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부부 행복을 위한 조건

행복을 위한 조건은 부부상담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라, 부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부차적인 것이 때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결코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실제로 결혼은 행복을 위해 하는 것이지만, 행복하다고 말하는 부부는 많지 않다. 행복이란 알고 보면 그렇게 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부부의 행복은 어쩌면 서로 무수한 노력이나 값비싼 대가를 치뤄야 되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부부의 행복이란 마땅히 그에 따른 수고를 하면서 쟁취하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부부의 행복은 우연히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서로 무던히 노력해야 얻어지는 결과물이다.

1. 부부의 의무

결혼은 행복을 위해 하는 것이지만, 쉽게 행복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 행복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행복에 대한 노력은 대개 의무적으로 행해야 되는 성격이 강하다. 해도 되고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한다. 더욱이 부부의 행복은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로 표시되는데, 이를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결혼의 목적에 대한 이해

부부의 결혼생활에서 결혼에 대한 목적을 인지하는 것은 실로 중요하다. 부부가 결혼의 목적을 분명하게 하는가에 따라 삶에 대한 적응력이나 부부에 대한 대응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부부가 목적을 분명하게 인지하는 것은 그만큼 행동의 통제력이나 자제력, 그리고 발전된 행동을 가능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목적이 흐려지면, 그에 따른 생각이나 행동이 분명하게 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목적이 분명하지 않으면 시간의 사용이 달라지는 데서 알 수 있다. 이런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결혼하기 전에 결혼에 대해서 생각하던 것과, 결혼해서 결혼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차이가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우리는 결혼의 목적에 대해 잠깐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결혼의 목적은 다음의 특징으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는 것, 성적 결합, 그리고 생육하고 번성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것이 얼마나 잘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문제가 있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동반자를 만난다는 것은 친구이자 협력자, 의논 대상자로 존재해야 한다. 성적 결합은 이성의 결합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리적이나 정신적 측면에서 무척 중요하다. 이것은 생육하고 번성함이란 성경에 나타난 것을 근거로 한 '하나님의 섭리'를 의미한다.

이런 조건이 반드시 결혼의 목적이라 할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부부는 행복하기 위해 둘이 결합하여 삶을 살아나가는 동반자가 된다. 이런 결혼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 행복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행복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습해야 한다. 행복하기를 바라고 결혼했음에도 불행만을 연습하면, 결코 행복할 수 없다. 그러기에 행복하려면 일단 상대방의 장점을 보는 훈련을 해야 한다. 결혼에서 단점을 열심히 보는 훈련을 하게 되면, 불행할 것이 불을 보듯 자명하다.

2) 의무의 준수

부부는 결혼하면 서로 지켜야 할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결혼은 내적으로는 둘만의 사랑으로 이루어진 것이지만, 외적으로는 사회적인 계약이다. 이것은 부부간에 지켜야 할 의무가 있음을 상정한다. 이런 의무는 서로의 관계를 단단하게 만들어 흔들림 없게 만든다. 부부간 지켜야 할 네 가지 의무는 동거, 협력, 부조, 지조 등이다.

동거(同居)란 언제나 한 집에서 함께 사는 것이다. 한 집에서 함께 살아야 정서의 교류가 가능해진다. 나아가 한 집에서 사는 것이란 함께 잠을 자는 것을 의미한다. 한 집에서 살면서 한 방을 쓰고 어떤 경우에도 둘이 떨어지지 말아야 한다. 둘이 떨어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서로 잠을 함께 자야 한다는 의미이다. 몸이 떨어지면 마음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협력(協力)은 언제나 힘을 합하는 것이다. 부부는 서로가 힘을 합하여 살아가야 한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한 격언은 부부간에 더욱 필요한 말이라 생각된다. 협력하지 않고 사는 부부와 협력하지 않고 사는 부부의 삶이 어떤 차이를 보일지는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부조(扶助)는 붙들어 주고 도와주는 것이다. 지지하고 붙들어 준다는 말은 반대하여 일이 되지 않게 방해하거나 무슨 일을 하든 팔짱을 끼고 방관한다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이것은 협력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지만, 행동을 강조한다.

지조(志操)는 부부가 약속한 대로 바꾸지 않고 절개를 지키며 사는 것이다. 이것은 부부가 마땅히 지켜야 할 마음과 몸가짐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은 마음을 변하지 않고 굳게 지키는 것이지만, 부부에게는 특별히 성적 절개를 지키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부부간 상처는 대개 지조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유념해야 한다.

3) 존재의 이해

부부에게 서로의 존재를 그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존재의 이해는 서로의 생활을 바탕으로 하는 기본 요건이기 때문이다. 존재를 이해하는 것이 잘 지켜지지 않을 때, 다른 것을 협력하거나 이루어가는 데 문제가 발생한다. 존재의 이해는 장단점을 이해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사람은 누구나 장단점이 있으니, 너무 따지지 말고 그대로 수용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부부간 문제는 아무리 크다 해도 이해하는 문제에 귀착된다. 문제는 '이해하느냐? 이해하지 못하느냐?' 에 달렸다. 장점으로만 똘똘 뭉친 사람이 없고, 단점만 가득 찬 사람도 없다.

