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터 웽거린의 '희(喜)스토리 성경'가 26일 출판사 세움과비움을 통해 발간된다. 이 책은 전직 목사이자 신학자이며, 탁월한 스토리텔러 월터 웽거린의 저서이다. 저자가 성경을 소설형식으로 재구성한 이 책은 처음 출판되었을 1996년, 해외언론들은 이구동성으로 웽거린이야말로 성경 전체를 소설화하는 작업의 적임자라 평한 바 있다.
이 책은 성경을 단편적으로 읽어서는 결코 알 수 없는 여호와의 섭리에 대한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하고, 각각의 인물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또한, 다양한 사건들을 창의적이고 독특한 방식으로 재해석해냄으로써 성경을 쉽게 이해하고 돕는 통로의 역할을 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희(喜)스토리 성경』은 성경을 아브라함에서 그리스도의 탄생까지 이어지는 단일한 내러티브로 해석해낸다. 구약 「창세기」의 아브라함에서부터 신약「사도행전」의 전반부에 이르는 성경 전체의 이야기와 복잡한 것처럼 보이는 이스라엘 민족의 종교와 역사 그리고 예수와 제자들의 생애와 가르침을 하나의 장엄한 서사로 연결 짓고 또 풀어놓으면서 책은 수천 년의 시간, 수많은 세대와 문화를 담고 있다.
이 책은 구약편과 신약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구약편은 이스라엘 민족의 아버지로서 맨 처음 하나님과 '약속'을 했던 아브라함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해 대제사장 에스라의 계시로 끝나며, 신약에서는 여러 복음서들을 통합해 마리아와 요셉이라는 작은 시골 마을의 연인 한 쌍이 서로 사귀고, 아들을 낳고, 그 아들이 구원자(메시아)로 부각되다 정치적 탄압을 받고 십자가형을 당하는 모습들을 시적으로 포착해낸다.
또한, 책을 열자마자 모두의 예상을 깨는 것은, 이야기의 시작이 천지창조가 아니라 아브라함이라는 사실이다.
창세기의 앞부분인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는 구약편의 거의 끝에서, 유수에서 최근 돌아온 유대인들에게 계율을 읽어주는 에스라의 입을 통해 나온다. 신약편에서도 사도행전의 다소 기묘한 사건들은 이 책의 맨 마지막, 4페이지에 이르는 에필로그에 담겨 있다.
이처럼 전체적으로는 구약의 아브라함에서부터 신약의 성령강림절까지의 이야기를 연대기적으로 풀어 가지만 책의 곳곳에서 성경의 많은 부분이 플래시백이나 후대 인물들의 회상을 통해 등장하며, 이러한 구성은 성경에 친숙한 이들에게 새로움으로 다가온다.
더불어 예상치 못한 인물들의 눈을 통해 성경 속 사건들을 바라본다는 점 역시 신선함을 선사한다.
책 속에서 독자들은 파라오의 눈을 통해 이집트를 휩쓴 전염병을 보게 되고, 베드로의 관점을 통해 예수의 가르침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되는 그것이다.
저자는 책 속에서 등장 인물들에게 각각의 개성과 온기를 부여한다. 그것이 그들의 생각과 감정을 바로 오늘의 이야기처럼 생생하게 되살린다. 맏아들만이 얻을 수 있는 축복을 차지하기 위해 아버지를 속인 야곱, 아버지의 계략 때문에 나란히 야곱의 아내가 된 자매 레아와 라헬의 질투 등은 신에 대한 복종과 인간적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또 다윗의 어머니가 다윗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롯을 부각시키고, 느부갓네살이 예루살렘을 불태운 뒤 잡혀간 포로들 가운데 왕궁에 살았던 다니엘 대신 민간에서 구차스러운 생활을 해야 했던 아히감을 조명한다.
무엇보다 웽거린은 성경에서 대부분 보조역할로 제한되었던 여성들을 주목하며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이복오빠에게 순결을 잃고 평생을 불행하게 지낸 다윗왕의 공주 다말, 아버지의 실수로 인해 제물이 되어야 했던 입다의 딸 등은 성경 속에서는 몇 줄의 언급 속에 묻혀있지만 『희(喜)스토리 성경』에서는 저마다 주인공이 돼 자신들의 얘기를 쏟아낸다.
