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실패이유는 의존심리와 자유심리이다.
앞서 잠깐 언급한 어린애심리처럼 보이지만 그보다는 좀 더 발전된 심리상태에서 겪는 어려움이다. 어린애 같은 심리는 분명 아니지만, 그렇다고 성숙한 심리상태도 아닌 중간지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상태에 있는 미혼헝제들이 결혼에 어려움을 겪는 건 스스로 결정을 못하고 누군가가 대신 결정해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얼마든지 스스로 결단하고 결행할 수 있음에도 주저하고 망설이다가 결국 상대방을 실망시켜 깨지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매사를 부모에게 의존하거나 타인에게 도움을 청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시원스럽게 난관을 박차고 나가거나 중대한 결단을 과감히 결행치 못하는 부류가 이에 해당한다. 이는 매우 안쓰러운 상태인 것이다. 조금만 더 발걸음을 내딛으면 성공할 수 있음에도 막바지에 이르러 시간을 흘려보내다 결혼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크게 실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그런 교제패턴이 반복되다 보니 본인도 지치고 가족·지인들도 지쳐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당사자에겐 그게 말처럼 쉽지 않으니 이를 어쩌란 말인가. 그러나 이런 경우엔 상담을 통해 쉽게 해결될 수 있으니 자존심을 내려놓고 솔직히 도움을 청하면 좋을 것이다.
자매들은 자유심리에서의 해방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전통적으로 한국문화에선 남자보다 여자가 결혼 후 더 많은 희생이 요구된다. 오늘날엔 결혼풍조가 많이 바뀌었지만, 그래도 아직 암묵적으로 남자보다 여자에게 주어지는 짐이 더 많아 보이고 실제로 그런 경우도 많다. 그러다보니 자매들은 결혼하고 싶어하면서도 지금까지 마음껏 즐기던 자유를 상실할까봐 주저하며 두려워하는 경우를 본다. 데이트하면서도 상대방이 얼마만큼 내 자유를 보장해줄 수 있는 남자인가를 면밀히 따지며 이리저리 찔러보기도 한다. 그러다가 조금이라도 구속당할 거 같으면 슬며시 발을 빼버린다. 그럴 경우 남자는 황당함을 느낀다. 아니 그 정도도 희생(구속이 아닌) 안하고 어떻게 결혼하겠다는 거냐며 어이없어한다. 결혼 후 여자만 희생하는 게 아니라, 남자도 여자에게 자발적으로 희생하는 건데 왜 여자들만 그렇게 예민하고 심각하게 구속으로 해석하는지 이해할 수 없고 화까지 난다. 이는 자매들이 결혼 전 상태 그대로를 결혼 이후로 이월(移越)시키려는 안이한 생각과 이기적 심리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여자가 더 계산적인 것처럼 보인다. 아무튼 자매가 그런 굳건한 자세를 견지한다면 솔로인 채로 나이를 먹을 확률이 높다. 독신은사자도 아닌데 그렇게 독신의 삶을 즐기려는 사람은 훗날 고독의 덫에서 퍼덕이는 늙은 새처럼 회한의 눈물을 흘릴지도 모른다.
일곱 번째 실패이유는 데이트방법 미숙이다.
지금껏 수많은 미혼남녀를 교육·훈련시켰기에 보람이 컸고 성혼시킨 사람도 많아 기뻤을 때가 여러 번이다. 그러나 솔직한 마음은 마냥 즐겁고 기쁘지는 않고 무겁고 답답한 심정이다. 이미 결혼해버린 사람은 문제없지만, 아직도 많은 미혼자들이 결혼 못한 채 힘든 솔로의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을 위해 결혼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고는 있지만, 여전히 변화가 없고 결혼실마리를 풀지 못하는 미혼청년들을 바라볼 때 안타까움과 답답함, 결혼사역자로서의 무력감을 느낄 때가 있다. 그 중 쉽게 안 고쳐지고 훈련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데이트방법 노하우다.
