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수 목사
(Photo : 기독일보) 이준수 목사

뇌성마비 장애로 혼자서는 걸음을 걸을 수가 없어 50년 넘게 주로 앉아서 생활하다 보니 점점 허리통증도 심해지고 하체에 혈액순환도 잘 되지 않는 것 같아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내가 할 수 있는 운동을 알아보고 있다. 하지만 내 장애 특성상 혼자서 할 수 있는 운동이 제한돼 있어 장시간 서 있는 연습이라도 해보자는 생각에 한 달 전부터 책상을 잡고 서 있는 운동(?)을 하고 있다.

특별히 바쁜 날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운동을 하다보니 어느 정도 숙달이 됐는지 처음에 한 시간 분량으로 시작한 것이 지금은 아침, 저녁 50분씩 100분 정도로 늘어나게 되었다. 이렇게 오랜 시간 서 있는 것이 나로서도 신기할 따름이다.

또 몸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나 종아리와 허벅지에 손으로 잡힐 만큼의 근육이 생겼고, 몸을 꼿꼿이 세우고 장시간 서있으니 어깨와 허리 근육도 쫙 펴져 예전보다 통증도 훨씬 덜한 것 같다. 특별히 가장 기쁜 것이 가만히 서있기만 하는데도 칼로리가 제법 많이 소모되는지 뱃살도 좀 빠졌다는 점이다. 하나님이 왜 인간을 '직립보행'하도록 만드셨는지 충분히 알 것 같다. 이처럼 여러 가시적 효과가 나타나니 뿌듯한 마음이 들어 운동하는 시간이 참 즐겁고 내 몸이 더 건강해질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도 생겨난다.

이렇게 운동을 하며 50분 동안 서있다 보면 여기에도 하나의 '사이클'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운동을 시작하고 한 15분 정도까지는 별로 힘든 것 없이 몸이 흔들리지도 않고 꼿꼿하게 서있을 수 있다. 하지만 15분을 지나면서부터 서서히 힘들기 시작해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이 막 당기고 허리와 발목도 끊어질 듯 아프며 가파른 호흡과 함께 온몸에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워 주저 앉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그래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심호흡을 크게 하며 의식적으로 '몸에 힘을 빼면서' 계속 서 있으면 30분을 경과하면서부터는 내 본래 힘은 다 빠지고 '알 수 없는 새로운 기운'이 솟아나 호흡도 안정되고 통증도 덜하며 훨씬 편한 자세에서 50분까지 운동을 지속할 수 있다. 매번 운동할 때마다 동일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경험한다. 이처럼 힘들고 고통스런 순간을 지나면 몸이 훨씬 안정화되니 운동시간을 계속 늘려나갈 수 있는 것이다.

마라톤 경기를 할 때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한다. 42.195Km를 뛸 때 처음엔 잘 달리다가도 3분의 2구간을 지날 때면 체력이 고갈되어 너무 힘들고 포기하고 싶어진단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고통을 견뎌내며 계속 달리다보면 어느덧 몸이 다시 편해져 골인 지점까지 완주할 수 있다고들 한다.

비단 육적인 운동 뿐 아니라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어려움을 겪을 때도 이와 같은 사이클이 적용되는 것 같다. 인생에서 큰 고난, 시련과 마주할 때 우리는 처음엔 '나 자신의 힘'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진장 애를 쓰며 온갖 노력을 다해본다. 그러나 아무리 발버둥쳐도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나의 힘마저 한계에 부딪힌다면 완전히 의욕을 잃고 주저앉아 널브러져 버리기 쉽다. 그러나 이처럼 엄청 힘들고 절망적인 순간에 절대 포기하지 않고 견뎌내며, 또 이와 동시에 내 모든 능력과 의지를 내려놓고 완전히 발가벗은 채로 하나님 앞에 엎드려 그분의 인도와 도움을 간절히 구할 때, 어디선가 알 수 없는 힘, 곧 '성령의 손길'이 다가와 연약하고 흔들리는 나를 강하게 붙들며 극심한 고난과 시련을 이겨낼 수 있도록 인도해주시곤 한다.

이런 엄청난 하나님의 능력을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내가 가진 힘부터 빼야 한다. 내 영혼이 인간적인 의지와 교만, 세상적인 근심과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다면 하나님의 능력이 나에게로 들어와 일하실 수 없다. 오직 몸에 힘을 빼고 나 자신을 철저하게 비울 때만이 우리는 하나님이 부여하신 능력과 은혜로 그 어떤 고난도 능히 극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설령 우리의 인생이 다 할 때까지 그 시련의 시간이 영원히 끝나지 않더라도 결코 절망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기뻐하고 즐거워할 수 있다. 또한 나와 같이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따스한 위로와 소망, 격려를 선사해 그들을 일으켜 세울 수 있을 것이다.

글 | 이준수 목사 (남가주밀알선교단 영성문화사역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