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커스' 하면 언제나 귓가에 맴도는 목소리가 있다. 솔직히 말해 개인적으로 그리 좋아하는 톤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익숙해져버렸다. 그래서 편안하고, 가끔은 "보컬이 바뀌었나?", 살짝 의심까지 한다. 분명 낯선 목소리였는데, 이젠 처음부터 '내 스타일'이었던 것처럼, 귀에 감기는 까닭이다.
지난 10년 이상 무대의 맨 가운데를 묵묵히 지켰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 같은 예배인도자 심종호. 그를 빼고 마커스를 설명할 수 있을까?
지난 4월, 마커스가 '발전적 해체'를 선언한 이후, 그들을 아끼고 사랑했던 많은 이들이 다시는 그의 목소리를 앨범에서 들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염려했다. 하지만, 이름을 바꾸고 단원을 재정비한 '마커스워십'(이하 마커스)은 지난 10월 언제나 그랬듯, 목요예배 실황 앨범 'still here'를 발매했다. 여전히 가슴을 뜨겁게 하는 음악과 가사, 그리고 변함없는 그의 목소리. 비록 많은 것들이 바뀌었지만, 'still here'는 틀림없이 마커스의 것이었다. 그 제목처럼.
이런 반가움을 가지고, 조금씩 바람이 차가워지던 12월의 어느 날, 목요예배를 앞둔 심종호 형제를 만났다. 늘 멀리서만, 때론 사진과 영상으로 보던 그와의 첫 만남. 그러나 첫 인사를 나누고 눈앞에서 그와 마주했을 때, 어색함은 금세 사라졌다. 익숙했던 그 목소리 때문에.
-어떻게 지내셨나요?
"마커스가 비록 해체했지만 인적 구성만 달라졌을 뿐 목요예배는 계속 드려왔습니다. 물론 여러 어려움도 있었으나,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사역이고, 많은 이들이 함께 드리는 예배인 만큼 사명감을 가지고 감당해 오고 있죠. 그러면서 앨범도 발매했고. 힘들었던 한 해였으나 하나님의 은혜로 여기까지 왔네요."
-지금도 어김없이 목요예배를 드리고 있는데, 특히 올해 그 의미가 남다를 것 같아요.
"원래 마커스가 목표했던 건 우리의 삶에 그리스도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하나님의 말씀이 필요하고, 그것이 선포되고 드러나는 것이 바로 예배라고 생각했기에 목요예배는 다른 어떤 사역보다 중요했습니다. 무엇보다 그 동안 이 예배를 함께 드린 수많은 '마커스'들이 있기에 더욱 소중한 예배입니다."
-요즘 'still here'를 거의 매일같이 듣고 있어요. 정성을 많이 들인 것 같던데. 11곡이 전부 마음에 들 정도로.
"사실 마커스가 해체하면서 앨범을 다시 낼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어요. 그러나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오히려 그것이 우리들로 하여금 무엇에 더 집중해야 하고, 진짜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붙들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죠. 바로 목요예배였고, 앨범이었어요. 예배를 드리면서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앨범을 만들며 주님 앞에 좀 더 나아가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번 앨범은 많은 부분에서 그야말로 모험에 가까웠어요. 일단 멤버들이 줄었고, 그 동안 해왔던 시스템도 더 이상 쓸 수 없게 되면서 시행착오도 많았죠. 앨범을 하나 낸다는 것 자체가 참 예민하고 어려운 작업이기도 하고요. 저 같은 경우, 예배인도자로서 중심을 잡는 것도 참 힘든 일이었던 것 같아요. '늘 나오던 앨범, 이번에도 나왔구나'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이것이 나오기까지는 정말 치열했어요. 하지만 끝내 앨범을 손에 쥐었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죠. 우리 스스로가 신기했을 정도로(웃음). 그러나 이 모든 게 하나님의 은혜였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특히 소중한 앨범이에요."
-앨범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요?
"다행히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세요. '이렇게 마커스의 앨범을 계속 들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분도 계시구요. 참 감사하죠."
-이번에 처음으로 외부 공모를 통해 4곡을 앨범에 실었죠?
"네. 잘 아시겠지만 그 중엔 가수 강균성 씨의 곡 '지금 이 자리에서'도 있죠. 이런 시도를 했던 건, 이미 말씀드렸지만, 목요예배가 결코 마커스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마커스의 노래를 사랑해주시고 이를 통해 하나님을 예배하길 원하는 많은 분들의 은혜를 이번 앨범에서 함께 나누고 싶었어요. 무려 300명 이상이 가사와 곡, 수기를 보내주셨어요.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시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를 통해 다시 한 번 "함께 하고 있다"는, 일종의 위로와 사랑, 그리고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마커스의 예배인도자로 얼마나 오래 무대에 섰나요?
"마커스 모임에서 예배를 인도하기 시작했던 건 지난 2004년 가을부터였고, 목요예배는 이듬해 봄 처음 인도했던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벌써 10년도 더 지났네요."
-다른 일도 하세요?
"마커스 사역이 가장 중심이고, 그 외엔 주일 지구촌교회에서도 예배를 인도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서울장신대학교 예배찬양사역대학원에서 공부도 하고 있어요."
-참 오랫동안 예배인도자의 길을 걸으셨는데, 힘들거나 후회한 적은 없었나요?