결혼 전 이성교제는 너무 많이 해도 문제이고, 너무 적어도 문제이다. 그러니 딱히 정답이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함부로 이게 낫니 저게 낫니 조언하는 건 미숙한 전문가일 뿐이다. 결혼정보회사에까지 가입해 이백 명 이상을 소개받은 사람의 경우, 거의 심리적 공황상태에 이른 경우를 여러 번 봤다. 선택의 불능(不能)지대에서 헤매고 있는 유랑자의 모습이랄까. 뒤늦게 선택해버리자니 불안하고, 이미 스쳐지나가 버린 사람이 더 좋아 보이고, 아직도 더 좋은 사람이 나타날 것만 같은 기대감을 포기할 수 없고.... 그래서 결혼정보회사는 '사막의 신기루' 또는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 무조건 많은 사람들을 만날 경우 성혼확률이 높아진다는 광고카피로 회원들을 끌어 모으지만, 정작 실상을 뜯어보면 그리 녹록치 않음을 운영자나 가입경험자들은 토로한다. 그럼에도 이성과 만날 기회조차 없는 사람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문을 두드리는데, 결과는 기대한 만큼 좋을 리 없다. 필자는 지금껏 많은 이혼자를 상담하면서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조건만 보고 결혼했다 이혼한 사례가 의외로 많음을 잘 알고 있다.
미혼남녀 모두 남녀차이를 잘 모르고 데이트법을 잘 모른다. 그나마 배우려고 애쓰며 노력하면 좋으련만 아예 배우려고도 않는다. 그러면서도 동일한 실수패턴을 반복한다. 이러니 이걸 어떻게 일일이 실습까지 시켜가며 가르쳐줘야 할지 난감해지기도 한다. 개별적으로 데이트 코칭은 가능하나 모든 사람을 일률적으로 코칭해 주는 건 불가능하다. 사례별로 천차만별이고 '경우의 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다만 다음과 같은 팁만 알려줘도 큰 효과를 보기에 미혼자들에게 다음 몇 가지를 소개한다.
먼저 미혼남녀는 상대방 마음을 읽는 노하우가 부족해 데이트에 실패해왔다고 인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남자가 더 그렇다. 여자의 마음이 지금 어떤지를 쉽게 알아낼 수만 있다면 남자는 여자를 쉽게 자기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결혼에 어려움을 겪는 대부분의 형제들은 그렇지 못하기에 문제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상대의 마음상태가 어떤지를 알아내려 애쓰라고 조언하는 것이다. 여자도 그렇지만, 적극 대시하는 남자의 경우는 더욱 유념해야 한다. 상대방이 마음에도 없는 줄 모르고 무조건 밀어붙이면 결과는 비극이다. 물론 그런 경험을 통해서 배우는 유익은 있지만, 그 후유증이 의외로 크고 여자에 대해 환멸과 공포를 경험하기에 재기가 쉽지 않은 게 단점이다. 상대방이 먼저 말하기 전 호감이 어느 정도인지, 몸 상태와 피곤정도는 어떤지, 혹시 허기(虛飢)나 추위·더위를 느끼는지, 만나는 장소분위기를 어떻게 느끼는지, 대화에 무료함을 느끼는지, 어떤 걸 하고 싶어 하는지 얼른 눈치 챌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 하나는 박자를 맞춰주는 데 미숙하다는 것이다. 여자도 그렇지만 남자가 더욱 그렇다. 여자 마음을 얻기 위해 뭔가 거창한 이벤트를 꾸며야 하고,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오해하는 미혼형제는 잘 귀기울이기 바란다. 여자는 그런 거창한 이벤트에만 감동하는 게 아니라고. 평소에 만나 대화하는 중에 상대방 말을 경청하고 박자만 잘 맞춰줘도 자매들은 기분이 좋아진다. 상대방이 나를 충분히 수용해주고 이해해주고 지지해주고 있다고 느끼며 신뢰감이 상승한다. 그런데 그렇게 상대방 대화의 요지를 짚으며 멋지게 박자를 맞춰줄 수 있는 남자가 얼마나 될까. 그런 남자는 이미 결혼에 성공해버렸으니 아쉽다. 실패자는 성공자로부터 배울 수 있기 바란다.
