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파를 넘은 상호 이해·대화·일치를 위한 '에큐메니즘 교령(教令)' 공포 50주년을 기념, 일본복음루터교회·일본성공회·일본가톨릭교회가 지난달 30일 동경카테드랄세키구치교회 성마리아대성당에서 합동예배를 개최했다. 이 같은 합동예배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시도다.
'에큐메니즘 교령(教令)'은 제2바티칸공의회가 내건 주요 이념 중 하나인 '그리스도인 간 일치'에 대해 가톨릭교회 신자가 가져야 할 자세를 제시하고, 교회의 쇄신과 에큐메니즘과의 밀접한 관계 및 구체적인 실천을 시사한다. 이는 20세기를 '에큐메니즘의 세기'라고 불리게 할 정도로 교파 간 대화에 큰 영향을 끼쳐 왔다.
예배에 앞서, 각 교파의 에큐메니즘에 대한 관점과 향후 과제 등을 발표하는 심포지엄이 열렸다. 패널로는 가톨릭에서 조치대학교 신학부장인 미츠노부 이치로우(光延一郎) 사제, 성공회에서 릿쿄대학 부총장 니시하라 사제, 일본복음루터교회에서 일본루터신학교 교장 이시이 모토오(石居基夫) 목사가 참여했다.
미츠노부 이치로우 사제는 "동방의 끝인 일본에서 각 교파가 일치와 대화의 장을 마련한 것 자체가 매우 훌륭한 일"이라며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은 모두 손을 맞잡고 십자가에 대한 동일한 진리를 고백해야 한다. 로마가톨릭 교황은 에큐메니즘에 대한 강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있음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모든 교파가 스스로를 '진리의 계승자' '주의 제자'라고 공언하면서도 다른 길을 걷고 있음은, 분명 복음에 반하고 선교에 방해가 되고 있다"며 "그리스도교는 국가·민족·인종을 넘은 가치관"이라고 강조했다.
릿쿄대학 부총장 니시하라 사제는 "로마가톨릭과 성공회는 합의하지 못할 부분은 없다"며 삼위일체·사도신경·신약성서를 다양하고 적절하게 읽는 방법, 각각의 세례의 유효성 등을 구체적인 예로 제시했다. "단, 하나의 성찬을 서로 나누는 것만은 실현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인권 존중, 전쟁 부정, 빈곤 혹은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 등은 일치하고 있,어 국제사회에 의미가 크다"고 했다.
일본루터신학교 교장 이시이 모토오(石居基夫) 목사는 "교파의 분열은 16세기 루터의 종교개혁이 원인"이라며 "그리스도의 증인으로서 신앙의 배움이 깊어지고 발걸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단지 다른 교파 간에 서로 사이 좋게 지내는 것만이 아닌, 하나의 그리스도를 증언하고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일하고 있음을 소홀히 하지 말자"며 "종교개혁 이후 500년간 서로 단죄해 온 교회의 역사를 회개하고, 교파를 넘어 하나의 그리스도에 연결된 사람으로서 서로 용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진 합동예배에서는 일본복음루터교회 토쿠젠 요시카즈 목사가 메시지를 전했다. 토쿠젠 목사는 "예수님께서 고난과 죽음을 앞두신 자리에서 '아버지가 내 안에 내가 아버지 안에 거하듯이 모든 이들이 하나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신 것처럼, 에큐메니즘의 걸음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하나되기 위한 걸음을 지속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주일로마교황대사를 비롯해, 3개의 교파에서 600여명이 넘는 신도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한편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2017년에는 독일에서 루터교세계연맹(LWF)과 가톨릭교회가 합동예배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