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프란치스코가 미국의 레이몬드 L. 버크(Raymond L. Burke) 추기경을 전보 발령했다고 미국 크리스천포스트가 10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의하면, 교황청은 지난 8일 교황청 최고법원 대심원장이던 버크 추기경을 몰타기사단 사제로 보냈다. 후임 대심원장에는 교황청 외무장관인 프랑스 출신 도미니크 망베르티(Dominique Mamberti) 대주교를 임명했다. 교황청은 관례대로 인사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버크 추기경은 미국인 가운데 가장 지위가 높은 사제로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톨릭 개혁에 대한 대표적 비판론자이자 보수주의자였다.
크리스천포스트는 "이러한 움직임은 중요한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가톨릭의 입장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버크 추기경은 최근 여러 인터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행보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밝히며, 보수 성향 성직자들의 입장을 대변해 왔다.
CNS통신은 "이탈리아 한 언론이 버크 추기경에 대한 인사를 지난 9월 예견했으며, 그 자신도 이를 예상했다"고 전했다.
버크 추기경은 지난달 스페인의 한 가톨릭 주간지인 비다 누에바와의 인터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끄는 가톨릭교회는 '방향타가 없는 배'와 같다"면서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우리의 신념을 확인하고, 건전한 지도자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동성애에 대한 포용 여부가 초점이 됐던 세계주교대의원대회(시노드)를 앞두고, 이 같은 변화 조짐을 공개적으로 비판했으며, 대회가 열리기 직전에는 자신의 보수적 관점이 담긴 '그리스도의 진실을 지키는 길'이라는 저서를 배포하기도 했다.
당시 버크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결혼에 대한 전통적인 입장을 재확인한 것은, 이미 한참 전에 이뤄졌어야 했던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