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캘리포니아주 전면 재개방 이후 한인교회가 가장 집중돼 있는 LA지역 한인교회들은 큰 기쁨 가운데 예배를 팬데믹 전의 모습으로 회복해 가고 있다. 나성영락교회(담임 박은성 목사) 또한 최근 주일예배를 3부까지 늘리고, EM권을 비롯한 각 부서 예배를 재개하는 등 리오픈에 맞춰 빠르게 예배를 정상화 하고 있다.
박은성 목사는 재개방은 분명 한인교회들에게 희소식이지만 의외의 도전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바로 인지하지 못한 사이 온라인에 익숙해져 버린 편의성과의 싸움이다. 워낙 큰 어려움을 준 팬데믹이기에 재개방 후 교회들은 자연스럽고도 빠르게 예전의 모습을 찾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 편의성이 성도들을 비롯한 목회자와 모든 교역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박 목사는 온라인이 팬데믹 중에 목회에 큰 도움을 준 요소이긴 하지만, 재개방 이후에는 대면 신앙을 위한 도구로써의 역할에 국한시켜야지 본질적인 요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또 작은 교회들간의 설교 무한경쟁 등의 상황도 온라인이 가져다 준 새로운 현상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인교회들이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목사와의 인터뷰는 캘리포니아주 전면 재개방날인 6월15일 나성영락교회에서 있었다.
-전면 재개방을 맞는 소감을 말씀해 달라.
먼저 감사하다. 긴 어두움의 터널을 지난 느낌이다. 팬데믹 중에 많은 간증들도 있었고, 나성영락교회 성도들의 진실한 신앙을 목격할 수 있었다. 성도들도 재개방으로 인해 매우 격양돼 있는 것을 느낀다. 교회를 오시는 분들의 밝은 표정에서 그런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재개방 이후 나성영락교회에는 어떤 변화들이 있는가.
사실 지난 주일부터 3부까지 대면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EM예배도 야외에서 드리다가 이제 예배당으로 장소를 옮겼다. 모든 것이 정상을 되찾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정부지침에 따라 이제 예배 때 마스크를 쓰지 않는 교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성영락교회는 너무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무리하지는 않으려 한다. 7월 중에 추이를 지켜보면서 완전한 개방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항상 우리 교회는 주정부의 방역단계 완화를 2주 정도 차이를 두고 따라갔다. 2주 정도 늦게 간다고 해서 특별히 성도들의 신앙이 식는다든지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최대한 성도들의 건강을 생각하면서 예배를 회복해 갈 것이다.
-재개방에 맞춰 목회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팬데믹을 지나면서 두 가지 싸움이 있다고 본다. 제일 먼저는 전염성과의 싸움이었다. 두 번째는 편의성과의 싸움이다. 이제 백신을 맞고 전염성과의 싸움은 종식되고 있는데 편의성과의 싸움이 남았다. 성도들이 과연 팬데믹 전 마지막 예배를 드렸던 2020년 3월8일로 100% 돌아갈 수 있겠는가 염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팬데믹을 지나면서 편의성이 우리도 모르게 삶과 신앙 가운데 깊이 자리 잡았다. 직장이든 가정이든 스크린을 통해서 모든 것이 이뤄지다가 이 익숙해 진 것에서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려면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또 한 차례 필요하다. 때문에 팬데믹 전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편의성과의 싸움을 의미하기도 한다. 재개방을 맞은 이민교회는 이미 경험하고 있는 중이고, 한국교회가 이제 그런 도전을 받을 것이다.
성도들뿐만 아니라 목회자나 교역자들에게도 이 편의성이 깊이 들어왔다. 팬데믹 전에는 교역자들은 LA의 교통체증 가운데서 심방을 위해 왕복 4시간도 이동해야 했고 몸이 아픈 성도들을 위한 병원심방과 어르신들을 위한 양로원 심방 등 대면을 위한 이동에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만나는 것에 익숙해졌고, 성경공부도 줌을 통해서 하는 것이 일상화 되면서 편의성에 목회자들이나 교역자들 모두 어느 순간 함몰됐다.
