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적지 않은 교회들이 분쟁을 겪고 있다. 분쟁은 주로 교회 내 이해관계의 차이에서 일어나고, 그 중심에는 교회의 주요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담임목사와 장로가 있다.
부산 호산나교회에서 열정적으로 사역하다 65세에 조기 은퇴한 최홍준 목사는 사역 2기 활동으로 국제목양사역원을 설립하고 이 문제의 '본질적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지구촌을 누비고 있다. 바로 목사와 장로가 목양을 함께하는, 성경적 장로상의 회복을 통한 '목양장로' 사역이다.
장로의 본질을 회복함으로써 한국과 세계 교회의 미래를 깨우고, 이를 알리는 컨퍼런스를 통해 21세기 모든 교회가 존경과 신뢰와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장로로 회복하여 세우고자 한다. 목양장로 사역 컨퍼런스 외에도 제자훈련 교회들을 돕는 워크숍 및 코칭, 교회를 진단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컨설팅, 컨퍼런스 참석자들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 사역 등을 하고 있다. 최홍준 목사를 만나,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어봤다.
-목사와 장로의 갈등, 주 원인은 무엇일까요.
"한 마디로 본질에서 떠났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본질이란 무엇일까요? 주님께서 요한복음 10장에서 '나는 선한 목자라 선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거니와 삯꾼은 목자가 아니요 양도 제 양이 아니라(11-12절)'고 하셨습니다.
목사만 목자가 아닙니다. 목사와 장로는 동일하게 목양에 목숨을 걸어야 합니다. 목사와 장로는 영적 부모와 같습니다. 부모가 다투고 싸우면 양들이 죽습니다. 상처입고 당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교회가 너무 많습니다. 본질에서 떠나 있기 때문입니다. 양이 아닌 자신의 감정을 내세우고, '내가 목사인데, 장로인데...' 하는 것입니다. 목사는 양을 위해 존재해야지, 자신을 위해 존재해선 안 됩니다. 양들을 위해 목숨을 걸라고 하셨는데, 목숨은 못 줄지언정 상처를 줘서야 되겠습니까.
왜 본질에서 떠나 있습니까? 본질은 목양인데, 행정만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성경에서도 목사와 장로의 본질은 동일하게 목양이라고 했습니다. 종교개혁에서도 이전 교황제에서 사라졌던 장로제도를 복원했습니다. 지금도 가톨릭에는 장로가 없지 않습니까?
칼빈이 제네바에서 최초로 목사와 장로의 목양 사역을 했습니다. 목사와 장로로 구성된 컨시스터리(consistory, 장로회)를 설립해 제네바 시민들의 도덕적인 삶을 개혁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가톨릭에서 넘어와 결혼이나 가정 문제 등 여러 문제들을 상담하고 도왔습니다.
스코틀랜드에서 제네바로 피신와 있던 존 낙스가 이를 보고 '임팩트'를 받아 돌아가서 목양 장로를 복원했고, 이것이 장로교의 뿌리가 됐습니다. 그래서 장로교가 스코틀랜드에서 시작됐지만, 제네바의 칼빈에게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스코틀랜드에서 제대로 뿌리내린 장로교는 미국과 남아공, 네덜란드 등으로 전파됐습니다."
▲지난 5월 익산 기쁨의교회에서 열린 제34차 목양 목사·장로 사역 컨퍼런스. ⓒ사역원 |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셨나요.
"저는 '본질 회복' 차원에서 장로에게 목양을 시키자고 하는 입장입니다. 아시다시피 사랑의교회 옥한흠 목사님 밑에서 제자훈련을 배우고 목회를 했는데, 성도들이 제자반과 사역반을 거쳐 순장이 되면 안수집사가 되고, 오랫동안 잘 섬기면 장로로 추대됩니다.
처음에는 장로가 되어도 소그룹 순장을 계속 했습니다. 이것도 목양이니까요. 전통 교회를 목회하면서 장로들이 목양을 하니 교회가 평안했습니다. 그런데 15-20년이 지나면서 장로들이 힘들다며 목양을 놓아버리고, 행정으로 가 버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성 교회의 장로 모임과 다를 바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방안을 고민하다, 아예 교구를 나눠 각 교구에 목양 담당 장로를 세웠습니다. 교구에서 일어나는 성도들의 문제들을 상담하고 기도해 주며, 여러 가정사 등을 관계하면서 목양을 하게 했습니다. 그렇게 하니 성도와 접촉하면서 목사가 받는 고민과 희열, 기쁨과 환희를 장로님들도 경험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되니 성도들은 장로를 존경하고, 목사는 장로를 인정하고 배려하면서 서로 목양 상황을 공유다 보니 장로들도 목사를 존중하게 됐습니다. 장점은 존중하고 단점은 포용하면서 아름다운 목양 공동체가 이뤄지다 보니, 성도들에게는 안정감을 주고 목사와 장로들은 성도들을 사랑하는 초대교회의 모습이 회복돼 교회가 건강해졌습니다."
-목양장로는 그냥 장로와 어떻게 다른가요.
"교단 헌법을 봐도, 장로의 직무 90% 이상이 목양에 대한 것입니다. 그런데, 목사들이 목양을 자신들의 고유 사역으로 착각하고 있지 않은가 합니다. 이는 어리석은 일입니다. 성경에 그 본질이 나와있고, 무엇보다 목회는 '성령께서 하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통해 역사하시지만, 본질에 순종할 때 열매가 있습니다.
예수님의 마지막 명령-'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마 28:19-20)'-에 동사가 5가지 나오는데, 본 동사가 '제자 삼으라'는 것입니다.
