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 언론사가 설문조사한 자료에서 눈여겨보게 되는 것은 가장 존경하는 역대 목회자와 차세대 지도자 설문이었다.
성도들은 '생존 여부와 관계없이 역대 한국교회 목회자 중 가장 존경하는 목회자는 누구인가'를 물었을 때 한경직(11.2%)·옥한흠(10.6%)·주기철(9.9%)·손양원(9.2%)·조용기(4.7%)·장경동(4.6%)·문익환(2.8%) 목사 순으로 7인을 꼽았다. 하지만 28.5%는 '없음·모름·무응답'이라 답했다.
역시 주기철·손양원 목사는 한국교회의 자랑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설문조사에서 한경직·옥한흠·조용기 목사 이후 주목할 만한 지도자가 없다는 점이다.
교계에서 30여년간 다양한 계층의 지도자들을 만나다 보니, 혹 대중의 인기가 꼭 좋은 리더십이라고 말하긴 뭐하다. 인기 발언으로 인기만 얻고, 한국교회를 위한 공공성과 헌신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어느 단체나 두 가지 부류의 리더가 있다. 하는 일은 없어도 시간만 때우며 자리와 인기만 차지하려는 사람과, 반대로 열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헌신하는 사람이다.
당연히 존경받는 리더는 후자이다. 이런 리더가 없으면 조직은 결국 쇠퇴하고 망하는 길을 걷게 된다.
리더는 한 순간의 인기와 자리에 목숨을 걸 것이 아니라, 교회의 먼 미래를 보고 가야 한다. 그가 리더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설문조사에서 빠졌지만 장종현·이영훈·정성진·윤보환 목사 등과 같은 좋은 지도자들도 있다. 오랜 교계 생활에서 만난 사람 중 이들을 보면 그들의 열정과 헌신에 한국교회가 관심을 가지지 않아서인지, 그들을 오해하거나 평가절하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 설문조사에서는 '한국교회 목회자 중 공적 교회를 지향하며 사회와 교회 연합, 일치를 만들어 낼 차세대 지도자(60세 이하)는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성도 62.1%, 목회자 74.2%가 '없음/모름/무응답'이라 답했다.
이렇듯 '한국교회'라는 모판에서 좋은 지도자 나오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하루 아침에 되는 것도 아니다. 최소 10년 아니 20년 이상의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인정해 주지 않으면 좋은 지도자로 세우기가 어렵다.
설문조사에서 미래를 이끌 차세대 지도자 부분에서 가능성을 보인 소수 답변으로 성도들은 이찬수 목사(5.8%), 목회자들은 소강석 목사(8.1%)를 가장 많이 꼽았다. 그 외에는 여러 사람의 이름이 자천 타천 거론 되었지만 검증이 안되어 낯설고 생소한 도토리 키재기 수준이다.
이처럼 한국교회에 뚜렷하게 드러나는 지도자가 보이지 않는다. 이렇듯 지도자가 나지 않는 한, 교회의 번창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도 교회가 안고 있는 리더십과 리더의 한계가 있다면, 상대가 나와 다름과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데 있다.
한국교회가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하다. 교회는 지금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그런데 마땅한 지도자가 없는 리더십 공백의 상황이다.
개교회나 기관·연합기관까지 지금 당면한 문제는 일회용 이벤트 대행 지도자가 아닌, 미래를 이끌 리더십을 지닌 차세대 지도자를 준비하고 있는가이다.
그런가 하면 지도자로 거론되는 이들도 교회가 조금만 성장하면 나홀로 독자생존의 길을 가려 한다.
그러다 보니 한국교회가 당면한 현실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거나 무지하다. 자신들이 쳐놓은 교회 담과 울타리를 넘어서질 못한다. 그것이 주는 편리함 때문일 것이다.
한국교회는 안팎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교회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서 대사회적 역할 수행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 개인기에 취해서인지 '연합'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힘들어진다. 그래도 가끔은 '연합'을 하기도 한다. 각자의 이해타산이 맞을 때만 말이다.
앞으로 미래 지도자의 필수 전제조건은 '연합을 실천할 능력'이다. 이런 마인드가 없으면 대표나 총회장, 대표회장이라는 자리를 그만둬야 한다.
연합할 줄도 모르면서 존경받는 지도자란 먼 나라 이야기이다. 개인기 말고 동역자 의식이나 형제애를 가지고 교회와 역사의 시대정신을 읽으며 팀워크를 이룰 수 있는 자이다.
이번 조사에서 '젊은세대의 이탈'로 대변하는 다음세대 문제와 더불어,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풀어 나가야 할 과제 중 하나로 '대형교회와 소형교회 간 양극화' 문제에 대하여 '심각하다(92.3%)'고 응답한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다음세대'와 '양극화'의 문제는 교회와 동역자의 생존이 걸린 목회 생태계의 최우선 과제이다.
늙은 교회는 젊은이들을 품지 못하고, 다음 세대는 교회 밖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교회는 이런 일에 충분하게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필자가 교계 생활에서 만나보고 생각나는 가장 존경할 만한 목회자라면 고인이 된 이중표 목사, 현재 원로인 장차남·림인식 목사나 나의 멘토 박종구 목사처럼 신앙 인격과 삶이 아름답게 조화된 목회자를 꼽고 싶다.
또 오랜 세월 연합운동에서 섬김으로 분열된 교회의 상처를 감싸고 치유하며 소외된 자를 품은 한경직 목사처럼, 그런 통합형 지도자를 요즘처럼 갈급해한 적도 없다.
한국교회 전체를 읽고 사회와 소통시키며 다음세대를 이끌 리더가 보이지 않는다. 역사와 미래, 세상과 사람을 품고 양극화를 치유하며 한국교회의 미래를 열어보려는 리더십도 보이질 않는다.
이효상 원장(한국교회건강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