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대 전도전략연구소(소장 하도균 교수) 제19회 정기세미나에서는 '가나안 성도'에 대한 최신 연구와 분석 결과도 공개됐다.
이날 '가나안 성도에 대한 최근 연구와 분석을 통한 효율적인 전도전략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으로 이경선 박사(서울신대 전도학)는 "'가나안 성도'는 한 마디로 정의내리기 쉽지 않고, 그 분류도 다양하다. 가나안 성도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나안 성도들에게서 나타나는 다양한 특징들을 살펴야 할 것"이라며 "가나안 성도들의 다양한 특징에 따라 분류하고 그 특징들을 분명하게 드러낼 때 그에 맞는 대책을 세울 수 있으므로, 실증적 연구를 통해 특성별 전략을 세우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박사는 "100만여명에 육박한다는 보고도 있지만, 가나안 성도의 규모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숫자가 급격하게 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며 "가나안 성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전문 사역들과 교회들도 세워지고 있지만, 여전히 가나안 성도들의 대부분은 개인적으로 신앙생활을 하고 있어 여러 어려움과 한계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또 "스스로 신앙을 유지할 수 있는 실력이 없다면, 교회를 떠난 기간이 길어질수록 신앙을 잃어버릴 가능성도 높다고 할 수 있다"며 "스스로 신앙생활을 유지하면서 신앙적 고민을 풀어갈 수 있는 가나안 성도는 많다고 보기 힘들고, 아무런 도움 없이 스스로 신앙적 탐구의 시간을 갖다 보면 오랜 기간 가나안 성도로 머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가나안 성도들이 기독교인으로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신앙적 탐구 여정을 마치려면 적절한 환경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경선 박사는 "가나안 성도를 전도할 때, 그들을 교회로 다시 돌아오도록 하기 위한 수단이나 방법보다는 그들이 영혼 구원의 축복을 누리고 그리스도의 온전한 제자로 성장하며 이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통치를 실현하며 살아가도록 도와야 할 것"이라며 "정재영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50% 이상의 가나안 성도가 구원의 확신이 불분명할 뿐 아니라 70% 정도가 다른 종교에도 구원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가나안 성도를 위한 1차 복음전도 목표는 '온전한 회심'에 있다"고 설명했다.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
이 박사는 "그러나 가나안 성도는 구원의 문제를 반복적으로 점검하는 것에 거부감을 갖고 있고, 구원의 문제는 하나님과 자기 자신과 직접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생각하므로, 가나안 성도의 회심 문제는 2차 복음전도인 '제자도를 통한 신앙의 성장'과도 연결돼야 한다"며 "그들은 획일화된 신앙이나 삶과 일치하지 않는 신앙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그리스도를 영접한 이후의 삶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나안 성도와 같이 종교를 이탈해 다시 무종교인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종교적 흐름이다. 그리고 과거의 무종교인들이 대부분 종교에 대한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잠재적 전도의 대상으로 여겨졌다면, 오늘날의 무종교인 집단은 종교인들에게 새로운 경쟁상대이거나 더욱 전도하기 어려운 집단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가나안 성도의 발생은 그 자체만으로도 교회의 위기이지만, 2차로 무종교인이 될 가능성까지 내포하고 있어 더욱 큰 위기감을 불러올 수 있다. 따라서 가나안 성도를 위한 복음전도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 "다원화된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인 오늘날, 전도 대상자를 신자/불신자라는 이분법으로 접근하는 것은 전도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방법이다. 오히려 대상자의 다양한 특성을 세분화해서 전도해야 한다"며 "가나안 성도는 기독교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거나 완전히 무관심한 비수용적 부류가 아니라, 오히려 기독교에 대한 호감과 관심이 높은 수용적 부류이다. 또한 기독교인과 무종교인의 경계에 있기에, 새로운 무종교인 집단을 교회로 돌아오게 할 수 있는 실마리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나안 성도 예방 전략, 그리고 유형별 접근법
이후 이경선 박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나우앤서베이'에 의뢰해 지난 1월 31일부터 3월 20일까지 50여일간 온라인에서 응답한 133명과 개별 초청된 가나안 성도까지, 총 196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공개하고, 이를 토대로 한 전도 전략을 소개했다.
