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의 영, 하나님과 관계 활성화, 강화시켜
미하엘 벨커 교수, 교회의 사회적 책임 강조
일시적·비상적 해결책일 뿐, 계속될 수 없어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총장 이정익 목사) 주최 제13차 국제 실천신학 심포지움에서 미하엘 벨커 교수(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가 발표했다.
지난 5월 10일 '코로나19, 문명의 전환과 한국교회'라는 주제로 열린 심포지움에서 그는 "지구 기후 위기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이 코로나19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해야 한다"며 "이 실제적이고 치명적인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이 협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코로나는 신학에 어떤 도전을 주었나?
벨커 교수는 "신학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원시적 유신론과 마찬가지로, 원시적 무신론에 대해 비판적이고 자아성찰적으로 논쟁하는 것"이라며 "이 유신론자와 무신론자들 모두, 신의 전능성과 창조에 대해 잘못된 이해를 낳게 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은 하나님께서 어떻게 이러한 고통과 고난을 허용하실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진다"며 "답할 수 없는 신정론적 질문은 종교적 위선을 강요하거나 불신을 불러 일으킨다. 이 둘 모두 치명적"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우리는 성서가 전해주는 창조신학적 정직성으로 돌아가야 한다. 성경은 하나님의 창조에서 질서와 아름다움, 번성을 전해주면서, 죄악으로 인한 피조물의 곤경과 허무, 유한성에 대한 하소연을 함께 말하고 있다"며 "피조물의 생명은 유한하고, 자연의 생명은 필연적으로 다른 생명을 희생시키면서 살아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벨커 교수는 "하나님의 전능성은, 고통과 고난에서 오히려 새롭고 좋은 것을 창조하시는 데 있다. 하나님은 고통과 고난에 항상 즉시 개입하는 '천상의 소방수'가 아니다"며 "하나님은 심지어 사람들이 계속 주어진 힘을 남용하는 것을 허용하신다. 이에 대해 성경은 '하나님이 얼굴을 돌리신다', '피조물을 내어 버려두사'라고 표현한다"고 했다.
그는 "하나님의 창조는 자연과 우주 안에서 소멸되지 않고, 보이는 세계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세계도 다양한 영적 능력으로 창조하셨다. 하나님은 그의 선하신 영을 우리에게 나누고자 하신다"며 "그 선하신 영은 자연적 창조 안에서 악하고 파괴적인 세력에 대항해 우리를 새로운 창조, 다가올 하나님 나라로 인도하고자 한다. 그 나라는 더 이상 유한성과 허무, 죄의 힘에 종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벨커 교수가 온라인으로 강의하고 있다. ⓒ실천신대 |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교회의 역할
미하일 벨커 교수는 "교회와 종교가 하나님과 그의 창조, 전능하심에 대해 원시적 생각을 극복하지 못하고 잘못된 하나님 이해나 개념을 성서적이고 경험적으로 제거하지 못하면, 팬데믹은 엄청난 종교적 영적 진공상태로 이어질 것"이라며 "하나님은 전능하시지만 고난을 막을 수 없다거나 막기를 원치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하나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을 종교생활에서 등을 돌리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벨커 교수는 "성찬은 상징적 예식이라도, 서로 주고받으며 함께 먹고 마신다는 것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예배의 가상적 형태가 무엇이든, 일시적·비상적 해결책은 될 수 있지만 대유행 이후에는 계속될 수 없다"며 "학교나 병원에서 의사소통이 중요하듯, 예배 참가자들의 물리적 현존을 쉽게 포기할 수는 없다. 온라인 예식은 팬데믹 이후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나님의 영은 팬데믹 재앙을 통해 우리를 지배하고 마비시키려는 세력들이나 악한 영들 가운데 효과적인 능력이 되신다"며 "이 영의 힘은 증오나 위로의 현상을 통해 분명해질 수 있다. 위로의 영은 대인 관계뿐 아니라 살아계신 하나님과 그분의 능력에 대한 우리의 관계를 활성화·강화시킬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하나님은 인류에게 자신의 영을 나누길 원하신다. 정의와 자비, 자유와 진리 추구, 이웃 간의 정과 사랑, 평화를 위한 노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라며 "분노와 갈등의 시대에 소외되고 고통받는 이웃에게 희망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도 교회의 역할이다. 이웃 사랑과 하나님 신뢰를 경시하고 침해하는 일은 위기의 시기에 증가할 것이다. 이는 종교적 위기도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벨커 교수는 또 "최고의 과학 지식을 기반으로 삼은 보건당국의 지침을 따르지 않는다면, 교회는 희망의 영을 파괴하는 것"이라며 "인간에게 맡긴 하나님의 통치 위임은 인간의 상호 책임감있는 관계를 요구하고, 팬데믹 시기에 과학적 지식과 보건당국의 조치 준수를 요구한다"고 전했다.
▲손화철 교수(가운데)가 발표하고 있다. ⓒ실천신대 |
이어 손화철 교수(한동대)는 '코로나19로 바라본 첨단기술 시대와 한국교회의 과제'를 발표했다.
손 교수는 "코로나19 국면에서 교회가 정면으로 부딪히고 고민하게 된 문제는 예배와 성찬, 성도의 교제가 중단됐다는 것"이라며 "각각의 행위들에 부여했던 의미를 다시 생각할 것을 강요받고 있다. 최소화된 예식, 교제와 봉사 등 코로나 시대에 맞는 교회의 모임이 연구되고 고민돼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기술의 변화에 따른 교회의 입장과 메시지도 필요하다"며 "교회는 지금까지 대사회적 메시지를 전했지만, 기술 분야에 대해서는 우리가 사는 방식과 삶의 목표가 왜 보편적으로 타당한지 설득하는 변증가가 되어야 할 시점이 됐다"고 제언했다.
그는 "특히 코로나19로 더 확고해진 기술 중심의 사회에서, 기독교는 스스로의 필요를 어떻게 증명하고 어떤 역할을 감당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연 후에는 박종환 교수(실천신대)가 논평했으며 질의 응답이 이어졌다.
앞서 총장 이정익 목사는 "코로나로 모든 것이 변한 이 시대에 교회의 역할은 무엇이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