또 하나는 상대방 앞에서 지나치게 잘난 체하는 걸 피하고 자주 물어보라는 것이다. 모르면 어떤가. 내가 모르는 걸 모르니 알려달라거나 다음에 알아서 가르쳐준다거나, 아니면 그 자리에서 "스마트폰 검색으로 찾아볼께요!" 하면서 너스레를 떨면 전혀 아무 문제없는 것이다. 문제는 내가 상대방에게 능력자와 완벽한 사람으로 보이려 애쓰다 보니 지나치게 경직되고 부담을 느끼고 사소한 실수에도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는 심정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굳이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말고 아주 편안하게 데이트에 임하며 잘 모르는 건 모르는 대로, 또는 상대방의 관심과 호응을 유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질문을 자주 해보는 게 오히려 신뢰감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너무 많은 정보를 주입식으로 제공하거나 일방적으로 자기주장을 과도하게 펼칠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기에, 알맞게 조절하며 지혜롭게 노하우를 활용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또 하나는 '주제 있는 대화'로 데이트를 리드하라는 것이다. 데이트에 임하는 형제들이 자매들로부터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하는 경우는 대부분 몇 가지 대화를 나누다가 더 이상 할 얘기가 없을 정도로 머릿속이 하얘진 채 난감해하다가 진땀을 흘리고 헤어지는 경우다. 이럴 경우엔 뒷수습이 어려울 정도로 크게 타격을 입는 경우가 많다. 이 또한 지나치게 경직됐기 때문이며, 상대방에게 너무 잘 보이려다가 좌절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너무 무겁게 접근하면 오히려 실패하기 쉽기에 이성과 만나 데이트할 경우 되도록 마음 가볍고 편하게 상대방을 대하려 노력하며, 무엇보다도 몇 가지 주제를 정해 대화에 임해야 한다. 미리 대여섯 가지 대화 주제를 정해놓고 한 가지 주제가 끝나면 다음으로 넘어가고, 또 중간에 막힐 경우엔 얼른 주제를 바꿨다가 다시 돌아와 이어가면 되고, 더 익숙하면 그 주제들을 적절히 교차하며 활용하면 된다. 지금까지 데이트에서 좋은 점수를 못 얻은 미혼자들은 이를 잘 소화해 활용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또 하나는 형제들이 처음부터 너무 성급하게 자기 욕심에 이끌려 과속하는 경우이고, 자매들은 지나치게 느긋이 생각하다가 결렬되는 경우다. 형제들은 몇 번 만나지 않아서 빠른 신체접촉으로 이행코자 하는 욕구가 강한데, 결혼배우자를 그렇게 대했다간 불신을 받고 깨질 위험성이 크기에 조심해야 한다. 아물러 자매들도 형제들이 열정적으로 다가오는 걸 지나치게 방어적으로 밀어내 상처를 주고 헤어지는 경우도 많은데 조심하고 지혜롭게 처신해야 한다. 함부로 신체접촉을 허용치는 않되, 그렇다고 교제기간이 오래됐음에도 아예 손도 못 잡게 하거나 뽀뽀도 못하게 하면 남자들은 대부분 거절감으로 인해 포기하고픈 충동에 휩싸인다. 이것이 참으로 어렵기에 주님께 기도하면서 인도받아야 한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상대방이 강력 원한다고 쉽게 성관계를 허락해선 안 된다. 혼전성관계는 데이트폭력의 지름길이며, 결혼후유증의 씨앗이며, 상대방에 대한 신뢰감하락의 첩경임을 잊어선 안 된다.
또 하나는 자매들이 유머러스한 남자를 좋아하기에 유머를 적절히 구사해보는 것이다. 물론 유머는 하루아침에 능숙하게 구사할 수가 없다. 그러나 유머집 같은 걸 구입하거나 인터넷검색으로 잘 뽑으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렇게라도 해서 자신을 즐겁게 해주려 애쓰는 남자를 싫어할 여자가 얼마나 될까. 비록 어설프거나 썰렁 유머로 끝나도 일단 안 한 것보다 낫기에 결코 위축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여덟 번째 실패이유는 자기관리부족이다.
성혼에 어려움을 겪는 미혼남녀를 눈여겨보면 단번에 알 수 있는 게 옷차림에서부터 모든 것이 너무 허술(?)해 보인다는 점이다. 상대방이 어떻게 보든 아랑곳 않고 제 좋은 대로 아무렇게나 하고 다니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코미디며 비극과 같은 희극이다. 그런 모습으로 이성에게 좋은 점수를 얻으려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지 않을까. 미혼남녀는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한 번 냉정히 진단해보고, 그래도 정 모르겠다 싶으면 전문가에게 코디를 받을 필요가 있다. 겉모양만 화려하고 아름답게 꾸미라는 뜻이 아니라, 자칫 결혼포기자의 모습처럼 비치는 차림으로 거리에 나오지 말라는 뜻이다. 굳이 비싼 옷을 입으라는 뜻도, 명품을 두르라는 뜻도 아니다. 상대방에게 비친 내 모습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객관적으로 가늠해보라는 뜻이다. 스스로 판단이 어려우면 코디전문가나 백화점직원으로부터 도움을 청하는 방법도 있는데, 이는 부끄러운 게 아니라 오히려 지혜로운 태도이다.
