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가 9일 필립 얀시 초청 컨퍼런스에서 한 강연과 관련, 김동호 목사(높은뜻연합선교회)가 10일 자신의 SNS에 견해를 밝혔다. 결론부터 말하면, "교인들은 좋은 교회를 스스로 선택할 권리가 있고, 교인들의 교회 선택은 누구도 강제할 수 없고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
"오늘 아침 이찬수 목사님에 대한 글을 읽었다"는 김 목사는 "이찬수 목사님은 내가 참 좋아하고 존경하는 목사님이고, 내가 이 목사님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 이 목사님을 좋아하는 이유와 아마 동일할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목사님은 하나님과 하나님 말씀에 예민한 분이시고, 순수하고 정직하시며 무엇보다 뛰어나 보이시는 것은 겸손함과 부드러움"이라며 "교인들이 이 목사님에게로 몰려드는 현상은 당연한 일"이라고 칭찬했다.
김 목사는 "이 목사님은 2년 전, '10년 안에 그리고 10년에 걸쳐 현 2만 성도 중에 1만-1만 5천명 정도를 파송해 교회 크기를 줄이겠다'고 발표하셨다"며 "나는 이 목사님이 왜 그런 생각을 하시게 됐고, 왜 그런 발표를 하게 되셨는지 알기 때문에 이 목사님의 생각과 결단에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일은 절대로 만만한 일이 아니다"고 전했다. 교인 파송을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한 교회의 사이즈가 아니라, 분당우리교회를 떠나 파송될 '1만에서 1만 5천 성도'의 영적 건강과 만족이라는 것.
김동호 목사는 "나는 교인들에게는 자기에게 좋은 교회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단순히 이기적인 생각이라 매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물론 교인이 교회를 위해 존재하는 면이 있음을 인정하지만, 원칙적으로는 교회가 교인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마치 예수님께서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있는 것이 아니요,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있는 것'이라 말씀하신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김 목사는 "충분한 준비와 대책 없이 교인들을 흩는다면(물론 그렇게 하실 리 없지만), 그것은 교인에 대한 교회의 폭력이 될 수도 있다"며 "만에 하나 교인들이 분당우리교회를 떠나서도 신앙생활을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할 수 있다면 문제가 없지만, 이로 인해 개인적인 신앙생활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면 나는 그 책임을 분당우리교회와 이 목사님이 지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방법이 있다면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흩어질 수 있는 분당우리교회 같이 좋은 교회를 그동안 여럿 만드는 것이고, 이 목사님과 같은 목회철학과 성품을 지닌 교역자를 많이 배출해 내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교인들은 개인적인 약간의 영적 손실을 무릅쓰더라도 한국교회와 분당우리교회의 건강을 위해 흩어지려 하실 것"이라고 전했다.
김 목사는 "오늘 내 글의 결론은 교회보다 교인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라며 "약삭빠르게 크고 좋은 교회로 쉽게 이동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지만, 대부분 교인들은 웬만하면 교회를 떠나지 않고 자기가 섬기는 교회를 보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교회로 세워나가기 위해 애쓰는 교인들이 훨씬 더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세상엔 뜻밖에도 웬만하지 않은 교회가 많다. 꽤 많다"며 "그 교회에서 저주성 충성을 강요받으며 영적으로 피폐해지는 교인들도 생각 외로 많고, 참다 참다 숨을 쉴 수 없어 이런저런 눈치를 보다 교회를 떠나는 교인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교회를 떠나왔더니 수평이동을 무조건 받아주지 않는 것은, '보트 피플'을 받아주지 않고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는 매정한 나라 같다고도 했다.
김동호 목사는 "분당우리교회가 그렇게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그만큼 교인들 입장에서 마음 놓고 행복하게 교인으로서 생활할 수 있는 교회가 적다는 뜻"이라며 "교회의 건강 때문에, 어떤 명분 때문에 저들의 입장을 생각하지도 않고, 흩어버리고 내어보낸다는 것은 한 번쯤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교인들을 파송하고 교인 수를 줄이려면, 교인들이 행복하게 감사한 마음으로 흩어질 수 있는 교회를 여럿 만들어 줘야 한다"며 "불법체류자 쫓아내듯 교인들을 쫓아내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상처의 종류와 수준이 많이 다르기는 하지만, 분당우리교회마저 교인들에게 상처를 줘선 안 된다"며 "그래도 교인들에게 함부로 상처주는 일을 해선 안 된다. 난 우리 한국교회 교인들이 불쌍하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그냥 내 생각"이라며 "이 목사님과 분당우리교회를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마음에 주제 넘은 소리 한 번 해 봤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