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보호활동가 온성도·이병기 목사의 석방을 위한 외교부의 대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22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됐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온성도·이병기 목사 석방 대책위원회 정베드로 목사와 구금된 두 목회자의 가족들이 자리했다.
온성도 목사는 2월 18일 아내 이나옥 씨와 쌍둥이 딸들과 산둥성 칭다오(靑島)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마치고 대기하다 함께 붙잡혔다. 가족들은 1주일 간 조사 후 풀려나 고국으로 돌아왔다.
작년 은퇴 후 지인들 방문차 중국에 갔던 이병기 목사도 아내와 중국을 방문했다 허베이(河北)성 친황다오(秦皇島)시 한 호텔에서 체크아웃 도중 붙잡혀 호텔에 감금됐으며, 아내만 1주일 후 풀려나 한국으로 돌아왔다. 온성도·이병기 목사는 랴오닝(遼寧)성 간수소로 옮겨 수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베드로 목사는 "외교부는 현지 법률을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만 발표할 뿐, 구금된 목회자들의 인도적 권리 보호를 위해서는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의 전도연 씨와 같은 꼴"이라며 "이들이 현지에서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조차 영사의 실수로 1주일 지연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북한인권증진센터 이한별 소장은 "외교부가 구금된 목회자들의 석방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는데, 활동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온성도 목사의 아내 이나옥 씨는 "탈북민 돕기는 한국인으로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남편과 저는 중국에서 붙잡히면 무조건 북송되는 탈북민들의 인권 상황, 그리고 그렇게 힘들게 빠져나온 중국에서도 얼마나 비참하게 사는지 늘 가슴이 아팠다. 저희는 함께 잡혀 있던 6일 동안에도 함께 있던 탈북민들을 붙잡지 말아달라고 매일 사정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2월 18일 아이들과 칭다오에서 검색대를 모두 통과하고 한국행 비행기를 타려다 공안들에게 붙잡혔다. 아이들과 12시간 동안 감시를 받았고, 공안들은 계속 겁을 주면서 윽박질렀다"며 "긴 취조가 끝나고 6일간 잡혀 있다 저와 아이들은 돌아왔고, 남편은 다른 지역 간수소로 이동했다. 아이들은 아빠와 헤어지면서 계속 울었고, 아빠를 남겨두고 돌아온지 30일이 지난 지금도 계속 울고 있다. 남편의 부모와 형제들도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는가. 저도 일상생활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외교부를 향해서는 "국제협약에 따르면 난민들은 강제송환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는데, 남편은 기독교 신앙을 갖고 인도주의적으로 그들을 돕다가 체포됐다"며 "중국 어느 법에 저촉됐는지도 모르고, 비행기를 타다가 체포된 것도 납득이 되지 않는데, 왜 영사들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남편이 잡힌 뒤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한국 정부를 믿지 말라'는 것이었다"며 "저는 그러나 정부를 믿고 싶다. 외교부와 영사들은 국민들의 인권을 위해 일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병기 목사의 아내 김경옥 씨도 "탈북민들은 우리 국민이고 살고자 발버둥치고 있는데 그걸 도와준 것이 죄를 지은 거라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자국민이 잡혔다는데 왜 영사들이 오지 않는가"라며 "'자신들도 생각할 여유가 필요하고, 어찌 해야 할지 몰랐다'는데, 그것이 우리를 지켜 줄 영사들이 할 말인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 씨는 "남편은 3월 8일까지도 호텔에 있었다. 그때 빨리 움직였다면 지금 한국에 같이 있을 것"이라며 "그들은 변호사 선임을 위한 서류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더라. 영사들은 오히려 '시기가 어려운데 왜 여기 와서 탈북민을 도우려 하느냐'고 하더라"고도 했다.
김 씨의 문자 연락을 받고 영사와 연락을 취했던 딸 이지현 씨도 "어머니에게 짤막한 문자가 온 뒤 영사관에 연락했지만, '중국 측에서 부모님을 데리고 있다는 기관이 어디에도 없고, 공문도 받은 바 없으므로 움직일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가서 확인해 달라고 여러 번 요청했지만, '지금 쳐들어갈 수는 없다'고 하더라"며 "어머니가 풀려나신 후에도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기다리고 있다. 협조 요청을 했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이 전부"라고 지적했다.
이 씨는 "영사들은 계속해서 적극적으로 대응을 하지 않았고, 선양 부변호사 선임을 위한 서명을 받아달라고 총영사에게 연락했더니 '보고받은 적 없는 일이다. 영사 30년 동안 이런 무례한 전화는 처음이니 불만이 있으면 신문고에 글을 올리라'고 했다"며 "하도 화가 나서 정말 신문고에 올렸더니, 답글을 단 사람은 선양 총영사관 직원이었다"라고 말했다.
잠깐 눈물을 보인 이지현 씨는 "신문고에 올려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알기에 그런 말을 한 게 아닌가. 국민으로서 너무 화가 나고 부끄럽다"며 "앞으로는 더 이상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해서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재중 탈북난민 보호활동 중 구금된 자국민 석방을 위해 대한민국 외교부는 즉각 대응하라'는 성명서도 발표했다.
성명서에서는 △주중 선양 부총영사는 가족들에게 가한 언어폭력을 사과하고 물러나라! △대한민국 외교부는 즉각 자국민의 구금상황을 파악하고 외교적 대응을 강화하라!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는 온성도, 이병기 씨의 석방을 위해 즉각 나서라! 등을 외교부에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