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북·미북 정상회담을 앞둔 가운데,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염원하며'라는 주제로 김명혁 목사(강변교회 원로)와 허문영 박사(통일선교아카데미 원장)가 대담을 펼쳤다.
인터넷방송 21tv 주최로 서울 도곡동 강변교회(담임 이수환 목사)에서 열린 대담에서는 허문영 박사와 김명혁 목사의 모두발언 후, 김철영 목사(세계성시화운동본부 사무총장) 사회로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최근 북한이 화해 무드를 조성하고 있다. 그 이유를 뭐라고 보시는지.
허문영 박사: 3가지 설이 있다. 첫째로 경제 제재를 뚫기 위해서, 둘째로 핵무기가 완성됐기 때문에 이제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그리고 핵무기가 미완성 상태이지만 국제사회와 공존하기 위해서 등이다.
과거에 이런 햇볕론과 바람론의 논쟁이 있었다. 대화론은 우리가 북한을 따뜻하게 대해주면 대화를 위해 나오리라는 것이고, 강경론은 우리가 밀어붙이면 북한은 무너지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북한은 단선적으로 반응하는 국가가 아니다. 저들은 자신들만의 국가적 목표가 있고, 국제적인 판세를 읽고 있으며, 그들 중 최고 전략가들의 주관적 정세 인식도 있다. 이 3가지가 결합돼서 나온 행동이다.
이른바 진보 진영도 보수 진영도, 똑같은 사고의 틀 속에 있다. 우리가 따뜻하게 대해주면, 또는 강경하게 나가면 북한이 어떻게 된다는 사고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북한은 남한에 의해 정책을 선택하는 나라가 아니라, 자신들의 목표와 정세 판단, 주관적 인식 3가지를 통해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단순히 제재를 가해서, 핵무기를 다 만들어서 대화를 선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을 맞은 지금, 남북, 미북 정상회담 개최가 기대를 가져다주지만, 분단이 고착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허문영 박사: 일리 있는 우려다.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한다면, 분단 고착화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다. 북미 간 협상 과정에서 한미 동맹이 깨지거나 주한 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철폐 등이 거론될 수 있다. 저는 건강한 우려라고 생각한다.
저는 우리 대한민국이 화해와 평화와 통일에 있어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게 하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는 것이다. 이것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 신앙인의 관점에서 봐도 신앙의 자유, 종교의 자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자유를 침해당하는 것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최저선이다.
그런 점에서 평화협정 체결이 분단 고착화로 갈 수 있다는 우려는 충분히 할 만 하다. 평화협정이 '분단 고착화적' 협정이 아니라, '통일 지향적' 협정이 돼야 할 것이다. 그런 우려들을 정부에서 잘 받아들여야 한다.
-북한 출신인 김명혁 목사님은 지금의 흐름에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다.
김명혁 목사: 보통 북한을 떠난 사람들은 반북·반공에 철저히 사로잡혀 있다. 저도 한동안 그랬다. 하지만 선배님들을 바라보면서 점점 바뀌고 있다. 그래서 북한 돕기에 앞장서게 됐고, 종교 지도자로서 북한에 2차례 공식 방문하기도 했다. 북한에 분노하고 증오하기보다, 긍휼과 포용의 마음을 갖고 있다.
물론 만남 자체로 다 되는 건 아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한 협상은 안 된다. 말씀드렸듯 교회가 남북이 서로 끌어안고 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남북한 정상이 만나서 어떻게 한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갈라질 수 있으니, 진보와 보수를 막론해서 십자가로 돌아가 서로 끌어안고 우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너무 중요하다.
정치를 무시하는 건 아니다. 정치적 상황을 기대하면서도,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북한과의 대화를 수락한 트럼프도 자신만의 셈법이 있을 것이다. 남북한이 세계가 존경할 수 있도록 정치와 함께 신앙적인 화해와 평화와 통일을 일으켜야 한다. 십자가 안에서 하나 되는 것이 너무 중요하다.
