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북한자유주간 이틀째 행사로 '북한 정치범수용소 해체를 위한 기자회견'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개최됐다. 참석자들은 정치범수용소 해체를 범국민적 운동으로 승화시킬 계획이다.

북한인권, 특히 정치범수용소의 참상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이를 해체하기 위한 여론을 모으며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최종보고서를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정치범수용소에서 탈출한 탈북민 증언과 수잔 숄티 대표(북한자유연합), 이용희 대표(에스더기도운동)의 인사말 등이 진행됐다.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부자(父子)의 독재체제 유지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한 사람들과 그 가족들을 격리·수용하는 강제 노동수용소다. 북한 당국은 정치범수용소를 'OO관리소'라 칭하고, 북한 주민들은 '정치범 집단수용소', '특별독재대상구역', '이주구역', '통제구역', '종파굴', '유배소' 등으로 부르고 있다. 수용소 내부에서는 'OOO부대' 라는 군 부대 형식의 명칭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전역에 있던 10개의 수용소는 현재 통폐합돼 6개가 존재하는 상태로, 약 20만명이 수감돼 있으며 한번 수감되면 다시 나오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수감자들은 하루 12시간 이상의 강제노동과 각종 폭력, 고문, 생체실험, 생물학 무기 실험 등으로 고통을 받으며 지금도 죽어가고 있다.

개회사를 전한 해오름교회 최낙중 목사(청소년바로세우기운동협회 이사장)는 "북한의 인권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고, 특히 전세계적으로 정치범수용소가 주목을 받고 있다"며 "우리는 오늘 북한 동포들의 잔혹한 인권유린을 알리고, 정치범수용소 해체를 실현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북한에서 더 이상 아이들이 얼어죽거나 굶어죽거나 맞아죽거나 약이 없어 죽지 않도록, 전 세계인들의 사랑과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우리 국민들과 전 세계인들이 정치범수용소의 참혹한 실태에 대해 바르게 알고 더 많은 관심 아래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께 기도하고 때를 기다린다면, 하나님께서 반드시 정치범수용소를 해체해 주시고 평화통일을 허락하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잔 숄티 대표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연합군은 이런 인권유린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북한을 생각하면 이는 허망한 약속이 아닐 수 없다"며 "유엔에서 인권선언을 발표한 1948년, 북한에서는 선언문 속 내용을 단 하나도 누릴 수 없도록 규정했다"고 밝혔다. 숄티 대표는 "공산 정부를 대항하는 사람들을 가둔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는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동안 계속되고 있다"며 "아이들이 이곳에서 태어나 자라고 살아가는 실정으로, 오늘 모인 학생들의 친구들이 이런 곳에 있다고 생각해 보라"고 호소했다.

숄티 대표는 "이 자리에 용기를 내어 참석해 주신 북한 정치범수용소 생존자들께 감사드린다"며 "여러분의 증언 덕분에 우리가 그 참상을 알게 됐고, 이러한 참상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1948년의 약속을 실현하기 위해 여러분과 함께 계속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용희 대표는 "북한자유주간이 대한민국에서 열린지가 올해로 5년째인데, 뭔가 정조준해서 하나라도 분명하게 변화를 일으켜야겠기에 '정치범수용소 해체'를 들고 나왔다"며 "돋보기로 햇빛을 잘 집중시키면 불꽃이 생겨나듯, 북한에서 가장 시급한 요소들을 하나씩 결과를 체크하면서 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치범수용소는 전세계 시민들이 더 이상 묵과해선 안 되는 문제"라며 "모든 시민들의 마음이 모인다면 정치범수용소의 문은 열리고, 갇힌 자들은 놓임 받으며, 평화와 자유통일의 가장 중요한 초석이 놓일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 계신 분들 중 신앙이 있으신 분들은 하나님께 기도해야 한다고 믿는다"며 "심각한 고통 가운데 있는 북한 동포들을 이제는 그냥 두지 않겠다는 양심이 일어나고 기도가 모이며, 정치범수용소가 해체되기 위해 자신의 몫을 감당하겠다는 결단이 있기를 소원한다"고 전했다.

북한인권운동가 출신의 하태경 의원(새누리당)은 "북한 핵 문제보다 인권 문제가 더 중요하고, 앞서서 논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주변 상황들이 조금씩 이러한 방향으로 진전되고 있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가해자 처벌'이 거론될 정도로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인권이 회자된 적이 이제껏 없었다"며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서는 정치범수용소를 부각시키는 게 가장 옳은 방향이라 생각하고, 북한에서 고통 가운데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에 대해 민간과 국가 차원에서 합동 위령제를 지내자는 제안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외에도 국회인권포럼 간사인 홍일표 의원과 새누리당 인권위원장 이한성 의원, 김상민 의원 등도 참석했다.

이후에는 정치범수용소에서 극한 고문과 참상을 경험한 김영순 여사(요덕수용소), 수용소 경비대 출신의 안명철 사무총장(북한민주화운동본부) 등의 증언이 이어졌으며, 김태훈 변호사(한변)도 발언했다.

이용희 대표는 폐회사를 통해 "오늘 기자회견은 북한 정치범수용소 해체운동의 시작으로, 많은 국민들과 기독교 단체들이 작정하고 이 일에 마음을 함께해 주시리라 생각한다"며 "청년들에게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실체를 알리는 특강도 진행하고, 캠퍼스에도 알려서 더 이상 이런 참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기도하고 행동하자"고 촉구했다.

북한자유주간 주최측은 전날인 28일 오후에도 서울역 광장에서 비가 내리는 가운데 정치범수용소 해체를 위한 국민대회 및 기도회를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