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교회가 선교하는 교회로 건강하게 성장하길 원하지만, 정작 세계선교를 실행하는 데 주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안대학원대학교 김종성 교수는 선교타임즈 2019년 1월호에서 왜 선교를 해야 하는가와 그럼에도 왜 많은 교회가 세계선교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고 주저하는가에 대한 글을 실었다.
2018년 한국선교지도자포럼에서 발표된 한국교회 해외선교 역량 기초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성도의 81.9%는 예수님의 지상 대명령을 '잘 알고 있다'고 답했으나, 정작 한국교회가 가장 우선하는 사역은 '예배'(48%), '국내 전도'(18.7%), '해외선교'(10.6%) 순이었다. 해외선교에 참여할 수 없는 이유로는 33%가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서'라고 대답했다.
▲ 해외 선교 사역 모습.(기사와 직접 연관 없음) |
왜 선교를 해야 하는가
김종성 교수는 "'선교를 왜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초대교회로부터 제기돼온 것"이라며 "초기 기독교 선교의 모체라고 할 수 있는 예루살렘 교회는 '헤브라이오이'(히브리파 또는 아람어를 말하는 유대의 그리스도인들)와 '헬레니스타이'(헬라파 또는 헬라어를 말하는 유대의 그리스도인들) 그룹으로 형성되어 있었는데, 그들은 하나님, 인간, 세상에 대한 이해의 차이와 더 나아가 선교, 복음 전도에 대한 이해도 달랐음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타문화권 선교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선교 대위임령(마 28:19~20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에서도 어느 동사를 강조하느냐에 따라 선교 정책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라'는 동사를 강조하면 예수를 믿는 이들이 모두 가야 하는 것에 부담을 갖게 되며, '가르치다'는 동사를 강조하면 교육 선교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고, '세례를 베풀다'라는 동사를 강조하면 이를 선교 사역의 가장 중요한 행위로 보고 '몇 명에게 세례를 베풀었는가'를 선교사들에게 질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런데 헬라어 성경 원문을 통해 살펴볼 때 가장 중심이 되는 동사는 '제자를 삼다'이다"며 "주님의 대위임령의 핵심은 제자 삼는 것이다. 가서 제자 삼고, 가르쳐서 제자 삼고, 말씀을 지켜 제자로서 삶을 살고, 세례를 베풀어 제자가 되게 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왜 선교는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또 다른 중요한 본문은 사도행전 1장 8절(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이다. 김종성 교수는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이 구절을 성령이 임하시면 증인된 삶을 사는데, 먼저 예루살렘에 사는 모든 이들이 증인된 삶을 살면, 그다음 유대, 사마리아, 땅끝 같은 도식의 개념 차원, 지리적 개념에서 이해했음을 본다"며 "그들은 그렇게 이해할 뿐만 아니라 그렇게 믿었고, 그렇게 행했고 예루살렘에서 증인된 삶을 살기 위해 헌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주님의 승천 후 A.D. 70년 예루살렘이 로마에 의해 멸망되지 않았다면, 복음이 예루살렘에서 유대교의 한 종파로 남아 현재까지 종교적 갈등을 겪고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몰라도 예루살렘 교회가 로마 제국에 의해 멸망한 후 예수님의 말씀에 대한 다른 이해의 차원이 생겼다"며 "초기 교회가 한 세대 동안 주님이 말씀하신 내용, 기록된 말씀에 대한 잘못된 이해, 혹은 예수님의 말씀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 나타난 것은 커뮤니케이션이 갖는 한계성이라 볼 수 있다"며 "송신자인 예수 그리스도께서 말씀을 선포하셨는데, 말씀을 듣는 청중들의 신(Deos) 인식의 한계성을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외 선교 사역 모습.(기사와 직접 연관 없음) |
왜 세계선교를 주저하는가
선교의 당위성을 알고 열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왜 한국교회가 세계선교, 타문화 선교를 주저하는지에 대해 김 교수는 20년 넘게 도미니카공화국 등 타문화 지역에서 선교하면서 느낀 주관적인 의견을 몇 가지 제시했다.
김 교수는 "많은 한국교회 목회자는 우선적으로 '예배와 설교', 그다음 '교회학교 교육 프로그램과 제자훈련 등 교육 영역', 세 번째 '봉사, 코이노니아 등 성도 간 교제'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며 "대부분 교회에서 그다음 관심을 갖는 것이 선교이며, 선교는 늘 뒷전"이라고 꼬집었다. "목회자, 교회 평신도 리더들도 교회 재정이 여유 있을 때, 형편이 나아지면 선교를 해보자고 생각하며, 거의 교회 개척이나 설립 시기부터 선교에 대해 논하지 않는다"라고도 말했다.
