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레벌떡~ 토요일 오후, 초대받은 결혼식이 끝나자 마자 양가 어른들에게 인사만 하고 교회로 돌아왔습니다. 어차피 먹을 저녁이니 먹고 갈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주일 준비하는 것도 부담이 되고, 또 조금 빨리 가면 어제와 오늘 교회에서 있었던 거라지 세일 마무리하는 것도 도울 수 있을 것 같아 그냥 교회로 왔습니다. 허겁지겁 차를 세우고 교회당 쪽으로 걸어가는데, 저녁 노을 같이 아름다운 교인들의 풍경이 제 눈가로 행복하게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중고등부 아이들이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늘 그렇듯,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어른들을 돕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습니다. 어제 발 목을 삔 한 남 성도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의자에 앉아 아픈 발을 살피다가도, 제가 지나갈 땐 하나도 아프지 않다며 힘내어 웃어줍니다. 여전도회 회원들의 모습이 많이 피곤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들에겐 또 다른 이름이 있습니다. 어머니라는 이름... 머리가 희끗한 어머니들이 끝까지 남으셔서 교회 정리를 하십니다. 아아, 이것이 어찌 우리에게서 나올 수 있는 풍경일까요? 예수님의 십자가를 깨달았기 때문에 나온 풍경이라면,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풍경이 아닐까요? 떠올리기만해도 가슴 따뜻한 예수님의 이야기들이 우리들을 통해서 계속 써내려지기를 기도했습니다.
금요일 오전, 거라지 세일 물건을 정리하는데 거울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전신을 볼 수 있는 거울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마침 좋은 재질로 만들어진 길다란 거울 하나가 나온 것입니다. 흑심을 품고 기웃거리고 있는데, 마침 그 거울의 원주인 되시는 권사님께서 그 거울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오랜 동안 사랑하는 딸을 비추어 주던 거울, 오랜 동안 정이 들고 좋아서 미국까지 가지고 오신 거울이라고 하셨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거울이 더 좋아 보였습니다. 그리고 사방을 둘러보니, 교회 친교실을 가득 메우고 있는 거라지 세일 물품들이 하나같이 그런 이야기들이 담긴 물건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그 물건에 담긴 아름답고 따뜻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더욱 그 물건을 사고 싶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교회가 그런 따뜻한 이야기가 담긴 교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전하는 복음이 그저 말뿐인 복음이 아니라 그런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복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사고 싶고 듣고 싶은 그런 교회, 그런 복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거라지 세일을 마치면서 올해는 작년의 3배가 넘는 이익을 남겼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 기금을 가지고 떠날 올해 애리조나 단기선교를 통해서도 3배가 넘는 구원의 열매가 맺어지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예수 그리스도의 그런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여러분들의 살 가운데 담겨질 수 있는 그런 여름 되실 수 있기를 축복합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