저는 북한을 미워하려는 생각이 없다. 제가 없어지면, 북한에 가 있는 줄 알라(웃음). 아니면 무슬림들에게 가 있을 것이다. 그들을 위해 제물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너무 단순한 생각 같지만, 그런 순수한 생각을 늘 가지려 한다. 한국교회도 그렇다. 장로교회가 400여곳으로 갈라진 곳이 어느 나라에도 없다. 서로 자신들만 옳다고 한다. 왜 이렇게까지 되었는가? 우리부터 서로 끌어안는 일을 하면 너무 좋겠다.
▲대담 중 김명혁 목사(가운데)가 이야기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
-이런 상황에서, 대화를 환영하는 한국교회 진보 측과 미심쩍은 시선으로 보는 보수 측에 조언을 부탁드린다.
김명혁 목사: 단순하게 '예수의 십자가를 바라보라'고 하고 싶다. 극보수 입장이라도, 손양원 목사님과 장기려 박사님을 바라보면서 신학적인 입장을 다소 포기하고 무시하고, 십자가로 다 끌어안을 수 있어야 한다. 예장 합동·고신 측에서 진보 측도 끌어안을 수 있는, 손양원 목사님 같은 분들이 여기저기 나와야 한다.
부활절연합예배처럼, 형식적이더라도 진보와 보수가 다함께 모일 수 있는 일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저도 그런 일에 제물이 되길 원한다.
허문영 박사: 강경론과 대화론 두 정책이 모두 실패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과거 정부들의 성과를 그냥 버릴 게 아니라, 다 수용해서 햇볕과 제재 정책을 모두 끌어안고 넘어가는 제3의 통일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제재도 계속하여, 나쁜 행동을 하지 못하게 막으면서 대화를 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김 목사님 말씀에 하나 덧붙이자면, 우리 역사를 볼 때 고려는 불교 시대, 조선은 유교 시대였다면 대한민국은 기독교 시대라 보고 싶다. 얼마 전 3·1절이었는데, 내년이면 3·1절 100주년을 맞는다. 그 3·1절을 일으킨 주역이 기독교와 대종교(천도교)다. 이들이 상해 임시정부를 만들었고, 그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모체가 됐다. 이후 1948년 제헌의회를 통해 정부가 공식 수립됐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뿌리에는 기독교가 있다. 그러나 이 대한민국이 한반도 전체를 장악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통일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참 멋있는 나라,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나라 통일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까지 노력하는 것이 우리의 역사적 과제이다.
진보 진영은 남북 화해의 흐름을 환영하고 보수는 위장 평화 전술로 우려한다면, 저는 둘 다 좋다고 생각한다. 선도하는 입장에서는 끌고 가야 하지만, 대중들은 과거 북한이 합의하고도 약속을 깨고 도발했던 패턴들을 기억하기에 당연히 우려해야 한다.
북한의 공격적이고 과격한 공산주의자들이 한반도에서 더 이상 장난을 칠 수 없도록, 보수 교회가 깨어 기도하고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주시하는 것은 민족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그리고 보수 교회가 긴장하면서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고 있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
-북한 성도들이 겪고 있는 신앙적 어려움을 이미 경험해 보셨는데, 격려의 말씀을 부탁드린다.
김명혁 목사: 십자가의 본질은 가난과 고난과 죽음이다. 죽음이라고 해서 죄송하지만, 십자가에 더 가까이 가는 길이다. 옥한흠 목사님이 '우리의 소망은 조선이나 중국의 지하에서 고통당하고 있는 성도들이 아닐까'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그렇게 격려하고 싶다.
그리고 물질적으로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십 년 동안 고난을 당하고 있는 그들을 귀하게 생각하고 존경하고 격려해 주면 좋겠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통일에 무관심하다. 통일보다 평화를 원한다는 어느 작가도 있었다.
