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선교사 짐 엘리엇(Jim Elliot)의 아내이자 20권 이상의 저서를 통해 성경 가르치는 일에 평생을 헌신한 고(故) 엘리자베스 엘리엇(Elisabeth Elliot). 그녀가 2015년 타계한지 5년이 지났다. 생전 그녀는 국내에도 번역된 바 있는 『전능자의 그늘』, 『영광의 문』 등의 책과 방송, 강연을 통해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와 성경적인 삶에 대해 가르쳤다.
그렇게 일생을 하나님께 바쳤지만, 그녀의 삶 가운데 하나님이 '평탄함' 만을 허락하신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는 수많은 나날을 '고통'의 문제와 싸워야했다. 두 번의 사별을 겪으면서 세 번 결혼했고, 말년에는 치매까지 앓았다.
그러나 그녀는 하나님의 얼굴을 바라보는 일을 멈추지 않았으며, 오히려 끈질기게 하나님께 매달리며 고통의 문제에 대해 질문했다. '사랑의 하나님과 고통의 현실이 나란히 존재할 수 있는가?''하나님이 인간의 고통에 정말로 관심을 쏟고 계시는가? 그렇다면 왜, 행동하지 않으시는가?'
그녀의 이런 고통에 대한 질문과 성찰이 신간 『고통은 헛되지 않아요』(원제 'Suffering is never for nothing')에 담겨 나왔다.
고통스러웠던 날들
첫 번째 남편 엘리엇과는 결혼한지 27개월만에 사별했다. 그는 에콰도르의 와오라니 인디언 지역에 선교하러 들어간 당일에 식인종으로 오해를 받아 인디언들에게 무참하게 살해 당했다.
그로부터 16년 뒤 애디슨 레이치(Addison Leitch)라는 신학자와 재혼했지만, 안타깝게도 3년 반만에 그를 암으로 떠나보냈다.
그녀의 삶에 이러한 일들은 고통으로 다가왔다. 1956년 에콰도르 정글의 단파 수신기 앞에서 남편의 실종 소식을 들었을 때 그녀는 '내가 너와 함께 할 것이다'는 이사야 선지자의 글을 생각나게 해주시는 하나님께 외쳤다. "하나님, 당신은 항상 저와 함께 계시지 않았습니까? 지금 제가 원하는 건, 제 남편이 곁에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가혹한 현실"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두 번째 남편 레이치가 암 선고를 받던 날, 그녀는 "두려움과 원망, 걱정에 휩싸였다"고 고백한다. 너무 힘들어서 하나님께 뭐라고 말하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주님! 벌써 한 번 겪게 하신 일이지 않습니까? 이번에는 제 남편을 데려가실 수 없어요!"
고통 중에도, 사랑의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
그녀는 담대하게도, 고통의 현실보다도 그 고통과 함께 하시는 하나님에게 집중하기로 결심한다. 그녀가 믿어오던 하나님, "나를 사랑하사 내게 자신을 내어주신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꺾지 않기로 결심한 것이다. "(도대체 왜 자신에게 그런 고통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지적으로 만족할 만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대신 평안을 찾았다. 내가 당신에게 제시하는 답은 설명이 아니라 사람이다. 바로 나의 구주요 나의 하나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시다."
또 그녀는 하나님께서 분명히 고통 중에서도 '행동하셨다'고 믿는다. "하나님은 행동하고 계시며 행동하실 것이다."
그녀가 이렇게 믿음을 꺾지 않는 근거는 바로 '십자가'다. "세상이 그토록 경멸했던 그 낡고 투박한 십자가. 인류 역사상 최악의 사건이 알고 보니 역사상 가장 좋고 위대한 사건이었다. 십자가가 나를 구원했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독생자 예수님을 십자가에서 죽게 하시면서까지 사랑을 증명해 보이셨다. 그렇게 하나님의 사랑은 십자가 위에서 고통과 하나로 융화되었다."
그토록 조롱을 당했던 예수님의 십자가 고통이 사실은 하나님의 사랑의 사건이었다는 점을 기억할 때, 삶에 찾아오는 고통의 문제는 단순히 고통에서 끝나지 않고 하나님의 사랑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접촉점이 된다고 그녀는 말한다.
그렇게 그녀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으면서, 엘리엇의 사망 사건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고통 중에서도 하나님이 자신과 함께 하셨음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당시 하나님은 인간적인 시각에서 모든 것이 잘될 거라고 말씀하신 것이 아니었다. 하나님은 남편을 육체적으로 보호해서 내게 돌려보내리라 약속하시지 않았다. 대신 하나님은 내게 분명한 약속을 주셨다. '내가 너와 함께해 주겠다'라는 것이다."
그녀의 이후 행보는 하나님의 사랑을 믿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녀는 어린 딸과 함께 남편을 잃은 그 지역에 들어가 감동적인 선교 사역을 펼치며 수많은 영혼을 예수께로 인도했다.
아직도 쉽지 않은 고통의 문제
솔직히 고통의 문제가 완전히 극복된 것은 아니다. 그녀는 자신보다도 더한 고통에 처한 이웃들의 소식에, 하나님께 묻고 싶어진다. '하나님, 그 연약한 아기는 왜 이분척추증을 안고 태어난 겁니까? 엄마가 코카인에 중독된 탓에 심각한 장애를 안고 태어날 아기들은 도대체 뭡니까? 참수형을 당한 선교사 부부는 도대체 왜 그렇게 된 겁니까?'
이런 질문들에 그녀 자신은 아무 답도 해줄 수 없다고 고백한다. 다만 그녀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성경구절을 읊조려 주는 일 밖에 없다. '생각하건대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비교할 수 없도다'(로마서 8장 18절).
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인간을 향한 사랑을 확증하신 하나님이 당신 옆에 지금도 계심을, 성경이 증거하고 있다고 말해줄 수 밖에 없다고.
이 책을 추천한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은 "저자는 시시각각 불청객처럼 찾아오는 마음의 작은 틀어짐과 소요 속에서, 또 인생의 배가 뒤집힐 만한 거친 풍랑 속에서 예수의 품을 파고 들라고 우리를 다독인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