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 주차장 중앙에는 라꼬리따 목장이 관리하는 화단이 하나 있습니다. 몇 주 전, 어르신들이 그 곳을 정리하시는 것을 보며 옆으로 지나가고 있는데, "아니 이게 뭐야?"라며 누군가 화들짝 놀라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뭔데?" 여기저기 흩어져 계시던 어르신들이 모여드셨고, 저도 무슨 일이 있는가 알아보기 위해 어르신들 틈 새를 비집고 들어가 보았습니다.
빽빽한 수풀 사이로 수줍게 단장한 새 둥지가 보이고 그 안에 색깔이 뽀얀 알이 10개 정도 놓여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우와~" 알이 계란만 한 것을 보니 에미가 비교적 덩치가 있는 새일 것 같고, 평지에 있는 것을 보니 아마도 잠깐씩 왔다 갔다 하는 오리들의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참 신기했습니다. 언제 이렇게 둥지를 틀었을까? 이 둥지를 틀기 위해 엄마 오리는 얼마나 많이 이 수풀을 비집고 들어가야만 했을까? 이 둥지에 앉아 알을 깔 때 또 얼마나 마음이 뿌듯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나갔습니다. 저는 오며 가며 알들의 안부를 살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들여다 봐도 어미가 다녀간 흔적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제서야 어미가 떠난 둥지인 것이 깨달아졌고, 점점 색깔이 변해가는 알들을 보며 마음이 슬퍼졌습니다. "어떻게 에미가 자식들을 버리고 갈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나라도 품어줄텐데..." 갑자기 에스겔서 16:6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네 곁으로 지나갈 때에 네가 피투성이가 되어 발짓하는 것을 보고 네게 이르기를 너는 피투성이라도 살라 다시 이르기를 너는 피투성이라도 살라..." 바벨론으로 포로가 되어 끌려 간 이스라엘을 향해 품으셨던 하나님의 마음... 열악한 상황일지라도 이스라엘이 살아있기를 원하셨던 그 하나님의 마음으로 알들을 향해 말했습니다. "피투성이라도 살라..."
지난 한 주간 교회에서 VBS가 있었습니다. 90여명의 학생들과 30여명의 선생님들, 총 120여명이 함께 천국 잔치를 벌였습니다. 스탭들이 오랜 동안 기도하며 준비해온 일이었기에 아주 알찬 VBS가 될 수 있었습니다. 많은 권사님들과 집사님들이 부엌에서 땀을 흘리며 음식을 준비해주셔서 더욱 맛난 VBS가 될 수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니, VBS란 것 자체가 희생과 섬김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점점 악해져가는 세상을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야 할 어린 생명들을 품고 키우고 세우는 이 일이 우리에게 남겨진 아주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어미 새라면 힘이 들어도 알을 품어야 하는 것입니다. 생명의 위협이 있더라도 계속 알을 품어야 하는 것입니다.
토요일 오전, 수련회에서 돌아온 밀알 간사들의 모습에서 은혜를 받았습니다. 교회 주차장에서 장애우들의 부모를 기다리고 서 있던 간사 한 명이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어린 학생 하나를 살포시 안아주는 모습에서 하나님의 마음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정상적인 삶을 살다가 불의의 사고로 육신의 적지 않은 장애를 만났던 한 청년... 이 청년은 갑자기 찾아온 육신의 장애를 인하여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자기보다 어린 장애우를 격려하고 안아주는 삶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도 이런 마음이 필요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피투성이라도 사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다른 피투성이들을 섬기는 삶을 사실 수 있기를 축복합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