 심지어 왕의 생일을 기념한다는 명분으로 매월 25일마다 유대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돼지를 잡아 피를 제단에 뿌리며 성전을 더럽혔습니다. 안티오코스는 잔인했습니다. 칙령을 따르지 않으면 모진 고문을 가하여 온 몸이 불구가 되게 했고, 산채로 십자가에 매달거나 교수형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안티오코스 4세의 성전 모독 행위를 지켜본 유대인들을 분노하였습니다. 이 분노로 마카비 혁명이 시작되었습니다. 주전 167년, 제사장 맛다디아는 자신의 고향 '모데인'에서 다섯 아들들과 함께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맛다디아 사후에 셋째 아들 유다 마카비가 뒤를 이었습니다. 유다 마카비의 뛰어난 역할 때문에 '마카비 혁명'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마카비 혁명군은 3년간의 전쟁 끝에 마침내 성전을 탈환하게 되었습니다. 처참한 성전의 모습을 본 마카비 혁명군은 옷을 찢고 목 놓아 울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제사장들로 하여금 성전을 정결케 했습니다. 우상의 제단을 헐어버리고 새로운 제단을 만들어 봉헌하고 무너진 곳을 수축하고 성전을 다시 봉헌하였습니다.
성전을 청결케 하고 다시 봉헌한 날이 주전 164년 기슬르월(12월) 25일이었습니다. 성전을 빼앗긴 날로부터 3년 후 같은 날에 봉헌했습니다. 다니엘서 8:14에는 더러워진 성소가 정결하게 회복될 때까지 2,300주야가 걸릴 것이라고 말씀하였는데, 실제로 안티오코스 4세의 유대 종교 말살 정책이 시작된 주전 170년부터 마카비 혁명으로 성전이 회복된 주전 164년 12월(기슬르월) 25일까지 약 2,300주야가 지나갔습니다.
마카비 전쟁과 수전절 기원은 고대 문서들에 등장합니다. 우선 구약 다니엘서가 기록(단8:9~14)합니다. 또 외경인 마카비서에서 상세히 설명합니다. 고대 역사가 요세푸스는 유대 고대사와 유대 전쟁사에서 마카비 전쟁을 소개하고, 타키투스나 폴리비우스도 마카비 전쟁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폴리비우스는 아티오쿠스 4세 에피파네스를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안티오쿠스가 자신을 신격화하기 위해 스스로 붙인 별명인 에피파네스를 사람들이 '미친 사람'이라는 뜻인 '에피마네스'라고 불렀다고 전합니다.
마카비 혁명군은 성전을 정화한 다음 8일간의 성대한 봉헌 축제를 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수전절'이라는 유대인들의 국가적인 축제의 시작입니다. 그 후 마카비 혁명군이 세운 유대인의 하스몬 왕조는 해마다 이 축제를 지켰고, 예수님 시대에도 수전절을 지켰습니다. 예수님께서 유대인의 신앙 전통을 따라 수전절을 지킨 것은 주목할 만한 일입니다.
현대 유대인들도 수전절을 지킵니다. 수전절에는 촛불을 켜고 '세비본'이라는 팽이 돌리기를 하는데 박해 기간 동안 성경을 읽다가 적군들이 급습하면 팽이놀이를 하는 척 했던 것을 기념하는 놀이랍니다. 수전절은 8일간 지킵니다. 이는 마카비 항쟁 기간에 기름이 부족한 촛불을 8일 동안 지켜 주신 것을 기념하는 것입니다. 유대인들은 과거 성전회복 과정의 아픔과 눈물을 기억하고 현재 신앙의 자유를 감사하며 매년 수전절을 지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