"힘든 적은 많았지만 결코 후회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부르심이라는 걸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랬기에 어려움 가운데서도 그것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고요. 제 이름이 쇠북 종(鍾)에 하늘 호(昊)에요. 제가 모태신앙인데, 교회 목사님께서 '하늘의 종'이 되라는 뜻에서 지어주신 이름이죠. 그래서인지 어렸을 때부터 찬양사역에 관심이 많았어요. 음악도 좋아했고. 그러나 그 모든 것 위에 있는 하나님의 은혜 때문에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습니다."
-마커스가 해체된 후 다리를 다쳐 한 동안 예배를 인도하지 못했다고 들었어요.
"네. 그랬죠. 아킬레스건을 다쳐 약 두 달 동안 무대에 설 수 없었습니다. 해체 후 예배를 인도할 수 있는 멤버가 저 말고 소진영이라는 자매 한 명뿐이었는데, 당시는 그녀가 아이를 낳은 지 고작 100일이 지난 후였어요.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이었죠. 다행히 예배는 무사히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 예배의 주인이 과연 누구일까?' 그러면서 하나님께서 이걸 깨닫게 하시기 위해 우리에게 이런 어려움을 주신다는 걸 느꼈습니다. '예배가 나, 혹은 그 누군가에게 달린 게 아니구나'라는 걸 깊이 돌아본 계기였어요. 예배의 주인은 오직 단 한 분, 주님이시라는 걸."
-그렇게 이어온 목요예배가 이제는 참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죠?
"하나님께서 이 예배에 그 동안 참 많은 은혜를 부어주셨고, 그로 인해 영향력 또한 어느 정도 생긴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목요예배가 세워지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때가 되면 하나님께서 분명히 이 예배를 통해 일하실 것이라고 확신해요."
-간혹 마커스의 목요예배 같은 형식, 즉 노래와 음악의 비중이 큰 예배를, 말씀 중심이 아니라는 점에서 비판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는데요.
"우리가 부르는 찬양이 말씀이 아니라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가 없네요. 그것 역시 신앙고백이고, 그것은 말씀 위에서 나오는 것이니까요. 찬양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하나님이 어떤 분이라는 걸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그 가사가 정말 중요한 것이죠. 단순히 개인적 고백에서 멈추지 않고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가사여야 할 것입니다. 마커스 앨범을 제작할 때도 모든 멤버들이 머리를 서로 맞대고 가사를 고민해요. 흔히 말해 '까인다'고 하죠? 저희도 그래요. 처음 가사를 써 가면 백이면 백 다 까여요(웃음). 그렇게 가사를 고치고 또 고치면서 가능하면 모두가 은혜 받을 수 있는 곡을 함께 완성해 가는 거죠.
만약 음악이 없었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목요예배에 모였을까요? 전 아니라고 생각해요. 마커스의 음악을 자랑하려는 게 아니라, 말씀이 음악이라는 옷을 입었기 때문에 그것이 좋아 수많은 예배들 중에서도 굳이 이 목요예배를 찾는 이들이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은 겁니다. 그들은 우리의 고백을 함께 고백하고, 그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싶어 하는 이들인 거죠.
그렇기에 음악적인 준비 또한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그 동안의 경험만으로도 한 번쯤은 연습 없이 예배를 드릴 수 있지만, 결코 그렇게 하지 않는 건, 사람들이 왜 목요예배에 오는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에요. 그런 그들에게 '가사에서만 은혜를 받으라'고 하는 건, 직무유기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예배를 인도하는 자리에 있으면, 부담도 크실 것 같아요.
"없진 않지만, 그렇다고 스스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부담이 너무 크면 자칫 하나님이 제게 주신 은혜를 잊게 되는 것 같아요. 사실 찬양이라는 것이 받은 은혜에 감격해서, 그것이 흘러넘쳐 나오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내 힘으로 은혜를 끌어내려는, 일종의 유혹 같은 것이 예배인도자들에겐 좀 있는 것 같아요."
-요즘 특히 고민하는 주제가 있나요?
"저 또한 지금의 우리나라를 보면서 답답한 마음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렇게 어두운 시대에 신앙인들은 과연 어떤 고백을 해야 할지.... 예배를 인도하고 함께 찬양하면서도, 세상과 우리를 향한 메시지 사이에서 고민을 하죠. 다시 말해 하나님 앞에 바로 서는 것과 세상을 향해 하나님의 공의를 외치는 것 중 어느 것에 더 강조점을 두어야 하는가에 대한 거예요. 두 가지 다 함께 가야한다고는 생각해요. 하지만 먼저는 믿는 자들의 회개와 기도라고 믿어요. 그것을 우선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죠. 나 자신이 변하지 않고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건 모순이니까요. 단 지금이 교회가 선지자적 역할을 해야 할 때라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아요."
-끝으로 많은 예배자들과 예배를 인도하는 후배들, 또 예배인도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교회 내 문화가 많이 위축됐다는 말을 종종 듣고 있고, 실제로도 그것을 느낍니다. 그러나 '누군가 나서겠지' '환경이 바뀔거야'라는 생각만으로 그저 기다린다면 상황은 좀처럼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 대신, 설사 방법을 모르고 길이 보이지 않는다 할지라도, 내가 해야 할 사역과 섬겨야 할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한다면 하나님께서 틀림없이 역사할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무모하게 보이지만 그럼에도 도전하고 부딪혀 보는 것, 그것이 지금까지 마커스가 걸어온 길이었고 또 걸어갈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