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때 이미 경험했기에 선별진료소가 그리 낯설지는 않다. 컨테이너 3개를 가져와 한 개는 개인보호구를 착용하는 착의실로 만들고 또 한 개는 진료실, 그리고 마지막 한 개는 이동식음압기를 설치해 음압검사실로 만들었다. 그 옆에 한 켠에는 텐트로 환자대기실을 만들고 맞은편 한 켠에는 검진버스를 가져와 흉부 엑스레이 촬영실까지 만드니 선별진료소가 완성되었다.
환자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온다. 중국을 다녀온 조선족 간병인 여사님, 신천지 교인과 같은 회사에 다니는 젊은 직장인, 프랑스 유학 갔다가 귀국한 친구와 강남카페에서 커피를 같이 마신 여대생, 필리핀에서 선교하다가 귀국한 선교사님, 너무 긴 방학으로 수입 없이 살다가 이제 급식을 준비하는 용역직원, 며칠 감기약을 먹어도 밤새 40도 넘는 고열에 시달린 고등학생, 그리고 요양원에 확진자 노모를 면회하고 온 며느리… 이유는 가지각색이지만 마스크를 쓴 얼굴에는 불안한 기색만이 눈동자에 가득하다.
오전 8시,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컨테이너 착의실에 들어가 손 세정제를 바르고 글로브를 끼고 방호복을 입고 달린 모자를 쓰고 덧신을 신고 덧장갑을 끼고 눈에 고글을 쓰면 비로소 진료실로 들어갈 수 있다. 꽉 죄는 의료용 마스크가 얼굴을 조여오고 숨도 살짝 가빠지며 고글에는 벌써 김이 서린다. 이렇게 아침 8시 반부터 12시 반까지 꼬박 네 시간을 화장실도 못 가고 밖을 못 나가기에 물과 모닝커피는 금기이다. 아무리 무증상 환자라도 한 명의 진료를 마치면 글로브, 앞치마, 고글 등 개인보호구는 의료용 오염쓰레기통에 버려야한다. 그리고 진료실 내부는 락스와 소독용 알코올로 재소독한다. 벌써 내의와 수술복은 땀에 젖는다.
선별진료소는 무엇을 선별한다는 말일까?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여부를 선별하는 곳이며 진찰과 흉부엑스선, 그리고 검체채취 후 바이러스유전자 검사를 통해 진단을 내리게 된다. 검체채취는 긴 면봉으로 콧속 깊숙이 구강점막에서 또 입안으로 편도주위에서 점액을 채취하고, 가래까지 받아 검사실로 보내면 유전자증폭을 통해 바이러스 감염여부를 6시간 이내에 최종 판단하게 된다. 물론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약 처방을 내리고 자가격리하면서 결과를 기다리지만, 더 중증인 경우는 응급실 격리음압실로 옮긴다.
종합병원에 선별진료소를 설치하는 주된 이유는 안심병원 때문이다. 4백 병상의 종합병원 전체가 코로나19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기 위해서는 바깥에서 이를 걸러내는 선별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야 누구든지 안심하고 병원을 방문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병원 출입구에는 열감지기를 설치하고 해외 방문력이나 확진자 접촉여부를 확인하여 약간의 의심이 있는 경우는 선별진료소로 보내지게 된다.
어쩌면 천국은 안심병원일지 모른다. 그곳에는 우리의 안전이 보장되고 치유가 된다. 하지만 모두가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오직 선별진료소에서 오염되지 않았음이 판명되어야 들어갈 수 있다. 그러니 선별진료소는 천국 문 앞 심판대인 셈이다. 나의 모든 지난날의 동선이 밝혀지고 숨겨진 죄악이 엑스선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숨어있던 바이러스유전자가 증폭되어 백일하에 드러난다. 하나님의 밝은 광채 앞에 초미세먼지마저 발각되는 것이다. 아, 누가 이 죄악에서 나를 건질 것인가?
예수님은 여러 번 제자들에게 누룩을 조심하라고 말씀하셨다. 어릴 적 엄마 심부름으로 막걸리 찌꺼기를 얻으러 양조장을 다녀오곤 했다. 어머니는 그것을 넣어 밀가루를 반죽해 아랫목 이불 밑에 넣어두면 금새 큰 양푼 가득 빵이 부풀어 오른다. 적은 누룩이 엄청난 기적을 일으키는 것이다. 작은 말다툼 하나로 가정이 깨어지고 소소한 실수로 회사가 망하기도 하며 별것 아닌 감정싸움으로 전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죄는 그렇게 바이러스처럼 나를 점령하고 마침내 파멸에 이르게 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강한 바이러스가 있다. 바로 사랑이다. 사랑은 사랑을 불러일으키어 가정을 세우고 회사를 살리며 나라를 부흥케 한다.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여 전염병이 창궐한 지역으로 의료진을 끌어내며 아골 골짝 빈들에도 복음 들고 가게 한다. 사랑은 그냥 사그라지지 않고 활활 불타올라 삼천리반도 금수강산을 변화시키며 열방 땅끝까지 그리스도의 계절이 오게 한다. 예수의 사랑은 누룩보다 강하여 나의 죄를 눈같이 희게 하시며 동이 서에서 먼 것같이 하시어 어디서 무엇을 채취하여 증폭하여도 죄의 유전자를 발견할 수 없게 만드신다. 주님의 사랑은 나를 거듭나게 하사 나의 모든 유전자가 이제는 말씀으로 지으신 원래 형상을 되찾아 예수님의 유전자로 바뀌어 당당히 하나님 광채 안으로 들어가게 하신다.
이제 코로나 속에서도 두려움 없이 당당히 하나님 보좌 앞으로 나아갈 때 주께서 의의 면류관, 영광의 코로나왕관을 내게 씌우시리라. 아멘. 주 예수여. 어서 오시옵소서.
박상은 샘병원 미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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