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를 하다가 보니 많아지는 것 중에 하나가 책이다. 그래서 가끔 그 책들 중에 필요치 않은 것들을 골라 버리려고 한 적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늘 실패했던 이유는 언젠가 그 책도 필요할 때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지난주 또 다시 책들을 정리하여 버리려는 시도를 했다. 그리고 책꽂이의 책들을 유심이 살펴보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또다시 실패하고 말았다. 언젠가는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읽다가 그만 둔 책이 많았다. 그 중에 영어를 직역하면 “목사의 삶”이라는 책을 꺼냈다. 그랬더니 영락없이 앞부분을 읽다가 그만둔 흔적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그날 그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지난번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가운데 표시한 곳에서부터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는데 “목사의 자기 관리”라는 부분이 나온다. 그곳을 보니 나에게 너무나도 필요한 이야기들이 한가득 나오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목사는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닌 스스로를 위하여 성경말씀을 묵상해야 한다.” “목사는 기도해야 한다. 그래야 전문가 기질에 빠지지 않는다.” “목사는 여러 고전 기독 서적들을 읽으며 눈을 넓혀야 한다. 그래야 독선적인 시선을 피할 수 있고 이해하는 폭이 넓어진다.” 등이다.
그날 나는 왜 그 책을 이전에 끝까지 읽지 않았는지 궁금했다. 이렇게 나에게 필요한 이야기들이 가득한데 왜 그것이 나에게 가장 필요한 이야기라는 것을 몰랐을까? 아마 그 때는 다른 것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내 관리보다는 심방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했고, 교회에서 진행 중인 프로그램을 위하여 모든 시간을 드렸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책은 지난 수년 동안 나의 책상 뒤에 늘 꽂혀 있었고 내가 보든 안 보든 나에게 “목사의 삶”에 대하여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늦게나마 그 책을 읽었음에 감사했지만 그 때 읽지 못한 것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다.
하나님은 우리들에게 성경을 주셨다. 그리고 그 말씀을 떠나지 말고 묵상하며 살라고 하신다. 그런데 우리가 얼마나 성경말씀을 읽으며, 묵상하고, 기억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평생에 한 번, 그것도 수년에 걸쳐서 여기저기를 따로 읽어서 전체의 이야기를 다 알지 못하며 성경을 일독했다고 하는 것은 아닌가? 아니면 평생에 성경 말씀을 한 번도 읽어 본 일이 없이 듣는 것으로 생을 마감하려고 하지는 않는가?
하나님은 욥기 33장 23-24절을 통하여 “하나님께서 사람의 말에 대답하지 않으신다 하여 어찌 하나님과 논쟁하겠느냐 하나님은 한 번 말씀하시고 다시 말씀하시되 사람은 관심이 없도다”라고 말씀하신다. 지금 우리들에게 하시는 말씀이다. 하지만 하나님은 “말씀을 멸시하는 자는 자기에게 패망을 이루고 계명을 두려워하는 자는 상을 받느니라”(잠언 13장 13절)라고 축복의 경고를 하신다.
눈앞에 있는 하나님 말씀을 늘 묵상하며 살아갈 때에 후회 없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그 말씀 안에 인생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방법과 생명의 길에 대한 비밀이 아름답게 적혀 있기 때문이다.
이 다음 나이가 더 먹은 후에 읽으면서 “30년 전에 이 말씀을 읽었어야 하는데”라는 후회는 너무 늦다. 부지런히 읽고 나의 것으로 받을 때에 믿음의 성숙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더 늦기 전 책장에 끝내지 못한 책들을 끝까지 읽는 것을 새해 목표 중에 하나로 세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