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에서 둘, 남에서 둘. 인생의 절반을 북한에서, 절반을 남한에서 살아온 한 북향민 여성의 삶에는 네 명의 '아버지'가 등장한다. 국가가 강요한 우상의 아버지, 상처와 사랑을 동시에 남긴 육신의 아버지, 영적 이름을 건네준 멘토, 그리고 마침내 만난 하나님 아버지. 신간 <진짜 아버지>는 이 네 아버지를 따라가는 여정을 통해 신앙의 본질과 한반도 통일을 향한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북한 김책시에서 태어나 20대 초반까지 북한 체제 속에서 살아왔다. 그에게 첫 번째 아버지는 '수령' 김일성이었다. 국가가 대신해준 절대적 존재, 삶의 의미와 영생까지 약속하던 우상화된 아버지였다. 동시에 가정 안에는 또 다른 아버지가 있었다. 가족을 위해 헌신했지만 폭력의 기억으로 원수가 되기도 했던 육신의 아버지다. 이 책은 북한 사회에서 왜 국가가 '아버지'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는지를 개인의 경험과 구조적 설명을 통해 차분히 풀어낸다.
두 차례의 탈북 시도 끝에 제3국을 거쳐 남한에 정착한 이후, 저자의 삶에는 또 다른 두 아버지가 등장한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만난 하나님 아버지, 그리고 '오테레사'라는 새 이름을 지어주며 영적 아버지가 되어준 오대원 목사다. 저자는 이 만남을 통해 아버지의 개념이 권력이나 통제, 상처가 아니라 '존재의 근원'이자 '돌아갈 수 있는 품'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진짜 아버지>는 개인의 회심 이야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저자는 북한을 '탈출한 대상'이 아니라 여전히 고향으로 품고 가야 할 땅으로 바라보며, 자신을 '탈북자'가 아닌 '북향민'으로 부른다. 통일은 정치적 선택이 아니라 하나님 아버지의 뜻에 대한 신앙적 응답이라는 인식 속에서, 그는 '뉴코리아(New Korea)'와 '복음통일'이라는 비전을 제시한다.
특히 이 책은 남한 사회와 교회를 향한 날카로운 질문도 함께 던진다. 북한을 오직 남한의 기준으로만 재단하는 시선, 인간을 우상화하는 또 다른 방식의 신앙, 배제와 경계로 작동하는 교회의 태도에 대해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성찰을 요청한다. 닫힌 체제의 북한과 열린 사회의 한국을 모두 경험한 저자의 시선은, 통일 담론과 신앙 담론 모두에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북한 사회에서 붕괴된 아버지의 위상, '고난의 행군' 이후 여성과 가족이 겪어야 했던 고통,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한 복음의 의미도 생생하게 담겨 있다. 김일성에게만 주어지는 것처럼 여겨졌던 '영생'이 사실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모든 이에게 주어진 선물임을 깨닫는 장면은 이 책의 신앙적 정점을 이룬다.
<진짜 아버지>는 북한 이해서이자 통일 에세이이며, 동시에 하나님 아버지를 향한 신앙 고백서다. 이데올로기를 넘어 '아버지의 마음'으로 통일을 바라보고자 하는 이들, 북한과 한국을 동시에 품는 복음의 시선을 배우고자 하는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전도서로, 통일 기도 모임의 나눔 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는 이 책은 오늘의 한국 교회와 그리스도인에게 "당신이 찾고 있는 진짜 아버지는 누구인가."라는 묵직한 질문 하나를 남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