그럼에도 부부가 서로에 대해 문제를 삼는 것은 장점을 보지 않고 단점만을 보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는 누구나 장점과 단점이 있음을 이해하고, 둘을 함께 보거나 구분하여 보는 지혜가 요구된다. 다음을 예로 들자. 얌전한 사람은 속이 좁고, 활발한 사람은 덤비고, 상냥하고 싹싹한 사람은 실수하기 쉽고, 듬직한 사람은 미련스럽고, 착한 사람은 어리석게 보이고, 똑똑한 사람은 인색하고, 잘 웃는 사람은 싱겁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는 장점으로만 된 사람이 없고 단점으로만 된 사람이 없다. 이것은 현재의 남편과 아내에게서 단점에는 눈을 가리고 장점만 보면서 살면, 행복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가르친다.

2. 부부가 지켜야 할 십계명

부부가 반드시 지켜야 할 10가지, 십계명을 꼽아 보겠다. 십계명은 본래 성경에서 율법의 근간을 집약한 것이다. 이 십계명은 이스라엘 왕국 시대는 물론, 초대교회 이후 오늘날까지도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기본 생활규범이 되고 있다. 이 십계명이 새겨진 원래의 돌비는 후에 '언약의 궤(법궤)'에 담아 예루살렘 성전의 지성소에 간직되었다. 이런 십계명이 이제 다양한 곳에서 그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미로 활용되고 있다. '부부의 십계명'은 다양한 형태들이 있지만, 여기서는 모범적이라 할 만한 것들을 소개한다.

1) 공동으로 지켜야 할 십계명

1. 두 사람이 동시에 화를 내지 말라.
2. 화가 났을 때 큰 소리를 내지 말라.
3. 눈은 상대방의 허물을 보지 말고, 입은 상대방의 실수를 말하지 말라.
4. 아내나 남편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라.
5. 아픈 곳을 긁지 말라.
6. 분을 품고 침상에 들어가지 말라.
7. 처음 사랑을 잃지 말라.
8. 갈등이 있어도 결코 단념치 말라.
9. 숨기지 말고 정직하자.
10. 부부는 하나님의 섭리로 됨을 믿자.

2) 남편이 지켜야 할 십계명

1. 결혼 전과 신혼 초에 보였던 관심과 사랑을 변치 말라.
2. 결혼기념일과 아내의 생일을 잊지 말라.
3. 평소에 아내의 옷차림과 외모에 관심을 가지라.
4. 아내가 만든 음식에 말이나 행동으로 감사를 표시하라.
5. 모든 일을 아내와 의논하고 결정하는 습관을 가지라.
6. 아내에게 상처를 주는 농담이나 행동을 삼가라.
7. 가정의 불화가 있을 때 아내에게 한 걸음을 양보하라.
8. 가정의 경제는 아내게 일임하여 아내가 보람을 갖게 하라.
9. 아내의 개성과 취미를 존중하고 키워주도록 하라.
10. 하루에 두 번 이상 아내의 장점을 발견하여 즉시 일러줌으로써 아내에게 기쁨을 주는 습관을 가지라.

3) 아내가 지켜야 할 십계명

1. 자신과 가정을 아름답게 꾸밀 줄 아는 재치와 근면성을 기르라.
2. 음식준비에 신경을 쓰고 남편의 식성에 유의하라.
3. 혼자서만 말하지 말고 남편에게 말할 기회를 주라.
4.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남편의 결점과 지나친 자랑을 하지 말라.
5. 남편에게 따질 말이 있을 때 남편의 기분상태를 참작하라.
6. 남편도 정상적인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라.
7. 중요한 가정 일을 결정할 때는 남편의 뜻에 따르도록 하라.
8. 남편의 수입에 맞추어 알뜰한 살림을 하라.
9. 모든 일에 참을성을 가지라.
10. 하루에 두 번 이상 남편의 장점을 발견하여 말해줌으로써 남편이 긍지를 갖게 하라.

이상에서 기술한 십계명은 부연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명쾌하다. 서로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는 것들이다. 이런 점에서 십계명은 상기시키기 위해 다시 기술한 점도 없지 않다. 그런가 하면 알기는 알아도 지키기 어렵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부부는 서로 노력할 때 그만큼 관계가 발전된다.

3. 행복한 부부의 십계명

행복한 부부의 십계명도 있다. 잭슨(D. D. Jackson)에 의한 부부의 십계명인데, 행복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노력해야 함을 담고 있으면서, 거기에 따른 해설을 곁들이고 있다.

첫째, 취침시간을 맞춰라.
부부는 서로 취침시간을 같이 하고 싶어 해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행복한 부부관계란 어떤 이유이든 다른 시간에 취침하는 걸 거부하는 부부의 현명한 특권이다. 물론 부부는 한쪽이 아침에 자고 있는 동안 일거리가 있어 먼저 일어날 수는 있다. 그러나 할 일이 있다는 이유로 다른 시간에 취침한다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둘째, 공통의 관심사를 계발하라.
결혼하고 나서 사랑의 열정이 식은 다음엔 누구나 관심사가 별로 같지 않다는 걸 발견하기 쉽다. 그렇다고 둘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잊어서는 안 된다. 잘 생각하면 많은 종류의 활동을 함께할 수 있다. 현명한 부부라면, 공동관심사를 개발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서로 힘을 모아 노력하는 것이 힘들다면, 어느 쪽에서든 솔선하면 점점 흥미가 더해질 것이다. 다만 상대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서로 따로 하는 것은 삼가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거리가 점점 더 멀어지기 때문이다.

