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대학선교협의회(CMI)가 최근 구조 개편을 통해 캠퍼스 사역을 교회로부터 독립시켰다. 기존 교회 속 대학부 사역에 비해, 캠퍼스 선교단체로서 자발성과 역동성을 기대하는 측면이 크다. 개편된 CMI의 이사장 성담환 목사(진주 예수제자교회)와 캠퍼스 사역을 총괄하게 된 김태구 목사(CMI 상임대표)를 만나, 해당 내용과 함께 캠퍼스 선교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청취했다.
-CMI의 구조 개편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태구 목사: 이전에는 국내 교회들의 협의체인 교회협의회와 해외 선교 부문인 선교협의회, 캠퍼스 사역을 담당하는 대학선교회의 3개 축으로 운영돼 왔습니다. 이사장과 대표 아래 각 부문 총무가 있었습니다. 법적 대표는 이사장이었고요. 그러다 보니 대표의 역할이 애매했습니다.
그래서 3여년간의 연구와 토론을 거쳐 지난해 11월 총회에서 구조가 개편됐고, 올해 1월부터 시행됐습니다. 옥상옥 구조를 없애고, 총무들이 각 파트의 대표 역할을 하도록 한 것입니다. 전체 대표는 이사장님이 맡으시고, 대학생 선교단체로서 정체성을 보다 분명하게 하기 위해 대학선교회 대표가 상임대표를 맡기로 했습니다.
-신임 이사장으로서 어떤 면에 중점을 두고 계신지요?
성담환 목사: CMI가 2003년 대학생성경읽기선교회(UBF)로부터 분리된 후 지난 10년간 개혁을 진행해 왔습니다. 어려움도 많았지만, 교회는 안정돼 갔습니다. 하지만 저희의 뿌리는 캠퍼스인 만큼, 캠퍼스 사역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교회 중심으로 가다 보니 캠퍼스 사역이 다소 혼란을 겪었습니다. 교인들과 캠퍼스 학생들의 훈련이 다른데, 이들이 섞여 있다 보니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각 교회 중고등부 사역을 연합해서 진행하고, 캠퍼스 사역은 대학생들끼리 별도로 모이기로 했습니다. 교회는 이들을 기도로 후원하고 물질적으로 지원하면서 사람도 파송함으로 돕는 역할을 합니다.
저희 교회 분들 자체가 대부분 캠퍼스에서 학생 시절 예수를 믿고 오신 분들 아닙니까. 그 분들이 나이가 들어 집사님, 장로님들이 됐습니다. 이들 중에는 캠퍼스에서 사역하시던 분들도 있는데, 50-60대가 돼 사역을 하기는 힘들지만 캠퍼스를 위해 기도하고 사람을 파송하고 물질로 후원하고자 합니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흩어져 있는 540여명의 선교사들을 기도로 후원하고 각 나라를 개척하고 협력하는 방향으로 각각 도울 것입니다.
-요즘 캠퍼스 사역이 어떤가요?
김태구: 전체적으로는 캠퍼스 사역이 침체돼 있지만, 저희 단체는 회복 국면에 있습니다. 아직 숫자는 적어도 지난 10년간 형편을 생각하면 최근 많이 성장했습니다. 특별히 3년간 캠퍼스 사역을 교회와 구분하는 방향으로 사역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캠퍼스 사역은 학생들이 주도해야 에너지도 있고 살아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각 교회마다 대학부가 있지만, 대학부 학생들과 선교단체 회원 사이에는 헌신도나 훈련받는 태도가 다릅니다.
성담환: 교회에서 대학부 활동을 하다 보니, 나이가 좀 있는 집사님들은 자녀 또래의 학생들을 계속 보호해야 할 '어린애' 취급할 수 있습니다. 대학생 정도면 사회에서는 충분히 자립할 수 있는데, 교회 시스템 속에서는 청년들이 자녀 또래이다 보니 강하게 훈련시키지 못하고 과잉 보호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캠퍼스 사역을 교회 사역으로부터 구분하고, 좀 더 독립성을 부여하고자 했습니다. 이때 개척 정신도 길러지고 자립심 측면에서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이렇게 해보니까 학생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참여하는 모습들이 좋아졌습니다. 대학생들을 어리다고 생각하니 이것 저것 교회에서 다 해 주려 했거든요.
