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제일교회 향해 "방역 방해, 나라 전체 어려움"
일부 교회 대면 예배 고수하고 있다며 비판 나서
교회, 코로나 극복 위해 방역 모범 되어줄 것 당부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교계 지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의 모범이 되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언론들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여전히 일부 교회에서는 대면 예배를 고수하고 있다"며 "특정 교회는 정부의 방역 방침을 거부하고 오히려 방해하면서 지금까지 확진자가 1,000명에 육박하고, 그 교인들이 참가한 집회로 인한 확진자도 거의 300여명에 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랑제일교회와 전광훈 목사를 강경 비판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때문에 세계 방역의 모범으로 불리고 있던 한국의 방역이 한순간에 위기를 맞고 있고, 나라 전체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제 한숨 돌리나 했던 국민들의 삶도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의도한 바가 아니더라도 일이 그쯤 됐으면 적어도 국민들에게 미안해하고 사과라도 해야 할텐데, 오히려 지금까지도 적반하장으로 음모설을 주장하면서 큰소리를 치고 여전히 정부 방역 조치에 협력을 거부하고 있다"며 "문제는 집회 참가 사실이나 동선을 계속 숨기고 있어, 지금까지도 피해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도저히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교회의 이름으로 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로 인해 온 국민이 피해를 입고 있지만, 제가 생각할 때 가장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은 바로 기독교"라며 "극히 일부의 몰상식이 한국교회 전체의 신망을 해치고 있다"고도 했다.
또 "바이러스는 종교나 신앙을 가리지 않는다. 밀접하게 접촉하면 감염되고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감염되는 그 이치에 아무도 예외가 되지 못한다"며 "방역은 신앙의 영역이 아니고 과학과 의학의 영역이라는 것을 모든 종교가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한교총 공동대표회장 김태영 목사(예장 통합 총회장, 부산 백양로교회)는 "코로나와 수재와 태풍으로 고통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교회 예배자 중 감염자 많이 나오게 돼서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교회가 정부 방침에 반발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민망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교가 어떤 이들에게는 취미일지 모르지만, 신앙을 생명같이 여기는 이들에게 종교의 자유는 목숨과 바꿀 수 없는 가치"라며 "대통령께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그 어떤 종교의 자유도 집회와 표현의 자유도 지금 엄청난 피해 앞에서는 말할 수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종교의 자유를 너무 쉽게 공권력으로 제한할 수 있고 중단을 명령할 수 있다는 뜻으로 들려 크게 놀랐다"고 했다.
김 목사는 "기독교의 특수성을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 기독교는 피라미드 구조와 중앙집권적인 상하 구조가 아니다. 그래서 연합회나 총회에서 지시한다고 해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않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 "한 부모 슬하에 여러 자녀가 있듯이 장로, 감리, 순복음, 침례 등 여러 교파가 있고, 같은 교파 안에서도 지향점이 다른 여러 교단이 있다"며 "외부에서 보면 분열처럼 비치지만 다양함 속에서 일체를 추구하는 것이 기독교의 특성이다. 이런 특성과 다양함이 인권을 신장시켰고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김태영 목사는 "코로나가 1-2주, 1-2달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볼 때, 대책 없이 교회 문을 닫고 예배를 취소할 수 없다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며 "전체 교회를 막는 지금 형식은 오래가지 못한다. 정부도 이 방식은 부담이 될 것이고, 교회도 결코 동의할 수 없다. 특히 농어촌 교회들에서는 온라인 방식의 비대면 예배가 이뤄지기 어렵다. 개척교회와 농어촌 교회가 70% 넘는 현실을 감안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에 "방역과 경제라는 두 난제를 붙잡고 해결을 위해 노력하시는 대통령께 정부와 교회의 협력기구를 제안하고자 한다"고 했다. 김 목사는 '방역 인증 제도'를 언급하며 "기독교계와 중대본, 지자체가 협의 기구를 만들고 방역을 잘 하는 교회는 차별을 해 방역인증마크를 주는 제도를 도입하자"며 "인증받은 교회는 방역 수치에 따라 현장 예배를 드리고, 수치를 어겨 확산이 되면 분명한 책임을 묻고, 몇몇 교회에서 확산되면 지자체장이 엄격한 원칙을 가지고 제지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두기를 한 채 대면 예배를 진행하는 방안도 있다. 무엇보다 정부 관계자들께서 교회와 사찰, 성당 같은 종교단체를 영업장이나 사업장 취급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 종교인이다. 지금까지 나라와 민족을 위한 여러 역할은 물론 실제 국민의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되고 있음을 존중해 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집회 인원을 교회간 좌석 수에 따라 유연성 있게 적용하는 방안을 도입하면 좋겠다. 교회당 단위 면적에 따라 일정 숫자가 거리두기와 마스크를 착용하면 안전하리라 본다"며 "교회들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서는 소모임과 식사를 일체 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 생활에서 종교의 역할을 잘 이해하고 계시는 대통령님의 너그러운 판단을 바란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한국교회총연합 김태영·류정호·문수석 공동대표회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홍정 총무, 전국 17개 광역시도 기독교연합회 소강석 상임고문, 예장 합동 김종준 총회장, 예장 백석 장종현 총회장, 기성 한기채 총회장, 기하성 이영훈 대표총회장, 예장 고신 신수인 총회장, 기장 육순종 총회장, 기침 윤재철 총회장, 예성 김윤석 총회장, 예장 개혁 채광명 총회장, 구세군 대한본영 장만희 사령관, 대한성공회 유낙준 의장주교 등 16명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 시작 이후 한국교회가 비대면 예배를 실시하는 등 정부의 방역지침에 협조하고 자체 방역 관리에도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인데 대해 감사를 표하고, 코로나 재확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독교계 의지를 하나로 모아 방역에 모범이 되어달라고 요청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방역이 중대하고 엄중한 고비를 맞고 있다면서,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동 등의 경우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감염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높이게 되면 경제와 고용에도 타격을 입어 국민들의 삶에도 큰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한순간의 방심으로 세계가 인정하는 K-방역 등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을 다독이고 국민 마음을 모으는데 한국 교회 지도자들이 용기를 나눠주고 기도해 줄 것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이 개신교 지도자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가진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1년여 만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일 염수정 추기경 등 천주교 지도자들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