김종성 교수는 세계선교에 온전히 참여하지 못하는 모습은 비단 한국교회만의 모습이 아니라, 초대교회, 중세교회, 종교개혁 당시 교회, 서구교회, 한국교회 초기 모습 때 모두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초기 예루살렘 교회가 교회로서 기능을 갖추어 갈 무렵, 가장 결정적인 약점은 바로 사도행전 1장 8절 말씀을 실천할 의지와 여력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첫째 예수님의 재림에 대한 이해의 차이로, 임박한 주님의 재림(행 1:1)에 대한 기대를 가짐으로 자신들의 믿음을 잘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봤으며 △둘째 구원에 대한 초기 예루살렘 교회 성도들이 예수님을 주로 고백하고 믿었지만, 여전히 열방이 시온에 오는 유대 중심적 관점에서 이해했기 때문에 흩어지는 구조를 갖지 못했다고 말했다. △셋째 초기 기독교 공동체 성도들이 세계적 차원에서 하나님의 선교에 대한 책무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점도 지적했다. 그는 "그럼에도 세상 모든 민족과 열방에 대한 하나님의 구원 계획은 하나님의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었다"며 "하나님은 초기 예루살렘 교회가 온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몇 가지 사건을 통해 흩으셨음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초기 신앙 공동체원에게 마라나타(Maranatha, 아람어로 'Come, O Lors!'의 뜻)의 신앙은 그들을 지탱할 유일한 신앙고백이었을 것"이라며 "그런데 주님의 재림이 지연됨으로 주님의 재림을 다시 해석할 수밖에 없었고, 두 번째 스데반의 순교 이후 계속되는 박해로 자의적 결단이 아니라 외부적 환경에 의해 모이는 구조(coming structure)에서 흩어지는 구조(going structure)로 불가피하게 흩어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끝으로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됨으로 현상적인 모습의 관점에서 모교회 역할을 하던 모체가 없어지면서 교회 공동체는 지리적 공동체에서 역사적 공동체로 바뀌어 가는 계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선교 역사가 스티브 닐에 따르면 중세 교회사는 '선교의 암흑기'였고, 종교개혁 시기가 지나가기까지도 복음주의 입장에서는 타문화권 선교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종교 개혁시대 때 타문화권 선교가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선교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 명령은 사도 시대 교회에만 주어진 사명으로 이해했고 △프로테스탄트 내부의 신학적 논쟁, 교리 논쟁으로 그들의 힘을 해외 선교에 집중할 수 없었으며 △종교 개혁이 일어나기 전의 영적 분위기가 비선교적이었으며 △프로테스탄트 국가, 교회들이 자기들의 세력 기반을 형성할 시간과 힘이 필요했고 △프로테스탄트 국가들(영국, 스코틀랜드, 스칸디나비아 반도)이 유럽 내부에 고립되어 있었고 △모달리티 교회 구조의 형태가 강했기 때문이다.
세계선교 비전 가지고 강한 교회로 도약
복음이 막 들어왔을 때 한국교회에서도 해외 선교에 대한 논쟁은 있었다. 김종성 교수는 "초기에 복음의 씨앗이 땅에 떨어져 아직 싹도 나지 않았고, 한국교회가 아직 성장도 하지 않았는데 세계선교가 웬 말이냐는 의미로 타문화권 선교에 반대하는 그룹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초기 한국교회는 '씨앗이 떨어져 싹도 나지 않은 시절'부터 해외선교에 눈 뜨고 선교사를 파송하기 시작했다.<참조: 한국컴퓨터선교회(KCM) 한국 선교사(史) 연표 바로가기>
김 교수는 "한국 초기 성도들은 강한 성도였다. 오늘날 한국교회 성도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연약한 그리스도인이 되었다고 한다"며 "성도들을 강한 성도로 제자 양육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값싼 은혜만을 추구하는 성도들을 값비싼 은혜에 감사하는 성도로 변화시켜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영광의 시기를 지나 어려운 시기를 지나가는 터널 같은 곳에 한국교회가 존재하더라도 세계선교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나아가면 강한 교회로 세워져 갈 것"이라고 기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