그렇다고 옷차림만 신경 쓰라는 게 아니라 청결관리, 두발상태 및 얼굴화장, 마음관리, 체형관리, 신앙관리 등등도 신경 써야 한다. 사실 결혼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고 건너야 할 강이 많다. 그 고비고비를 넘어 결혼의 관문을 통과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잘 준비하면 반드시 좋은 결실로 나타나기에 희망을 포기해선 안 된다. '오직 주만 바라보는 믿음'이라고 사람의 평가를 아예 무시해선 안 된다. 누구나 처음 이성 앞에 다가갈 때는 모든 면에 신경을 써야 하며, 좀 더 매력적인 모습으로 다가가도록 애써야 한다. 그러다 서로 호감을 느껴 교제를 진행하면서 차츰 편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다가가면 좋지만, 처음부터 허름한 옷차림이나 화장도 안 한 얼굴로 대면하면 상대방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 것이다.
더 나아가 감정관리를 잘해야 한다. 열정적인 사람은 추진력은 좋은데 지구력이 약한 반면, 소극적인 사람은 지구력은 좋은데 추진력이 약하다. 그러다 보니 엇갈려 미스매치가 되는 경우가 있다. 성혼에 어려움을 겪는 미혼청년들을 보면 '밀당'(밀고 당기기)에 서투르고 미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마음을 얻기 위해 저돌적으로 다가가다가도 어느 순간 멈추고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엔 상대방이 오히려 부담감, 불안감, 거부감을 갖게 된다. 그러다 다시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상대방이 오히려 가까이 다가오도록 하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그렇게 하지 못하는 건 감정관리와 마음관리를 잘 못하기 때문이다. 정열적인 사람에겐 한 번 끓어오른 감정을 제어하기가 무척 힘들고, 소극적인 사람에겐 열정적인 반응을 끌어올리기가 얼마나 힘든지 잘 안다. 그렇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얻어 결혼의 문턱을 넘어서기 위해선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노력해 고쳐야한다. 그래야 고착화된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것이다.
아홉 번째 실패이유는 상처 주는 언행이다.
사람마음처럼 간사한 것이 없다. 오늘 좋았다가도 내일 싫어지고, 방금 전까지 흥분할 듯이 기뻐했다가도 금방 차갑게 식어버리는 게 사람마음이다. 그러다보니 별것 아닌 말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가 있다. 하물며 두드러진 말과 행동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돌이킬 수 없는 관계악화를 불러오는 건 자명하다. 처음 상대방을 존중하며 정성스럽게 대하며 신중한 언행으로 교제하는 가운데 신뢰감이 상승하게 되지만, 어느 순간 방심하거나 상대방을 손쉽게 여기면서 말과 행동을 의도치 않거나 함부로 해 실수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본인도 모르는 새 상대방 마음이 닫혀 파국으로 치닫게 되면 당황해 어쩔 줄 모르게 된다. 상대방이 아무 말 없이 잠적하거나 작별을 고하기 때문이다. 무슨 이유인지 말해주면 좋으련만, 대부분은 아무 말 없이 헤어지자거나 갑자기 떠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교제를 진행하는 커플은 결혼관문을 통과하기까지, 아니 결혼 이후 부부생활에서도 상대방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도록 언행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 길이 성혼의 지름길이고, 행복한 가정의 요체이기 때문이다.
교제하는 중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또 다른 경우는 상대에게 집중하지 않고 다른 일이나, 다른 사람, 다른 이성에게 더 관심을 갖는 모습을 보일 때다. 결혼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정도라면 결혼한 후엔 뻔하지 않겠는가. 상대방 마음에 의심을 불러일으켜 실망감을 갖게 되고, 결국 신뢰도가 떨어져 그 관계는 서서히 파탄되는 것이다. 특히 문어발 데이트를 하다가 발각될 경우엔 치명적이다. 진지하게 교제하는 이성이 자기 외 다른 이성과 교제하고 있는 사실을 알면서도 계속 교제를 이어갈 사람이 얼마나 될까. 완전히 홀려 속아 넘어간 경우 아니면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미혼교제커플은 결혼식장에 들어갈 때까지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노력하며, 순결한 마음과 지극한 정성으로 대해야 함은 물론이다.
열 번째 실패이유는 존경받는 모습 못 갖춤과 존경심 못 느낌이다.
끝으로 다룰 '존경심'의 문제는 당사자 자신의 문제도 있지만, 상대방에게서 받는 부정적 평가로 인한 악영향이 큰 특징이다. 본인이 아무리 상대방을 좋아하고, 상대방에게 열정적으로 다가가고, 상대방에게 점수를 따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여도 상대방 마음에 감동과 존경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면 무슨 소용 있겠는가. 이는 네 번째 어린애심리, 일곱 번째 데이트방법미숙, 여덟 번째 자기관리부족, 아홉 번째 상처 주는 언행처럼 미혼남녀 모두에게 해당되는 문제점이다.