▲설문 결과 중 일부. 그들의 '교회 이탈 원인'에 대한 응답이다. |
먼저 '가나안 성도' 예방법을 전했다. 이 박사는 "무엇보다 이들에 대해 열린 마음과 사랑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 가나안 성도들 중에는 자신들을 향한 교회 안의 불편한 눈길을 인식하고 떠난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가나안 성도가 교회 밖으로 나간 행동이 모두 정당화될 수는 없겠지만, 가나안 성도를 밖으로 밀어내는 요인들이 교회 안에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교회에 대해 여러 이견을 제시하고 비판적 자세를 가진 이들을 정죄하거나 교회의 입장을 강압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 그들을 사랑의 마음으로 보듬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둘째로는 "일방적인 대화가 아니라 경청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가나안 성도들 중에는 자기 주체성이 강하고 자신의 신학이 분명한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의 생각과 주장이 틀렸다고 부인하기보다는 먼저 충분히 들어줄 필요가 있다"며 "이런 대화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때, 교회 밖으로 나가지 않고 교회 안에서 신앙적 고민의 해답을 찾으려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셋째로는 "그런 점에서 가나안 성도 예방을 위해 교회 안에 이런 사람들의 모임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그들이 자유롭게 자신들의 생각을 나누고 마음껏 토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며 "이들이 교회 안에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교회 밖으로 나갔을 때, 그들의 신앙은 보수적인 기독교의 신앙에서 더욱 멀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기에 교회 안에서 충분히 들어주고 마음껏 토론할 수 있는 장과 그런 모임을 이끌 수 있는 리더를 세우는 일이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다음으로는 '가나안 성도의 구원관과 종교 성향에 따른 전략'이다. 이 박사는 "가나안 성도들 중에는 종교다원주의와 무종교적 성향도 있고, 구원 문제를 크게 중요시하지 않거나 좀 더 포괄적인 구원관을 갖고 있는 경우가 있으므로 단지 '구원의 확신'을 확인하는 이전의 전도 방법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며 "가나안 성도들은 교회 안에서만 구원을 받을 수 있다거나, 영혼 구원이 단지 내세에 천국을 가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구원 문제를 인식하고, 교회 밖에서도 하나님의 공의로운 통치가 이뤄지는 문제에 대해 더 큰 관심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그러므로 가나안 성도들의 구원 문제를 점검함에 있어 현재적/미래적 하나님 나라를 통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다원주의적 구원론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일반 유신론적 성향과 무신론적 성향의 가나안 성도들은 자신의 종교 정체성을 혼동하고 있기에, 그들이 기독교의 핵심 진리를 깨닫고 복음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라며 "제임스 에머리 화이트는 <종교 없음>에서 오늘날 미국의 무종교인들에게 '기독교 자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따라서 복음의 역동성을 보여줄 수 있는 도구들을 계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가나안 성도들이 교회의 문제점으로 느낀 7가지 항목이 그들의 '이탈'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하는 우선순위에 대해 질문한 결과. |
'가나안 성도의 복귀의사와 이탈기간에 따른 전략'도 제기했다. 이 박사는 "설문 결과에 따르면, 가나안 성도들에게 '믿는다면 무조건 교회를 다녀야 한다'는 설득은 부정적 반응만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의지적으로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교회 복귀 의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따라서 그들을 무조건 교회로 돌아오게 하려는 시도는 올바른 복음전도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경선 박사는 "그리스도인과 비그리스도인 사이에 예리한 선을 그어놓고, 구원을 위한 한 번의 본질적 변화가 '회심'이라고 강조하는 본질적 확정(경계) 집단 이론과 달리, 관계 확정(중심) 집단 이론은 경계선을 유지하는 것보다 중심과의 관련성에 더 중점을 두게 된다"며 "이에 따르면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삼거나 삶의 주인으로 삼은 자들'로 정의될 수 있고, 중심적 집합에 들어가거나 중심적 집합을 떠나는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성경적 회심의 의미와 일치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허버트의 중심 집합 이론은 가나안 성도들의 특성을 이해하는데 매우 유용한 틀이 될 수 있다. 종교 성향에 따라 그들의 위치가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에 따라 구분하여 회심을 도울 수 있고, 복귀 의사나 이탈 기간에 따라 교회 공동체의 참여를 중심으로 단계를 나누어 공동체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들이 교회 밖에 있다고 구별하기보다, 교회를 중심으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구분하여 그 단계에 맞춰 공동체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더욱 현명하고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무엇보다 지속적으로 교회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따라서 교회가 가나안 성도 모임과 관계를 형성하고 섬기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가나안 성도들의 닫힌 마음이 열릴 때까지 지속적으로 섬기면서 기독교의 진리를 탐구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가나안 성도들이 공동체의 필요성을 느끼고 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결론에서 이경선 박사는 "미로슬라브 볼프는 <광장에 선 기독교>에서 '기독교와 같은 예언자적 종교는 상승과 회귀의 기능을 갖고 있는데, 이러한 기능이 제대로 역할을 못하면 종교의 기능 장애가 일어난다'고 했다"며 "예언자가 신과 만나 메시지를 받는 상승 작용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으면, 신앙의 기능 축소가 나타나거나 우상으로 대체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승의 기능 장애는 회귀의 기능 장애로 이어지는데, 회귀의 기능 장애는 신앙의 나태와 강요로 나타난다"고 했다.