수양회도 예전에는 회비를 직접 마련해서 갔는데, 교회에서 회비도 대주고 차량도 다 지원해 주니 자율성과 자립심이 떨어지는 걸 봤습니다. 물론 교회에서 후원해 줄 것은 해야 하지만, 청년들과 교회 모두가 해 주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풍토가 조성됐습니다. 그러나 각각의 정체성을 구분하면서 후원도 일정 부분은 중단했습니다.
김태구: 어른들이 학생들을 어리게 보기도 했지만, 교회 시스템 속에 있다 보니 학생들도 스스로를 어린 사람으로 인식해 버린 측면도 있습니다. 주어진 것만 하려 하지, 주인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도전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교회 시스템에 있다보니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런 부분들이 약화됐습니다.
CMI 창립 후 지난 10년간 교회 시스템에 있다가, 이런 문제의식을 다들 공감하시고 3년 전부터 캠퍼스 파트를 교회와 구분하기 시작했습니다.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으니, '분리'는 아니고 '구분'입니다. 캠퍼스 파트는 학생과 간사 중심으로 훨씬 강한 독립성을 부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3년간 오다 보니, 예전 UBF나 CMI 초기에 비해선 많이 부족하지만 캠퍼스가 이전과 비교해 살아났고 에너지도 많아졌습니다.
성 목사님은 교회 목회자 입장에서의 말씀이고, 선교회 측면에서 봤을 때는 청년사역이 무브먼트나 역동성을 가지려면 학생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대형교회만 봐도 대학생들이 수천 명에 달하지만 그들이 결정하는 게 없고 당회에서 결정이 내려와서 예산이 투입되는 구조 아닙니까. 하지만 선교단체는 대여섯 명만 모이더라도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구조이다 보니, 강한 헌신과 도전의식이 나옵니다.
뿐만 아니라 영적 모임이 에너지를 갖고 새로워지려면 예수 믿고 변화되는 실제 사례들이 계속 나와야 합니다. 불신자들이 거듭나는 역사는 거듭난 본인에게 임하는 은혜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복음의 능력을 체험하게 되면서 모임이 자꾸 새로워집니다. 그러나 불신자들이 교회에 와서 변화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사례가 많지도 않습니다.
선교단체는 그런 면에서 믿지 않는 학생들이 와서 성경공부하는 데 문턱이 훨씬 낮습니다. 전에는 교회 다니는 학생들끼리 모이니 좋은 점도 있었지만, 새로운 친구를 데려오기가 어려웠습니다. 우리는 좋지만, 처음 오는 친구들에게는 너무 낯선 모임이 돼 버렸지요. 그런데 저희는 모임을 따로 가지면서 믿지 않는 학생들이 부담 없이 찾아올 수 있는 모임을 만드는 데 포커스를 두고 있습니다.
예수님을 전혀 모르지만 진리에 관심을 갖고 구원에 대한 열망을 가진 친구들이 와서 변화될 수 있는 모임으로 방향을 맞추다 보니, 섬기는 이들도 주인의식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거듭나는 사람들이 생기다 보니 굉장히 에너지가 넘치고 무브먼트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또 한 사람이 변화되면, 전국에 산재한 그의 친구들을 각 지부로 데려옵니다. 캠퍼스에서 한 사람을 전도하기가 정말 힘든데, 이렇게 친구가 친구를 전도하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저희는 바닥까지 떨어졌다 올라오는 중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상당히 희망적입니다.
-그렇다면, 14년 전의 개혁은 실패한 것 아닌가요?
성담환: 교회와 선교단체의 특성이 다른 건 사실입니다. 문제가 생겨서 나왔을 때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교회화되면서 많이 떠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처음 10년 동안에는 교회를 건강하게 바로 세우는 데 집중했습니다. 10년이 지나면서 교회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다 보니, 에너지가 생겼습니다.
