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이라는 이름의 상징성이 한국교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남다르다. 그들의 순수하고 뜨거운 신앙은 지금도 여전히 중심을 잡는 무게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고신을 이끌고 있는 총회장, 김상석 목사(대양교회)를 최근 만나 인터뷰 했다. 자부심 만큼이나 책임감 또한 무겁다는 그에게 고신과 한국교회에 대해 물었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
-예장 고신의 총회장으로서, 한국교회에서 고신이 갖는 역사적·신앙적 의미를 어떻게 보십니까?
"잘 아시다시피 고신은 일본제국주의가 신사참배로 우상숭배를 강요할 때 교회와 신앙의 순결을 지켰던 곳입니다. 자신들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하나님의 계명과 순수한 신앙을 지키기 위해 헌신 했습니다. 또 해방 후에는 신앙의 정체성이 허물어진 한국교회에 회개를 촉구하며 먼저 자숙함으로 말미암아 등불의 역할을 감당했습니다.
그렇게 목숨을 걸었던 믿음의 선진들에 의해, 고신은 설립되고 오늘에 이르렀지요. 그리고 지금까지 약 7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신앙의 전통과 생활의 순결'이라는 아름다운 정신으로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어두움이 짙었을 땐 작은 불빛이라도 밝히고자 최선을 다해 사명을 감당했다고 생각해요.
특별히 한국교회가 자유주의와 이른바 '신'(新) 신학으로 오염되는 신앙적 위기 속에서 신실한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이 땅에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을 뿌리내리게 하고 꽃을 피우게 한 귀한 사명 또한 감당해 왔다고 자부합니다. 그 결과 현재 고신은 한국은 물론 세계교회 안에서 개혁주의 교회로서의 중심적 역할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비록 부족한 점도 많지만, 시대마다 하나님 말씀에 입각해 오염되지 않은 신학과 신앙을 유지하고 발전시켜 왔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을 하나님께서 귀하게 보시고, 과분한 복을 주셔서 사명을 맡기신 것이라 생각해요."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고신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앞서 말씀 드린 대로 고신은 교회와 세상의 빛과 소금 역할을 감당해 왔고, 또 앞으로도 계속 그 사명을 충실하게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엔 신사참배라는 우상숭배를 거부하면서 교회의 순수성과 순결성을 지켰습니다. 또 해방 후에는 자유주의 신학의 난무로 신학적인 어려움을 겪을 때, 보수·개혁주의 신학을 굳건하게 견지했습니다.
이제는 다원주의 사상과 교회를 어지럽히는 이단·사이비 집단의 활동에 보다 확고한 자세를 가지고 교회와 신앙을 지켜야 한다고 봅니다. 우선 지금 우리사회는 다원주의 사상이 만연해서, 진리를 부인하고 옳고 그름을 분별하지 못합니다. 특히 소수자 보호라는 명목으로 하나님께서 금하신 동성애를 지지하고, 남녀의 결혼조차 허물려고 하고 있어요. 사탄의 장난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급기야 헌법에 이런 걸 담으려는 시도도 있습니다.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지요.
우리 사회를 허물고 하나님의 계명을 어기게 하는 사회적인 풍토나 사상, 국가적인 어떤 시도도 우리 고신 교회는 반대합니다. 만약 그런 물결이 거세게 일어난다면 우리는 분연히 일어나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반대운동을 벌여 나갈 것입니다. 영적으로는 이단·사이비의 준동으로 너무나 혼란한 시대입니다. 교회는 물론 사회에도 많은 피해를 입히고 있습니다.
고신은 한국교회에 만연한 물량주의와 성공주의, 지도자들의 도덕불감증 등 잘못된 모습들을 회개하면서 교회가 순수하게 구원의 방주로서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아울러 절망하고 있는 사회에 희망을 주는 빛으로서, 또 경제적·정신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강도만난 자와 같은 우리의 이웃들에게 따뜻하게 다가가는 것도 잊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순수하게 전하는 시대적 역할과 사명을, 겸손하게 기도하면서 감당해 갈 것입니다."
-현재 교계 연합기관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포함해 4개나 됩니다. 이를 어떻게 보시나요?
"교회연합운동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회의 목소리를 사회와 국가에 힘 있게 밝히고, 하나 된 힘으로 선교와 전도에 힘을 쓴다면, 더욱 큰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의 연합운동은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우선은 앞장 선 지도자들이 좀 더 겸손하게 서로를 존중하면서 한국교회 전체를 생각하며 모든 일에 임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최근 동성애나 이슬람 난민 문제 등 기독교가 직면한 대사회적 현안들이 있습니다. 목사님께서는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보시고, 해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앞에서 언급 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입각해 결코 허용할 수 없는 동성애나 많은 잘못된 사상들에 대해 한국교회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해법으로는 먼저 우리사회의 실상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부작용에 대해 분명하고 확실한 연구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들을 성도와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알려야 합니다.
문제는 한국교회 성도가 아직도 이런 일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각 교회 목사님들과 지도자들, 특히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이런 것들의 실체에 대해 정확하게 알리고, 하나님의 계명과 말씀에 비추어 그것이 왜 잘못되었는지를 철저하게 가르쳐야 할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 한국교회의 모든 역량을 모아 반대할 것은 확실하게 반대하는 의사표명를 지속적으로 밝혀야 합니다. 그들의 실체를 바르게 알게 된다면, 다수의 국민들도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문제는 한국교회가 사명감을 가지고 하나가 되어 분명하게 대응해야 하는 매우 중대한 일입니다."
-많은 이들이 한국교회 미래를 걱정합니다. 목사님은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걱정이 많이 됩니다. 그러나 걱정만 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지요. 먼저 교회의 지도자들이 회개하고 겸손한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미안한 말이지만, 현재 한국교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들의 상당 부분은 지도자들로 인해 일어난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기에 지도자들이 바로 서면 성도가 바로 서고, 그러면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이 많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음세대 문제도,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우리가 깊이 생각하고, 심혈을 기울여 대책을 세우고 실행해야 합니다. 이 문제는 저출산이라는 환경적 요인이 있지만, 결국은 성도가 성경적인 교훈보다 세상풍조를 따라간 탓이 없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주권과 약속을 확실히 믿고, 말씀에 순종해 최선을 다하면, 하나님께서 길을 열어주시고, 복을 주시리라고 믿습니다."
-지난 약 9개월 동안 총회장직을 수행하시면서 혹시 힘든 점은 없으셨나요? 또 무엇을 가장 크게 깨닫거나 느끼셨습니까?
"총회장이 된 후 화평한 가운데 안정과 발전을 이루기를 바라면서 사역을 감당했습니다. 이는 제 평생 목회의 철학이면서,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과업이기도 해요. 전국적으로 고신 안에 교회와 기관들이 많아서 서로의 입장과 생각들이 다른 부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먼저 최대한 낮은 자세로 서로의 화평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많이 부족한데, 그럼에도 전국교회가, 특히 총회에서 앞장서 일하시는 분들이 저의 이런 생각과 노력들을 이해하시고, 또 좋게 보셔서 비교적 지금까지 교단이 조용한 가운데 많은 부분에서 발전과 성장이 있었던 것 같아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직 몇 개월 임기가 남아 있는데, 더욱 겸손한 자세로 서로의 유익을 위해 양보하고 존중하면서 맡은 사명들을 잘 감당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