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보내는 시간이 헛되다"는 인식은 차츰 바뀌고 있다. 물론 입대는 1차적으로 북한 등 외적에게서 나라를 지키기 위한 것이지만, 그 시간을 자기 계발 또는 체력 단련의 기회로 적극 활용하거나 해병대 등을 선택하여 '스펙'으로 삼는 이들까지 있다.
신앙적인 면에서도 "고참들 때문에 교회 못 가는" 시대는 지나갔다. 오히려 게으름 때문에, 혹은 세속 문화를 즐기느라 신앙이 나태해져 복무 중이나 제대 후 교회에 가지 않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현상은 '준비 없이 군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에 나타난다. 이 같은 이들을 위해 해병대에서 31년을 보냈던 직업군인 출신 청년사역자 주종화 교수(여주대)가 '크리스천 청년들을 위한 군대 생활 설명서' 「크리스천 청년들의 군대 톡톡(talk talk)」을 펴냈다.
"이 책을 통해 크리스천 청년들이 군대라는 동굴을 지날 때 참고가 될 만한 하나님의 신호등을 달아 주고 싶었다"는 주 교수는 "맑고 강한 신앙을 가졌던 청년들이 군대를 거치면서 영적 에너지가 고갈되고 현실과 세상 문화에 오염된 채 사회로 돌아오는 것을 보며 무척 안타까웠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책은 입대 준비에서부터 훈련소, 부대 배치, 자대 생활, 전역을 앞두고 등을 구분하여 다양한 조언과 '꿀팁'을 건네고 있다. 다음은 주 교수와의 일문일답.
-본인의 군생활부터 소개해 주신다면.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해병대에서 소대장을 시작으로 전투병과에서 14년, 공보직으로 13년을 지냈습니다. 30여 년 전에는 군대라는 조직 안에서 신앙생활을 지켜 나가려면 대단한 각오가 필요했습니다. 하나님을 믿는 자녀로서, 힘들지만 신앙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일선 소대로 가기 전, 믿는 동기들끼리 이 부분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다가 1988년 소대장으로 처음 부임했습니다.
선임 병장이 저와 몇 마디를 나누더니, 신앙적으로 명확한 입장을 갖고 있는 걸 보고 말하더군요. '제대로 신앙생활할 소대장 한 명을 얻기 위해 많이 기도했다'구요. 그 이야기를 듣고 반성하면서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군생활 동안, 군대에서 신앙을 지키려 몸부림칠 많은 병사들에게 힘이 되어 주면 좋겠다구요. 믿지 않는 병사들을 전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믿는 병사들을 든든히 세워 주는 일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일이 되면 '교회 갈 사람 다 오라'고 방송도 했는데, 그제서야 '저도 청년부 다니다 왔다'고 신앙을 드러내는 이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군생활 가운데 느끼신 점은
"입대하는 청년들이 '셀프 신앙'을 가져야 합니다. 세상에서는 부모 때문에, 재미 또는 호기심으로 교회에 갈 수 있지만, 입대하면 철저히 '나 혼자'가 됩니다. 어쩌면 '자기 신앙'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또 크리스천 군 간부 가족들이 병사들을 정말 사랑으로 대한다는 점입니다. 직업군인으로 오래 봉사하신 분들은 최전방의 기독 병사들을 자기 자식처럼 사랑하십니다. 마트를 다녀올 때마다 과자를 한가득 사서 교회 오는 병사들에게 나눠 주기도 하고, 병사가 휴가를 나간다고 하면 용돈도 쥐어 주고 군생활의 힘든 부분들을 상담해 주기도 합니다. 그런 수고로움들이 많이 알려졌으면 합니다.
사실 군 내 교회가 940-950곳 정도 되는데, 군종목사들이 있는 곳은 260여 곳뿐입니다. 나머지는 민간인 목회자들이 섬기시는데, 그들과 동역하는 분들이 바로 군 간부 가족들입니다. 군종목사들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많이 수고하시지만 대우가 썩 좋지 않습니다. 일반 목회자들은 교인들에게 많은 섬김을 받지만, 군종목사들은 계속 베풀어야 하는 입장입니다.