이 책은 신자와 비신자 모두에게 다가갈 수 있는 감동과 드라마가 있다. 성경을 접한 적은 없지만, 감동적인 이야기와 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도, 이미 수없이 여러 차례 성경을 읽어왔기에 성경에 대해서 다 알고 있다고 믿는 이들에게도 이 책은 참으로 훌륭한 안내서이다. 전자에게는 감동적인 드라마를 통해 성경이라는 인류의 고전 속으로 안내하고, 후자에게는 신선한 자극과 함께 더 깊은 깨달음을 안고 다시 말씀 속으로 돌아가는 길을 안내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가장 극적인 부분은 예수의 죽음과 부활에 대한 이야기이다.
"예수는 쇠망치 두드리는 소리를 듣는다. 한 번, 두 번. 그는 못이 자신의 오른팔 뼈를 꿰뚫고 들어가는 걸 느낀다. 한 번, 두 번, 세 번. 뼈를 가르고 못이 단단한 나무에 박히자, 둔한 통증이 겨드랑이와 목으로 전해진다. 이것이 아버지의 뜻이다."
웽거린은 이 책의 오디오북 제작과정에서 직접 낭독을 맡았는데, 예수의 죽음 대목을 읽던 날 그 뒤로도 낭독할 분량이 45분이나 더 남아 있었지만 더 이상 낭독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런 압도적인 감정의 물결을 전에는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고 그는 고백하고 있다.
이미 이 책을 읽은 많은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말씀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나고 하나님이 인간과 맺은 '약속'의 기나긴 여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새삼 깨달았노라고 털어놓는다. 이 책은 성경이 아니며 말씀의 정본도 아니지만, 이 책이 성경을 이해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새로운 통로 역할을 한다는 사실 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추천글
성경의 메시지를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서 기록하여 특별한 은혜를 받기 전이라도 성경에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하는 책. - 김동호 (높은뜻연합선교회 前 대표)
성경 번역본이 현대어를 반영하지 못하는 실정에서 길고 지루하게만 느껴지는 성경을 좀 더 생생하고 친근하게 받아들이게 만들어주는 놀라운 책. - 유기성 (선한목자교회 담임목사, 기독교 대한감리회)
어릴 때부터 익숙한 이야기이든 여기에서 처음 접했든, 이 책의 뚜렷한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거대한 프레스코화처럼 내러티브를 쭉 훑는 이 책은 성경을 단편적으로 읽어서는 좀처럼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신의 섭리에 대한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한다. - 크리스처니티 투데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눈물을 흘렸다. 성경 통독만으로는 잘 알 수 없었던 성경 속 인물들이 겪은 깊은 신앙의 고백에 위로와 도전을 받게 되는 책. - 송정미 (CCM 찬양사역자, 숭실대학교 교회음악과 겸임교수)
저자소개
월터 웽거린 (Walter Wangerin, Jr.)
미국의 신학자이자 기독교 문학가로, 신앙과 영성을 다루는 재능 있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1944년 미국 포틀랜드에서 태어나 마이애미 대학에서 영문학을, 세인트루이스의 콘코디아 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이제까지 소설, 에세이, 아동도서, 신학 서적 등 다양한 장르의 수십여 권에 이르는 저서를 발표했는데, 1980년 첫 장편소설 『암갈색 암소의 책』으로 전미도서상과 뉴욕타임스 선정 올해의 도서상을 수상했으며, 이 책 『희(喜)스토리 성경』과 『소설 바울』도 베스트 픽션 골드메달을 받았다.
기타 주요 작품으로는 『슬픔의 책』, 『도예가』, 『넝마주이』, 『나와 내 집에 대하여』, 『정열에서 해방되면서』 등이 있다.
희(喜)스토리 성경 ㅣ월터 웽거린ㅣ세움과비움ㅣ 113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