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와 그리스는 찬란했던 헬레니즘 문화의 보물창고입니다. 국가 전체가 문화유적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느 곳이건 땅만 파면 문화재들이 다량으로 쏟아져 나온다고 합니다.
이 두나라는 풍광이 아름답기도 해서겠지만, 곳곳에 산재한 유적지와 문화재 때문에 해마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물밀듯 밀려오는 나라들로 유명합니다. 터키와 그리스는 과거가 같은 헬라 문명권을 바탕으로 한 국가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과거에 대한 관점은 완전히 다른 듯 여겨집니다.
터키는 비록 찬란했던 과거를 역사로 가진 나라지만 과거에 그리 집착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유적지를 발굴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그보다 국가적 기간 산업을 세워가는 일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빌딩을 짓고, 산업단지를 개발하며 미래를 향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붓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반면 그리스는 ‘과거의 영광’으로 먹고 사는 나라처럼 느껴집니다. 문화적인 기량이 월등한 조상을 둔 탓에 큰 기간 산업 없이도 관광산업 하나만으로도 선진국의 부를 누리는 나라가 그리스입니다. 그래서인지 국가의 경영, 국가의 모든 정책이 문화재 절대 우선주의로 실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도심 교통 체증을 완화시키기 위해 건설을 시작한 짧은 구간의 지하철 공사가 이십년 넘게 진행되고 있다는 말을 듣고는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문화를 아끼고 가꾸는 것도 참 중요합니다. 그러나 지난 과거의 유산도 미래가 확보될 때 큰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십년 후 쯤이면 터키와 그리스는 같은 헬레니즘 문화권이라는 과거는 계속 공유하겠지만, 그 미래의 모습은 확연히 달라질 것이 분명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선택할 수 없는 것에 너무 집착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동시에 선택할 수 있는 것을 소홀히 다루는 것 또한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과거는 선택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미래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선택할 수 없는 과거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합니다. 과거의 영광, 실수, 경험, 추억 등을 말입니다. 과거를 무시하자는 말이 아닙니다. 과거는 현재를 결정하는 요인이 됩니다. 과거가 있기에 현재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래는 과거에 의해 결정되지 않습니다. 오로지 미래는 현재에 의해서만 결정됩니다.
“너희는 이전 일을 기억하지 말며 옛날 일을 생각하지 말라 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니 이제 나타낼 것이라(이사야 43:18, 19)”
지나칠 수 없는 중요한 말씀입니다. 신앙인의 눈은 미래에 정조준 되어 있어야 함을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아직 찾아오지 않은, 그러나 하나님의 영광을 창출할 찬란한 미래를 향해서 말입니다.