이 박사는 "오늘날 기독교 전통은 회귀 기능 장애의 두 극단을 오가고 있는데, 나태함을 극복하고자 신앙을 강요하거나, 강요하지 않으려다 나태해지고 있다"며 "한국교회도 예언자적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타락하면서, 수많은 프로그램으로 이를 대체하거나 세상적 성공을 추구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승의 기능 장애는 회귀의 기능 장애로 나타나 성도들에게 충분한 영적 양식을 공급하지 못하고, 오히려 제도로서 강압하며 이끌어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가 본질을 회복하고 예언자적 종교로서 상승과 회귀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될 수만 있다면, 교회 밖 가나안 성도들뿐 아니라 교회 안 기존 성도들도 건강하게 신앙을 성장시킬 수 있는 회복의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도균 교수(왼쪽)가 총평을 전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
◈100년 전 무교회주의는 어떻게 됐는가?
소장 하도균 교수는 총평을 통해 "이 박사의 발표는 가나안 성도에 대해 전도학적으로 접근해서 통계를 도출시킨 가장 최신의 논의였다"며 "기존 연구들에 비해 가나안 성도에 대한 정의를 좁게 내리다 보니 내부 수치들이 다소 달랐는데, 오히려 이런 부분들이 현 시대 한국교회에 던지는 영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1890년대 1900년대 초 우찌무라 간조가 무교회주의를 주창했고, 우리나라에서 함석헌·김교신 등이 영향을 받았다"며 "무교회주의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그것이 전 세계를 열광시킬 것 같았고 당시에는 기성 교회들이 다 무너질 것 같았다. 하지만 무교회주의는 사라졌고, 교회는 위기를 이기고 계속 부흥 성장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도학자 입장에서 본질적 접근을 하고자 한다. 왜 지금 일본 기독교 인구가 1%도 되지 않을까. 왜 무교회주의는 사라졌을까"라며 "이러한 부분들이 논문 결과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가 교회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하고 있었고, 기독교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부족했던 것 아닐까"라고 했다.
하 교수는 "기독교는 무엇을 하는 종교인가? 한 마디로 말하기 어렵지만, 죄와 싸우는 종교라 할 수 있다. 죄 때문에 인간이 타락하게 됐고 죽게 됐다. 예수님이 그 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셔서 십자가를 지고 부활하심에 따라 죄의 문제를 해결시켜 주셨다. 우리는 끝까지 죄와 싸워야 할 존재"라며 "그리고 기독교는 생명의 종교, 살리는 종교이다. 예수님을 믿는데, 어떤 이유에서든 사람을 죽이거나 다치게 하거나 힘들게 하면 잘못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다.
하도균 교수는 "생명력 있고 죄와 싸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일대일로 하나님을 만나는 것이 기본이지만, 아시다시피 기독교 역사를 보면 하나님과 일대일로 만나는 그 영적 신앙훈련이 한계가 있었다. 우리는 이렇듯 '신과의 합일'을 추구하는 것을 '기독교 신비주의'라 부른다"며 "그런데 그런 신비주의적 기독교는 세상과의 관계,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오히려 약화됐다. (그러므로 공동체가 필요한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