구원받은 하나님 백성들이 사는 이 땅은 '천국을 위한 대기소'가 아닙니다. 교회는 세상에 파송된 그리스도의 제자 공동체가 돼야 합니다. 우리가 '세상의 소금과 빛'이라고 했는데, 하나님 백성의 특권을 갖고 하나님께 예배드리고 영광을 돌리는 현장이 교회라면, 훈련받고 파송되어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일해야 하고 그러려면 교회에서 훈련을 받아야 합니다.
목회의 본질이란, 전도하고 가르치는 것입니다. 목사와 장로가 성도들 앞에 이러한 본을 보이면서 가르치고 이끌어야 하는 것입니다. 400명 있던 교회에 1만명이 모이게 된 것은 제 능력이 아니라, 성령께서 하신 것입니다."
-교회 분쟁 중 많은 부분이 '원로목사와 후임의 갈등'으로 발생하기도 합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원로이든 후임이든, 목사는 양을 위해 존재해야 하고 양을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합니다. 그런데 양을 실족시키고 상처주고 교회를 떠나게 해서야 되겠습니까. '삯군은 도망간다'고 하셨습니다. 절대로 원로가 지나치게 간섭을 해선 안 되고, 후임은 그렇다 해도 원로와 싸워선 안 됩니다.
싸우는 게 쉽지, 싸우지 않는 건 어렵습니다. 자기의 모든 것을 십자가에 내려놓고, '나는 죽었노라' 하고 가야 하는 세계입니다. 그것이 신앙의 본질입니다. 이러한 본질에 대해 신학교에서 잘 가르치지 않는 것도 안타깝습니다. 학문만 가르치고 있지요. 문제가 생겼을 때, 목사는 절대 성도들에게 상처를 줘선 안 됩니다. 저도 신학교를 졸업했지만 이런 것들은 다루지 않고 아주 일반적인 이야기들만 하고 있습니다."
-실제 사례가 궁금합니다.
"거룩한빛광성교회나 선한목자교회 등 많은 교회가 '목양장로 사역'을 통해 열매를 거두고 있습니다. 장로도 행복하고, 목사도 행복합니다. 다툼과 싸움이 없으니, 일단 교회가 건강해집니다.
교구 부목사들과 장로들이 한 팀이 되어, 교구에서 상담이 필요한 성도들의 정보를 제공하면 장로 부부가 만나서 심방을 하는 형식입니다.
안 믿는 남편이 있는 여집사님이 있었습니다. 얼마나 안타깝습니까? 그래서 목양장로에게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 집사님이 남편에게 계속 교회에 가자고 하니, 남편이 '한 번만 나가주겠다'고 했습니다. 전도집회 때 오기로 약속해서, 목양장로에게 기도와 교제를 부탁했습니다.
목양장로가 교회를 찾은 남편을 만나 '김 선생, 제가 계속 기도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같이 식사하시죠' 하면서 함께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러면서 '세상에서도 삼세 판인데, 한 번만 나와서 되겠습니까? 알고 믿어야 하니 새신자 과정 5주 코스에 나오십시오' 했습니다.
남편이 5주 과정을 마치고 아내 집사님에게 말했습니다. '사실 고교 3년간 교회를 다녔다'고요. 3년만에 교회에서 나온 이유가 이랬습니다. 친구 아버지가 장로였는데, 교회에서 주인행세 하는 꼴이 보기 싫어 나갔다는 겁니다. '그리고 25년이 흘렀는데, 이 교회 장로는 다르네' 라고 했습니다.
25년 전 그 장로는 '걸림돌'이었고, 지금 이 목양장로는 '디딤돌'입니다. 이렇게 교회에서 '걸림돌' 같은 장로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더불어 '목양장로' 사역을 위해 목사들이 믿음으로 장을 펼쳐줄 수 있어야 합니다. 본질에만 충실하면, 성령께서 함께하십니다. 저는 늘 '목회는 내가 하는 게 아니라 성령께서 하셔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목양장로제를 실시하고 있는 대전문창교회 성종근 목사는 "컨퍼런스에 참석해서 호산나교회 장로님들이 본질에 충성하려 하는 모습들과 그것을 모든 교회와 나누면서 한국교회의 변화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들을 보고 돌아왔다"며 "장로의 본질, 장로가 왜 세워졌고 무엇을 하는가에 대한 교육 기회가 생겨 감사하다. 컨퍼런스에 다녀온 뒤, 목사와 장로들 모두 '섬기겠습니다'가 적힌 명찰을 달고 있다"고 말했다.
성 목사는 "장로님이 성도들의 애경사를 챙기고 상담을 하면서, 목사들이 느낄 수 있는 목양의 기쁨을 장로님들도 함께 느끼고 있다"며 "목양장로제를 통해 저는 행복한 목사가 됐고, 장로님들도 행복한 장로가 되셨다"고 전했다.
◈최홍준 목사는
故 옥한흠 목사와 제자훈련 지도자 1세대로 섬기다 1987년 당시 부산 새중앙교회에 부임해 제자훈련을 정착시켜 건강한 교회로 부흥시켰다. 2000년 호산나교회로 이름을 바꾼 뒤 교회는 목양장로 사역을 통해 주일 출석 1만명이 넘는 대형교회로 성장했다. "제자훈련의 정점은 장로의 본질 회복, 즉 목양장로 사역"이라는 지론을 갖고 목회해 왔다.
동아대를 졸업하고 총회신학대학원을 거쳐 합동신학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1995년 '제자훈련이 전통 교회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으로 미국 리폼드신학교에서 박사학위(D.Min.)를 취득했다. 부산성시화운동본부 이사장, 하이패밀리 이사장, 팻머스문화선교회 이사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호산나교회 원로목사, 국제목양사역원 원장 등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