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총장 김용학)가 "국내 최초로" 개설한다는 온라인 '인권 강좌'가 논란이 되고 있다.
학교 측에 따르면 '인권과 연세정신'이라는 이름의 이 강좌는 '인권과 젠더(성평등)' '인권과 난민' 등 총 13개 주제로 구성된다. 강좌는 올해 9월부터 시범운영되다 2020학년도 1학기부터 신입생들이 졸업을 위해 필수적으로 수강해야 하는 교양기초 교과목으로 편성될 예정이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특히 '인권과 젠더(성평등)'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생물학적 남녀를 뜻하는 '섹스'(Sex)와 달리 '젠더'(Gender)는 트랜스젠더처럼 '사회적 성'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성평등'도 동성애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때문에 "故 언더우드 선교사가 기독교 정신에 따라 설립한 연세대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이런 용어들을 인권과 연관지어 쓰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학교 안팎에서 나왔다.
이에 "지난해 10월부터 인권강좌 개발 방향을 수립하고 개발 회의를 주관해 왔다"는 연세대 손영종 교무처장을 19일 전화로 인터뷰 했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
-이번 '인권 강좌'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 강좌는 '역사, 사회, 노동, 아동, 장애, 난민, 성, 환경, 생명, 의료, 사회정의, 교육 이런 아젠다가 인권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가' 하는 인권의 기본적인 내용을 강의하는 것이지, 예를 들어 젠더 강의를 한다든지 난민 강의를 하는 게 주목적이 아니다.
그래서 이 교과목은 '인권과 젠더' 또는 '인권과 난민' 안에, 난민에 대해서 깊이 강의하고 공부한다든지, 젠더에 대해서 공부하고 논의한다든지 이런 주제가 아니다. 기독교 정신을 기반으로 인권의 전반적인 이런 부분에 대해, 인권의 주제로서 하나님의 사랑을 어떻게 실천할 것이냐, 하는 것을 공부하는 것이다. '인권과 역사'라고 해서 역사를 공부하고, '인권과 사회'라고 해서 사회를 공부하고, '인권과 아동'이라고 해서 아동을 공부한다는 게 아니다."
-그럼 각각의 강좌는 서로 어떻게 구분되나? 즉 '인권과 젠더' 강좌가 '젠더'를 공부하는 게 아니라면 '인권과 젠더'는 다른 인권 강좌들과 무엇이 다르냐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는 우리가 이런 전화로, 한 두마디로 해야 할 부분은 아니다. 나는 그냥 이 교과목의 전체적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다. (인권 강좌에 대한) 우리의 초점과 (이 강좌를 우려하는) 학교에 관심을 가지고 보시는 분들의 관점이 조금 다른 것 같다. (그러나) 그런 분들의 우려는 이해는 한다. 그러나 우려하는 그 부분에 대한 교육은 아니다."
-우려를 이해한다면,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젠더'나 '성평등'이라는 용어를 뺄 수는 없나?
"그래서 이번에 이 교과목을 9월 1일부터 시범운영한다. 이미 많은 의견들이 들어왔다. (시범운영을) 하다보면 학생들 사이에서도 많은 의견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교내 교수님들도 많은 의견을 주실 것이다. 그럼 그것들을 취합해 수정·보완할 것이다."
-그럼 내년 필수과목으로 편성할 때, 그런 용어들이 바뀔 수도 있다는 건가?
"뭐라 말씀드릴 수는 없다. 모든 게 다 열려 있다고 보면 된다."
-'젠더'나 '성평등'이라는 용어가 트랜스젠더나 동성애 등까지 포함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그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이야기 하자. 지금은 교과목 운영에 대한 이야기다. 그것과 강좌 운영하고는 약간의 관계는 있지만, 그것은 따로 시간을 내서 이야기 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어떤 사안에 대해 각자 생각의 관점이 다른 분들이 많고 다양한 게 건강한 사회다. 그런 의견들에 대해서 충분히 열린 귀로 듣고 있다. (인권 강좌를) 시범운영할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을 받아서 분석하고 수정·보완할 것이다. 원칙을 말씀 드리면, 연세대는 기독교 학교인데 (인권 강좌가) 기독교 정신을 핵심 가치로 한다는 점이다."
-연세대의 기독교 정신에 있어 동성애는 어떤 의미인가?
"그런 이야기는 따로 하자. 그 이야기를 전화로 하면 한 두 마디로 끝날 수 있는 건 아니다. 지금 이야기 할 수 있는 간단한 주제는 아닌 것 같다."
-왜 '젠더'라고 이름을 붙인 건가? 연세대의 동성애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연세대에는 많은 외국인 학생들이 있다. 중동권 학생들도 유학을 많이 와 있다. 그걸 인식하고 있다. 동성애도 마찬가지다. 학교 안에 그런 학생들이 있을 수 있다. 다양한 형태의 학생들이 있을 수 있다. 교육하는 입장에서 그걸 정확히 인지하는 게 먼저다. (그걸) 인지하고 있다."
-인권 강좌의 기획 단계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나?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한 건 결코 아니다."
-내년 필수과목 지정은 이미 정해진 사안인가?
"우리들이 공개한 (필수과목 지정에 대한) 의지는 이렇게 표현되어 있다. '내용을 수정·보완하고 운영방식에 대해서도 검토한다.' 이렇게 이해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