허문영 박사: 그 작가의 말씀을 제 식대로 받아들인다면, '한국형 통일'이라 이야기하고 싶다. 통일을 포기한 것은 아니고, 통일 전에 평화를 소중해 여겨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하겠다. 물론 통일지상주의는 안 된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분단된 국가가 5곳인데, 그 중 3곳이 통일됐다. 베트남은 전쟁으로 공산화됐고, 예멘도 분쟁을 겪었다.
우리가 타산지석으로 독일을 이야기한다. 독일 통일이 좋았지만 문제도 있다. 통일 후 1년간 정치 통합을 하겠다고 했는데 이뤄냈고, 10년 내 경제 통합도 완성했다. 그러나 30년 내에 하겠다던 사회 통합은 되지 않았다. 다시 30년이 더 걸린다고 한다. 한국형 통일은 독일식이 아니라, 먼저 문화 교류부터 하고 경제 통합, 그 다음 정치 통합을 가장 마지막에 해야 한다. 그 작가의 말은 한국형 통일로서 공감대가 있다.
우리 청년들은 하나님께서 감춰놓으신 보배들이라 생각한다. 존경하는 김명혁 목사님의 말씀을 들을 때마다, 대표적인 보수 신학자이셨는데 북한을 사랑하고 끌어안기부터 해야 한다고 말씀해 주셔서 감사하다. 이데올로기를 넘어 십자가로, 가난과 고난과 죽음으로 가야 한다.
예수님께서 먼저 가신 그 길이지만, 너무 잘 살게 된 한국교회는 '은과 금은 내게 있지만 예수님은 한쪽 구석에 계신다.' 앞으로 통일 대한민국이 됐을 때, 세계를 섬길 위대한 일꾼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러려면 이 청년들이 많은 연단을 겪어야 한다. 우리가 만든 잘못과, 하나님의 뜻이 겹쳐져야 한다.
이 시대의 사회적 약자들이 바로 청년들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살기 힘들어서 중장기적인 통일 문제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 같은 기성세대들이 그들을 위로하고 격려해서, 그들이 통일 세대의 주역이 되게 해야 한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 청년들에게 왜 복음 통일이 청년들의 미래와 연결되는지 잘 전달한다면, 그들이 통일의 일꾼이 될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2,500만 북한 동포들이 영적·육적으로 살아나는 위대한 일을 우리 청년 세대가 감당한다면, 도덕적 정당성이 뛰어난 사명을 감당하게 되므로 세계 곳곳에 가서도 자유를 선포하고 평화를 만들어가고 복음을 전하는 위대한 시대의 일꾼들이 될 것이다.
김명혁 목사: 민족의 화해와 평화와 통일의 근본은 십자가 정신인데, 3·1 정신도 매우 중요하다. 3·1 정신은 종교를 넘어선다. 물론 기독교인들이 다수였지만, 천도교와 불교 등과 같이 했다. 길선주 목사님도 33인 중 한 분이셨다. 이들은 민족주의도 넘어섰다. 물론 민족의 독립을 외쳤지만, 이를 넘어 아시아의 평화를 염원했다. '일본놈'이라고 하지 말라고 했다. 기가 막힌 것이다. 이승훈 선생님을 연구해 보니 그랬다. 민족을 싫어하라는 건 아니고, 이를 넘어서서 하나가 되자는 것이다.
우리 젊은이들이 왜 저렇게 됐을까. 목사님들이 선배님들의 그것을 가르치질 않아서 역사 의식과 십자가 의식이 없어진 것이다. 북한이 필요없다? 저는 좀 부정적이다. 사회가 왜 이렇게 됐을까? 교회는 십자가를 떠나, 큰 교회 되어서 축복만 받으면 된다고 했다.
이제 교회도 바뀌어야 한다. 길선주 목사님을 비롯해 우리 선배님들은 다 끌어안고 민족을 사랑하면서 일본마저 멸시하지 않았다. 내년이 3·1 운동 100주년인데, 젊은이들이 '우리 선배님들이 이랬구나' 하고 감동을 받으면 달라질 것이다. 십자가 정신, 3·1 정신을 가르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