저희는 근본 태생이 선교단체이다 보니, 캠퍼스 사역이 정말 중요함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에너지를 다시 캠퍼스를 위해 쏟아주자고 뜻을 모았고, 방향이 전환됐습니다. 긴 안목으로 볼 때는 새롭게 정비되면서 에너지가 이쪽으로 분출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태구: 그것 때문에 저희도 힘들었고, 토론 때마다 생각이 각자 조금씩 달랐습니다. 교회론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보편 교회'를 택했는데, 캠퍼스 중심으로 생각했을 때는 개혁이 실패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더 잘 하려고 한 것인데 있는 것마저 잃어버린 격이니까요. 한국에서 그런 혼란이 있다 보니 선교지에서도 후속 선교사가 나가지 못해 혼란이 극심하고 이탈하는 선교사들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새롭게 되는 과정이었지, 실패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또한 캠퍼스 중심으로 사역을 전환했다고 해서 예전 방식으로 다 돌아간 건 아닙니다. 교회가 캠퍼스를 맡는 게 아니라, 교회는 교회대로 건강하게 나아가되 캠퍼스 사역이 가능한 그룹을 작지만 따로 만들어서 그 그룹을 키우는 데 교회가 집중 지원하겠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전체적으로 일하는 사역자들이 많았는데, 지금 간사들은 캠퍼스 사역만 하고 있습니다. 캠퍼스 사역자들은 주일이 되면 교회에서 열심히 섬깁니다.
▲김태구 목사와 성담환 목사가 대화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
-아직도 한국교회 일부에는 '파라처치 운동'에 대한 편견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김태구: 학원복음화협의회에 가서 다른 캠퍼스 사역단체 이야기를 들어봐도 알게 모르게 교회와 갈등이 있는 것 같습니다. 교회와 협력하는 것 같지만, 내부적으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선교단체들이 학생들에게 주일에는 지역 교회에 출석하여 섬기도록 하는데, 학생들을 교육하고 훈련시키면서 모임의 정체성을 강하게 심다 보니, 은연 중에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게 되는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되면 본의아니게 갈등이 생기게 되지요.
쉽게 말해 교회는 형식적으로 다니면서 선교단체에 올인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입니다. 저희는 그런 부분들을 극복하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간사와 학생들에게도 주중에는 CMI에서 훈련을 받지만, 교회에 가서는 CMI 이야기를 일절 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교회 지체로 잘 섬기라고 권면합니다. 파라처치와 로컬처치의 역할과 기능이 다른데, 이것을 가지고 비교하면 비판할 수밖에 없지요. 부족한 점도 많지만, 그런 부분에서만큼은 우리만의 색깔을 가진 새로운 선교단체가 될 것입니다.
성담환: 선교단체들이 '너희는 특별하다'는 정체성을 심어주면서, 비교를 하게 됩니다. 그런 특별한 은혜를 받았다면, 그렇지 못한 사람을 섬기고 세우는 쪽으로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교만으로 빠져서 '너희들과 다르다'는 분리적인 사고를 갖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려서 그럴 수도 있지만, 선교단체 리더들이 잘못된 사고를 심었을 수도 있습니다. 함께 성장하는 쪽으로 가야 합니다.
선교단체에서 잘 훈련받더라도, '내가 어느 소속'이라기 보다 학생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지체 의식을 갖고 어디서든 잘 섬기는 사람으로 양육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희는 선교단체 소속 학생들을 각 교회 중고등부 등에서 열심히 섬기게 합니다. 저희도 선교단체 출신이다 보니, 장단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는 눈이 생긴 것 같습니다.
-CMI는 모임이나 훈련을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김태구: 저희는 모임보다 일대일 사역에 집중하려 합니다. 잘 알려진 대학생 선교단체가 최근 몇 년 사이에 반토막이 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곳인데, 요즘은 학생들이 너무 바빠서 소그룹이 되질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소그룹도 있지만 인격적 관계 속에서 일대일로 성경을 가르치고 배우는 신앙훈련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겨울에 하는 리더 트레이닝 과정인 '목자학교'도 워크샵 중심으로 바꿨습니다. 성경공부를 하면서 가르치는 실습까지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단지 참석해서 '은혜받고 양육받아서 전도하자'가 끝이었는데, 그렇게 하면 전도를 어떻게 하고 초신자들을 어떻게 도울지 각론에서 막히는 것을 봤습니다.
