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돌아왔습니다. 한낮에는 콧구멍 뚫리게 따뜻한 햇살에 걸을 때 땀이 맺혀도, 이른 아침녘에는 제법한 한기가 몸을 움츠리게 합니다.
문득 스쳐본 거리 풍경에도 유난한 어떤 나무는, 아직 옆의 것들이 초록을 유지해도 자신만은 유독 계절을 먼저 알아차린다는 듯 붉게 물들거나 누렇게 말라져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눈길 가는 나무들을 보며, 또 그러한 모습에 무엇인가 스치는 상념을 느끼며, 으스스한 한기에 우리는 이제 우리 곁에 가을이 왔다는 생각을 합니다.
가을은 누구랄 것 없이 생각을 하게 합니다. 아무 생각이 없고 다만 분주하고 무거운 삶의 짐 때문에 계절조차 못 느낀다 가슴 아파해도, 우리는 그러한 삶의 시련에 쓸려버려서 그렇지 이러저러한 생의 생각은 우리 가슴을 스쳐갑니다.
가을을 사진 찍어 놓고, 혹은 그러한 마음의 가을을 사진을 찍어 놓고, 우리의 지난 시간을 생각하지 않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그리움에 모든 것이 부드럽고 아름다워 보이기도 하고, 슬픔에 우리 가슴을 씻기도 합니다. 스쳐간 삶의 고운 순간들은 우리 삶의 아픔과 기쁨들이었고, 그것은 결국 삶의 힘이었습니다.
이제 이 가을이 주는 선물인 생각의 깊이를 통해 우리 삶을 돌아보아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추억의 필터를 겹쳐 놓고 보는 삶은 아름다움과 복됨입니다.
이룬 것도 이루지 못한 것도 결국은 마음의 이룸이며 우리 삶의 완성입니다. 가진 것도 가지지 못한 것도 결국 한 가지고, 우리는 가진 상태를, 가지지 못한 상태를 누립니다. 생각해 보면 다 감사한 것 뿐이고, 그 감사는 결국 하나님께 대한 감사와 인생에 대한 감사입니다.
사랑하는 성도님들, 지나온 삶을 돌아봅시다. 주님이 주신 사랑의 눈으로, 주님이 주신 복된 눈으로, 주님이 주신 사랑과 행복의 눈으로, 주님이 허락해 주신 내 인생과 내 주변의 인생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 놓은 것들을 살펴봅시다.
삶이란 한 서려 바라보면 그것은 한이 되어 내 인생 스스로와 원수가 되고 원한이 됩니다. 그러나 흘러온 내 삶이 결국은 나라고 하는 한 인생의 완성과, 주님 나라에 들어가는 백성의 자질을 만들어 주기 위한 은혜의 여정이었다 생각하면 복됩니다.
지나온 삶을 생각하며 돌아보며, 한때라도 내 곁에 있어 주었고, 따뜻한 말 한 마디 주었던, 모든 인생들과 삶의 여건들에 감사하며 이 가을을 풍요와 따뜻함으로 품어 누리는 백성이 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