셋째, 길에선 어깨를 나란히 하여 손을 잡고 걸어라.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같이 보조를 맞추는데 거북한 부부가 많을 것이다. 아내 가 보폭이 짧거나 속도가 늦을 수도 있고, 남편이 아예 먼저 달아나기만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길가의 경치에 눈길을 뺏기는 것보다는 파트너와 보조를 같이 하는 것이 더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

넷째, 신뢰와 관용으로 대하라.
부부도 논쟁을 하거나 서로 다른 주장을 할 때, 그리고 쉽게 의견차를 해소할 수 없을 때가 있다. 행복한 부부라면, 틀림없이 상대를 불신하거나 무시하여 파트너에게 상처를 주는 대신 신뢰와 관용, 용서의 미덕을 보일 것이다. 물론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은 때는 얼마든 있을 수 있다. 그런 때에 필요한 것이 바로 신뢰와 관용임을 잊지 않으면 좋을 것이다.

다섯째, 파트너가 잘 못하는 일에 민감하지 말고, 잘하는 일에 민감하라.
당신이 만일 상대의 잘못을 찾으려 한다면, 언제나 잘못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상대가 잘하는 걸 찾으려 노력하면 점점 더 상대가 잘 하는 많은 것을 발견할 것이다. 이는 당신이 뭘 찾으려 하는가에 따라 대답이 나올 것임을 의미한다. 행복한 부부란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가는 데 노력하는 것임을 시사한다.

여섯째, 퇴근 후 상대를 만나는 순간 재빨리 포옹하라.
인간의 피부는 사랑받을 때의 반갑고 행복한 감촉과 학대당할 때의 불쾌한 감촉을, 소외당할 때의 무감각도 기억한다. "여보!" 하고 다정하게 부르며 상대를 포옹하면, 행복한 감촉으로 이 세상에 홀로 표류하는 고독의 심리를 없애고 마음의 오일 탱크를 채워주는 효과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일곱째, 매일 아침 "사랑해"와 "좋은 날이 되기를(Have a good day!)" 하고 말하라.
이 한마디가 그날의 복잡한 교통, 긴 줄서기, 그 외에도 각종 스트레스와 싸울 때 필요한 인내와 관용을 미리 마련해 줄 것이다. 작은 격려의 말이 보약만큼 효과가 있다는 말이 될 것이다.

여덟째, 기분이 어떻든 매일 밤 "잘 자요!"하고 말하라.
이 말은 상대와 설사 불협화음을 계속하는 중이라도 부부관계를 계속하겠다는 걸 상대에게 말해주는 것이다. 부부가 현재 누리고 있는 것이 지나간 과거의 사소한 문제보다는 훨씬 중요함도 말한다. 직접적인 사랑은 아니라도, 호감과 사랑의 은근한 표현이 됨에 틀림없다.

아홉째, 상대의 기상을 매일 체크하라.
기상이란 일기의 상태를 점검하는 형태이다. 사람의 마음은 이런 일기로 표현되는 점에서 흥미롭다. 집이나 직장으로 전화를 걸어 일이 잘 되고 있는지, 상대의 기분이 어떤지 알아보라. 그렇지 않고는 상대의 기대와 심리적인 분위기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 상대가 소나기를 맞고 있는데, 자신은 우산을 준비하지 않고 오히려 내편에서 한발을 걸어 나가서 상대가 갈증을 풀어주기를 바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열째, 파트너와 함께 있는 걸 남에게 기쁜 맘으로 보여줘라.
파트너를 자랑스럽게 보이라는 뜻은 부부의 관계를 남에게 부끄럽게 생각하여 파트너에게 불신을 주는 일을 피하라는 말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때로는 손을 잡거나 어깨나 무릎, 목이나 등을 만져 애정 어린 접촉을 할 수 있다.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서로에게 속해 있음을 증명해 보이는 것이다. 처음엔 조금 부자연스럽더라도, 지속적으로 하다 보면 어색하지 않게 될 것이다. 행동을 습관으로 바꾸는 데는 적어도 한 달이 걸리고, 그것을 애정이나 생활방식으로 정착시키는 데는 반 년이 걸린다는 말이 있다. 주저하는 동안 인생은 자꾸만 고개를 넘어간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행복의 십계명은 대개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것들이다. 부부가 신경을 많이 기울여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간단한 것을 실행하지 못하는 것이 부부의 문제이다. 그러면 행복은 대단한 것을 이룩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간단한 것에서 가능해진다. 이런 것은 부부의 싸움이 사소한 것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사실과 비교된다. 작은 관심으로 신경을 기울여주고 실천하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임을 상기해 볼 만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