목회자는 경건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마치 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행동할 필요는 없다. 자신과의 싸움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기에 이 편의성의 도전은 성도들과 목회자들이 함께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팬데믹을 통해 온라인 사역의 장점들도 많이 발견됐다. 재개방 이후 온라인 사역의 비중은 어떻게 둘 것인가.
온라인이 팬데믹 중에 큰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모든 교회가 마찬가지겠지만 온라인 사역이 그 동안 상당히 활성화 되면서 믿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복음전파의 통로가 됐고, 기존 성도들의 신앙을 유지하고 교회의 사역을 지탱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실제로 대면해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감격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고 본다. 온라인 사역은 대면 신앙을 위한 마중물로써 역할이라고 본다. 이 편의성이 사역을 위한 도구가 되어야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한국교회는 식탁교제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특히 이민 1세대는 멀리서 힘들게 버스를 타고 와서라도 교회에서 밥 한끼를 성도들과 함께 먹으며 한 주를 시작하는 것이 삶의 큰 요소를 차지한다. 그것이 한인공동체의 전통이고 정신이었다. 팬데믹 중에 이 차량운행과 식탁교제가 안 되고 있었다. 이제는 이런 식탁교제를 비롯해 친교와 교육, 선교, 사회봉사 영역까지 정상을 회복해 갈 것이다.
또 팬데믹을 지나면서 특히 젊은 세대들 가운데에서도 대면에 대한 목마름이 있는 것을 느꼈다. 교육부를 지난 주부터 열었고 체육관에서 대면 모임을 한번 가졌는데 아이들이 집을 안 가려고 했다. 사실 젊은 세대 자체가 SNS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세대이다. 온라인을 통해 어느 세대보다 활발하게 서로 소통을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목마름을 봤다. 우리가 창조된 자체가 실제로 얼굴을 마주하는 직접적인 관계를 통해 소통하도록 지어졌다고 생각한다. 지음 받은 그대로 교육할 필요가 있겠다고 느꼈고, 신앙적으로는 젊은 세대들을 그렇게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다시 말하지만 온라인는 대면 신앙을 위한 마중물이 되어야 하지 본질이 될 수는 없다.
-팬데믹 가운데 목회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나.
사실 팬데믹 초기에 교회의 재정적인 문제와 예배인원 문제 등 갑자기 어려가지 어려움이 한번에 몰려왔다. 그 때 이 문제는 하나님께 맡겨드릴 수밖에 없는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3주에서 한 달 정도는 ‘하나님 이것이 무슨 상황인가요’라고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처음에 다 같이 어렵고 어리둥절한 시기를 넘어서서 성도들이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깊어지기 시작했고 팬데믹 중임에도 재정적인 부분이나 목회적 부분과 선교나 사회봉사 영역까지도 어렵지 않게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런 부분이 정말 감사하고 나성영락교회 성도들이 정말 귀한 분들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는 계기가 됐다.
팬데믹은 교회로 하여금 불필요한 체중을 줄이게 했다. 정말로 우리교회에 필요한 것이 무엇이겠구나 하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었고, 미래적으로 봤을 때도 재정이나 인력이나 영적인 부분들까지 허투루 쓰지 않는 방법을 배우는 발전적인 기간이 됐다.
제가 나성영락교회에 와서 시도했던 것이 온 성도들이 같은 날에 같은 성경본문을 읽고 묵상하는 것이었다. 교육국까지도 적용시켜서 모든 성도들이 지키고 있었는데 팬데믹이 왔다. 성도들은 마치 팬데믹을 예상하고 시작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을 정도로 전 교인 성경묵상은 하나님 주신 은혜 중에 하나였다. 그런 신앙훈련을 나성영락교회 성도들은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몸은 떨어져 있지만 말씀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느끼고 있다.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많은 한인교회들이 나성영락교회의 사역을 주목해 봤다.
나성영락교회가 갖는 이름의 상징성이 갖는 무게를 저 또한 느끼고 있다. 그 상징성이라는 것은 밖에서 부여되는 것인데 전임자들이 훌륭하게 교회를 이끌어 주셨던 덕분이다. 때문에 팬데믹 상황 가운데 많은 한인교회들도 우리 교회가 어떻게 하는지 주목해 보셨던 것 같다.