반면 안타까운 것은 일부 기독 장교나 부사관들이 계급이 높아지면서 강압적 행동을 하거나 비기독 장교들보다 못한 모습을 보이는 것입니다. 그런 이들이 교회 장로나 안수집사가 되면, 병사들이 그들을 보기 싫어 교회에 나가지 않는 일도 생깁니다. 그런 분들이 군에서도 '예수 믿는 사람답게' 행동하면 좋겠습니다. 군 조직의 특성상 긴박한 상황에서 병사들에게 화를 내거나 얼차려를 부여할 수도 있지만, 잘못했을 때는 사과도 하고 이해를 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최근 가수 이승기 씨가 훈련소에서 세례를 받는 사진이 화제가 됐는데, 소위 '초코파이 군선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단 접촉점과 전도의 계기는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런 선교 방법은 대부분 훈련소에서 실시됩니다. 훈련생들이 거쳐가는 해병대 교육훈련단 교회 벽에 온통 이들이 적어 놓은 메모가 붙어 있는데, '처음 교회 와 봤는데 이렇게 편하게 해 줄 줄 몰랐다'는 글들이 실제로 제법 있습니다. '대충 소풍 다니듯 교회에 다녔는데, 여기 오니 정말 좋다'는 내용도 적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교회에 나올 수 있게 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고, 신앙이 있든 없든 병사들에게 잠시나마 위안과 휴식을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입니다.
생각할 점이 있다면, 그것이 '실적' 위주로 흐르거나 내세우기 또는 과시용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초코파이 선교'의 부정적 영향이라면, 우리에게 자극받은 천주교와 불교의 '물량공세'가 훨씬 커졌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초코파이를 준다면, 불교는 도너츠를 줍니다(웃음)."
-입대하는 청년들을 위해 교회나 교단 차원에서 준비나 정책이 필요하다고 하셨는데요.
"책을 쓰게 된 가장 큰 계기이기도 한데요. 지금 각 교회는 입대하는 청년들을 향해 '너 알아서 가라'는 분위기가 대부분입니다. '너희 형도 아빠도 너보다 훨씬 힘들 때 갔다 왔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각 교회에서는 올해 입대할 사람이 누구인지 대충 파악하고 있을 것입니다. 보통 두 부류인데요, '교회 청년부에 출석하는 경우'와 '부모는 교회에 나오지만 자녀는 그렇지 않은 경우'입니다. 특히 두 번째 경우는 잠정적으로 전도가 가능하다고 볼 수 있는데, 이들을 '이번에 누구 집사 아들 군대 간대' 하고 마는 것은 '방치'입니다. 담임목회자들이 이들을 부모와 함께 앞으로 불러서 기도해 주고, 성도에게도 기도를 요청하며 성경이라도 주면서 보내야 합니다.
이 정도는 최소한이고, 조금 더 나아가 청년부에서 송별파티를 하거나 '파송'의 의미를 북돋아줘야 합니다. 저희 교회는 입대한 청년들에게 두 달에 한 번씩 과자 박스를 보내 줍니다. 큰 박스를 준비해서 주위 병사들과 나누게 합니다. 그리고 휴가를 나오면 함께 식사도 하고 청년부 예배시간에 환영시간도 마련하면 좋겠습니다.
각 총회에는 군선교부나 군목부가 있습니다. 보통 군목부에서는 군종목사들만 관리하고, 군선교연합회에서 예산을 받아 위문행사를 주로 하는데, 이제 가능한 대형교회나 총회 차원에서 군선교에 적극 나서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파송'을 강조하시는 것 같습니다.
"먼저 기독교 음악을 하시는 분들께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가요를 보면 죄다 군대에 '끌려간다'는 식인데, 짧은 기간이지만 하나님의 명을 받아 군대에 '파송받는다'는 찬양을 만들어 주시면 어떨까요?
정리하자면, 우리 사회나 교회가 청년들을 방치하듯 군대로 보내지 말자는 것입니다. 지금은 입대한 젊은이들을 대부분 부모들이 보살피는데, 교회에서도 청년부에게만 맡기지도 말고 기도팀이라도 만들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매년 청년 30만여 명이 입대하는데, 이들 중 기독교인이 적어도 5-6천 명은 될 겁니다. 각 교회에서 입대하는 이 청년들에게 '하나님의 거룩한 일에 참여한다'는 '소명의식'을 적극 일깨워 주셨으면 합니다.
지금 총신대 신대원을 다니면서 한 교회 청년사역을 맡고 있는데, 앞으로도 군선교와 관련된 사역을 하고자 합니다. 군선교도 청년사역 아닙니까. 군대에 가 있는 그들에게 뭔가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마침 저희 아들도 지난 월요일 해병대에 입소했습니다. 제가 간부 출신이라 병사들 입장에서 바라보는 데 한계가 있는데, 자식을 통해 무엇을 힘들어하는지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간절해지기도 합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는 대로 입대하는 젊은이들을 말씀으로 돕는 사역을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