특히 미혼형제들이 성혼에 실패하는 이유는 존경받는 모습을 못 갖췄을 때이다. 남자는 여자에게 존경을 받을 때 힘이 나고, 존경심을 불러일으킬 때 여자로부터 신뢰감을 얻는다. 그런데 많은 미혼형제들이 이성교제 중에 존경심을 쌓기보다 실망감을 쌓아 결국 결실을 못 거두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여자는 남자가 배우자감으로서 기본적인 자격을 갖췄다 판단할 경우, 꼭 돈이 많아서 존경하는 것도 아니고, 능력이 출중해서 존경하는 것도 아니고, 지식이 탁월해서 존경하는 것도 아니고, 집안이 대단해서 존경하는 것도 아니고, 외모가 뛰어나서 존경하는 것도 아니다. 어떻게 보면 아주 단순한 건데, 막상 남자들은 그런 여자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미혼형제들은 데이트 중 무엇보다도 여성으로부터 감동을 불러일으킬 만한 행동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아주 작은 배려의 모습에서부터 어렵고 힘들어할 때 토닥이며 따뜻이 위로해주고, 위기의 순간 여자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던져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자기 입장만 앞세우는 이기적 모습이 아닌 자신의 목표에 집중하고 열정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여자는 남자에게 기대고 싶어 한다. 그런 일이 하나둘 쌓여갈 때 결국 여자는 남자에게 존경심을 품게 되는 것이다.
아울러 미혼자매들이 성혼에 실패하는 이유도 존경받는 모습을 못 갖췄을 때이다. 남자들은 처음 여자의 외적 매력에 관심을 갖고 끌린다. 그러나 교제하면서 계속 그런 상태에 머무는 건 아니다. 남자도 여자로부터 위로를 받고 싶고 존중받고 싶고 투정도 부리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자가 그런 자신을 깔보거나 어린애취급하거나 차갑게 쏘아붙이거나 그럴 기회를 아예 봉쇄해버린다면 심한 갈등을 겪기 마련이다. 모성(母性) 만큼은 아니더라도 여성의 부드러움과 포근함, 용납을 기대했는데 거절 받는 느낌을 받을 경우 무척 힘들어진다. 그리고 자신의 입장에서 일방적인 주장만 관철시키려할 경우 남자들을 질리게 만든다. 아무리 정성껏 잘해주려 해도 불만을 토로하거나 더 많은 헌신을 강요할 경우 남자는 결국 상대방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한다는 마음, 내가 감당하기에 버겁다는 마음, 존경심이 우러나기보다 한숨이 절로 나오는 실망감을 경험한다. 그럴 경우 남자들은 진행을 멈추고 골방에서 고민을 시작한다. 그때 자매에게서 변화가 느껴지거나 골방에서 해답을 찾지 못할 경우엔 결국 마음을 접는 것이다. 좋은 관계를 이어가다가 이런 파국을 예방하기 위해선 미혼자매들도 형제들의 심리상태를 깊이 헤아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껏 겪어본 바로는, 남자들을 세심히 배려해주고 따뜻이 대해주는 자매들이 형제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결혼에도 성공했던 걸 기억한다.
결국 미혼남녀는 상대방에게서 존경심을 얻을 때 호감지수가 급속 상승하지만, 존경심은커녕 실망감을 느낄 땐 마음 문이 닫히는 걸 알 수 있다. 그러기에 미혼남녀는 상대방에게서 존경심을 못 느낀다고 불만을 품기 전, 자신도 상대방에게 존경심을 제대로 얻고 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나는 무조건 괜찮은데, 너는 한참 멀었어!'라는 생각은 관계를 파괴하는 암 덩어리이다. 교통사고가 날 경우엔 대부분 쌍방과실이듯, 일방과실로 상대방을 매도하는 남녀는 제대로 된 인격자가 아니다. 그런 사람은 결혼 전에도 문제지만, 결혼 후엔 더욱 문제다. 모든 문제를 타인의 탓으로 돌리고 자신은 아무 잘못도 없다고 확신하는 사람은 서둘러 결혼해선 안 된다. 아직 싱글의 패턴에서 못 벗어난 결혼준비 부족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런 배려심 부족, 자기중심주의의 마음태도로 인해 파라다이스처럼 와 닿았던 결혼은 금방 '실망의 사막'으로 바뀌고, 결국 '힘겨루기'와 '분노·다툼의 단계'를 거쳐 파국으로 귀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이 글을 읽는 미혼형제자매들이 지혜롭게 어려운 고비들을 극복하여 아름다운 결혼의 열매를 거두길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