팬데믹을 지나면서 다시금 느낀 교회의 역할은 교회가 교회 자체만을 위해서 존재하지 않고 세상의의 소금이 되고 빛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성영락교회가 특별히 이 부분에 있어 각성하도록 만든 곳이 바로 한국교회였다.
사실 팬데믹 초기에 사회가 정말 어려워질 때 교회가 도움에 나서야 한다고 장로님들과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작년 5월 한국의 영락교회와 잠실교회, 온누리교회 등 7개 교회에서 10만 불을 한인을 도와달라며 보내주셨다. 그 7개 교회 목회자들은 대부분 나성영락교회나 저와 친분이 있는 분들이었다. 그래서 저희 교회를 통해서 돕기를 원한다고 연락이 왔을 때 빚진 마음이 들었다.
사실 코로나는 한국이 먼저 피해를 입었다. 그 시기를 놓치고 수수방관하고 있다가 오히려 한국교회로부터 도움을 받게 되면서 자성과 함께 교회의 역할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그 당시 나성영락교회도 늦었지만 급하게 10만 불을 모금해서 보탰다. 그 모금 내역을 보면 은퇴한 분들이나 살림이 빠듯한 성도들의 가정에서 십시일반 모은 것이었다. 한 젊은 부부가 크게 내어 놓는 것을 보고 큰 감동을 받기도 했다.
교회는 사회가 어려울 때 적극적으로 섬겨야 한다는 것을 지난해 경험했다. 사회와 소통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믿지 않는 분들도 교회에 대한 벽을 허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재개방을 앞두고 미자립교회를 돕고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을 돕기 위해 20만 불 모금을 작정했고 지난주에 그 금액을 다 모을 수 있었다. 장로님들이 올해 한번 더 주변을 돕는 기금을 모으면 어떨지 의견을 냈고, 모금을 진행하면서 서로가 성도들의 따뜻함을 깨닫는 시간이 됐다. 나성영락교회가 모교회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채워주셨다는 장로님들의 간증이 계속 됐다.
이제 이 기금을 어디에 사용할지 이제 논의할 것이다. 특별히 LA에 어려운 교회도 많다. 어떤 교회는 어려운데 어떤 교회는 어려움이 없는 그런 형평의 문제가 최대한 안 생기도록 작은 교회를 위해 걸음을 맞춰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재개방 이후 목회적 부분에 있어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올해의 나성영락교회의 표어도 ‘회복’이다. 2018년 표어가 한 몸(One Body)이었다. 한 몸이라는 것은 이 한 몸 되기 위한 과정을 위한 것이지 정말 ‘한 몸’이 되기는 어렵다. 마찬가지로 ‘회복’ 또한 올해 모든 것이 다 회복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 과정이 중요하다.
단순히 팬데믹이 끝나고 목회에 있어 모든 것이 잘 되고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을 가져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이브한 생각으로는 목회가 어려운 시기가 됐다. 지금은 또 다른 장이 펼쳐졌고 그 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됐다.
숫자적으로 물질적으로 회복되면 그것이 정말 회복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그런 면에서 코로나19가 종식됐을 때 정말 끝났다고 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지게 된다. 눈에 보이는 것은 끝났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인 전쟁과 시련은 계속 남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팬데믹이 가져다 준 목회의 또 다른 도전은 바로 온라인 설교의 무한 경쟁인데 이 또한 많은 목회자들이 저와 같이 고민하고 있다. 그 동안 설교를 온라인을 통해 공유했고 클릭 수에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또 이 설교가 성도들이 교회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특히 작은 교회들의 경우 온라인 설교 경쟁이 필연적인 상황으로 만들어졌다. 한국교회보다 수평이동이 훨씬 많은 이민교회 안에서 어떻게 작은 교회들이 이 무한 경쟁 속에 생존할 수 하는가 하는 실질적인 문제가 팬데믹을 지나며 이민교회 앞에 다가왔다. 교회들이 함께 공존하는 방법을 본격적으로 생각해야 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