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를 한 후, 한 후식 전문집을 찾아 갔다. 그리 큰 집도 아니고 유명한 집도 아니지만 팥빙수를 전문으로 하는 집이다. 일하시는 분의 인도로 7명이 함께 앉을 수 있는 자리로 갔다. 앉아서 무엇을 먹을 것인지 생각하는 중 옆에 있는 사람들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너무나 다른 사람들이 양쪽에 앉아 있었다.
나의 오른쪽에는 두 여자 분이 자녀들 둘을 데리고 와서 팥빙수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앞에는 술병이 있었다. 그 후식 전문집에서 술을 팔지 않는 것 같은데 아마도 자신들이 가지고 온 것 같았다. 그들은 열심히 술잔을 기울이며 인생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과히 즐거워보이지는 않았다.
그런데 나의 왼쪽에 두 사람은 팥빙수를 놓고 열심히 무엇인가를 이야기 하고 있었다. 목소리가 높고 자리가 가깝다 보니 그들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성령님’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 나도 늘 이야기하는 것이라서 금방 알아차렸던 것 같다. 가만히 들어보니 앞 사람에게 예수님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었다. 전도하는 중이었다.
그 때에 참으로 큰 도전을 받았다. 어디서든 복음을 말하고 전하는 그 청년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의 모습을 생각해 보았기 때문이다. 나도 예전에는 전도를 한다고 거리로 나가고 학교로 가며, 바닷가를 찾았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수십 년이 지난 지금의 나를 돌아보면 술잔을 기울이며 인생을 논하지는 않지만, 나의 왼쪽에서 열심히 복음을 말하는 그 청년에 비하면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전도할 기회가 없다고 말하지만 나 스스로 그 기회를 만들고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목회를 한다고 말하고, 교인들을 돌본다고 하면서 정작 복음을 전하러 내가 걸어서 나가는 일에는 너무나 안일한 스스로를 알기 때문이다.
그 날 가족과 함께 맛있는 팥빙수를 먹기는 했지만 마음으로는 왼쪽에서 복음을 열심히 말하는 그 두 사람을 위하여 기도하고 있었다. 그 청년이 열심히 설명할 때에 성령님께서 도와주시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로마서 12장 2절)고 말씀하신다. 이 말씀은 교회 생활에 박사가 되기보다는 말씀으로 늘 새롭게 변화되어 복음으로 무장된 그리스도의 군사가 되라는 뜻이다. 성령 하나님을 통하여 늘 깨어 새롭게 되는 성도의 삶을 살아야겠다.
팥빙수 집을 후식 집으로 보고 있는 목사보다, 같은 팥빙수 집을 복음전파의 자리로 보고 있는 그 청년이 수십 배 더 훌륭하다는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전하라”고 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이 흐려져 가는 시대에 더욱 믿음으로 살고 또한 담대히 전해서 하나님을 기쁘게 하여 드리는 삶을 살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