졸업한 선배들이야 현장에서 실습을 통해 익혔지만, 학생들은 같은 학생들을 돕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저희는 학생들이 주도하는 단체로 만들고, 목자를 세우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학생들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대일 양육을 하는 역사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간사보다 학생이 학생을 가르치는 게 공감대가 많기 때문에 효과도 더 큽니다.
매년 6월 '바이블 캠프'를 여는데, 작년에는 학생들을 강사로 세웠습니다. 유명한 분들이 와서 강의하면, 은혜는 받지만 도전을 받지 못하는 걸 봤기 때문입니다. 대신에 학생들은 신학을 하지 않았으니, 준비와 훈련을 많이 시키고 원고를 다 감수한 다음 리허설까지 하고 강단에 서게 합니다. 학생들이 학생들에게 전하니 부족함이 많지만, 오히려 메시지에 힘이 있습니다.
운동경기에서 감독이 이런 저런 준비를 시키지만, 경기를 뛰는 건 선수 아닙니까. 이는 UBF로부터 계승해야 할 좋은 자산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희는 UBF로부터 성경적 부분들은 잘 계승하면서, 개혁할 부분들은 계속 개혁할 것입니다.
-각자 비전이 무엇인가요?
성담환: 저는 지역교회에서 사역하고 있는데, 교회에 젊은 사람들이 차츰 줄어들고 있습니다. 다음 세대 양육을 위해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을 기르면서 중고등부에도 많은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규모에 비해 중고등학생들이 많은 편입니다. 그때부터 키워야 대학생 선교단체로 들어갈 수도 있지요.
키워낸 그들이 대학교에 들어가면, 친구관계에 의한 전도도 수월합니다. 한국교회의 미래는 다음 세대에 있고, 국가적으로 봐도 후세를 잘 키워야 하니까요. 교회 나오는 학생들의 학교를 찾아가서 교제도 나눕니다. 그것이 저희 교회를 넘어 한국교회 차원에서 중요시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 그래서 이번에 CMI 각 교회 중고등부가 연합수양회를 하기로 했습니다.
김태구: 중요한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캠퍼스 간사들이 하루종일 전도하더라도, 말씀으로 전도하기는커녕 학생들과 앉아서 대화조차 나누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한국교회가 보수화되다 보니, 교회에 대한 이미지가 적어도 대학생들에게는 좋지 않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의 영혼은 굉장히 갈급하고 복음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신뢰관계가 있는 사람이 초청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중고등부 출신이 CMI로 와서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이 그런 부분입니다. 저희는 그들이 데려오는 믿지 않는 친구들에게 좀 더 포커스를 맞추려 합니다. 신학기가 시작할 때 보면, 가끔 선교단체들이 시장터처럼 회원모집 경쟁을 하는 모습을 봅니다. 저는 그게 보기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몇몇 지구는 이번에 아예 3월에 전도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그렇게 사람 뺏기처럼 해서 몇 사람을 얻을 지는 몰라도 전체적인 캠퍼스 사역의 토양 자체를 악화시킨다는 생각입니다.
반면 이미 CMI의 가치와 정체성을 아는 친구들이 자신의 친구들을 데려오는 건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신뢰관계를 갖고 오는 친구들은 성경공부를 시작하기도 더 쉽습니다. 그렇게 성경공부를 함께하다 보면, 악한 마음으로 '안 믿기로 작정한 사람'이 아닌 한 말씀이 역사합니다.
그래서 첫째 목표는 불신자들에게 복음을 전해서 그들이 예수를 믿고 제자가 되어 섬기는 교회로 보내주는 것입니다. 그것이 선교단체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기존에 교회를 다니다 온 사람들에게도 교육과 훈련의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